추미애/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세월호의 철저한 진상규명 요구를 더 이상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생명과 안전이 담보되는 세상을 제대로 만들어 피지도 못한 어린 생명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유족의 바람이고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그런데 모든 것이 잘못됐다거나 모두가 잘못했다는 심정적 자책만 하고 이제 그만 덮고 가자고 한다면 유족이나 미래 대한민국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세월호 사고의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도 우리는 어떤 것도 바로 세우거나 교훈을 얻지도 못하게 될 것입니다.

세월호 사건은 더듬어 볼수록 모순과 의혹투성이입니다.

모두가 진상규명은 해야 한다면서도 정작 진상조사의 조타수가 될 수사권과 기소권은 반대하는 모순과 의혹의 중심에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있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청와대는 국정공백이 우려스럽다는 이유로 김실장을 유임시켰는데 그렇다면 국정을 떠받치는 결정적인 힘이 김실장으로부터 나온다는 것 아닙니까? 김기춘 비서실장이 그 자리에 있는 이상 세월호 특별법은 풀지 못하는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가 결코 억측이 아니라 봅니다.

대통령직속기관인 국정원과 해경, 119 소방대와 안행부에서 보고한 정보가 바로 대통령비서실장을 경유하고 그의 판단이 보태져 대통령에게 올라갔을 것입니다.

실시간으로 누가 어떻게 보고했는지, 어떻게 대응했는지 책임소재를 제대로 가려내야하며 대통령으로 하여금 재난을 당한 국민의 생명을 국가적 수단을 총동원해 제때 구할 수 있도록 보좌하지 못한 응분의 책임을 마땅히 물어야 할 것입니다.

국가정보원은 국가보호선박으로 지정했다는 이유만으로 평소 세월호의 직원휴가와 작업수당, 증개축 내부 도색까지 운영자처럼 일일이 참견했던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런 국정원이 사고 즉시 세월호 선원 누군가로부터 전화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것인데 과연 어떤 대응을 했는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국가보호선박의 침몰이라는 대형사고가 났으면 보안사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터인데 당장 청와대 핫라인으로 비상조치를 논의하고 강구했을 국정원이 오히려 무슨 이유인지 관련성마저 일절 함구함으로써 국민적 의혹을 증폭시켰습니다.

김기춘 실장은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으로 오랫동안 근무해 국정원 본연의 임무와 한계, 비상시 태세를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그와 국정원 사이에 어떤 대화와 지시가 오갔는지 조사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난 5월 구원파 소유의 금수원 정문에 우리가 남이가!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 라는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그런데 구원파 측은 검찰이 그 현수막을 내려달라고 종용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앞에서는 세월호 사건 수사와 유병언 검거에 집중하는 것처럼 한 검찰이 뒤로는 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목한 현수막에 신경 쓰면서 내리라고 종용했을까요?

만약 유병언과의 관계가 검찰 수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조직의 대선배에다가 살아 있는 권력인 현직 대통령비서실장의 눈치만 보는 검찰이 과연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까요? 검찰이 보인 수상한 행태는 역설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세월호 특별법이 왜 필요한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대통령은 내란 외환의 죄 이외에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되지 않는 특권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왕실장이라 한들 대통령의 특권 뒤에 숨기면 안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지난 5월 대국민사과에서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책임은 저에게 있다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만들겠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대통령께서 눈물을 흘리며 남긴 진심어린 사과와 다짐은 국민들의 뇌리에 생생히 남아있습니다.

신뢰 없이 정의는 세워질 수 없습니다.

방법이 정의롭지 않으면 그 결과도 정의로울 수 없습니다.

대통령께서 세월호 사건을 철저히 진상규명을 해 국가정의를 세우겠다는 의지를 보이려면 김기춘 비서실장부터 해임해야할 것입니다.

신뢰와 정의의 약속을 실천하는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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