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아요, 140416

박 혜 숙

 

출근길 서울 한복판에서 한강다리가 무너졌다. 직장인학생 등 시민 32명이 차가운 한강물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당시 무학여고 학생 8명도 등굣길에 참변을 당했다. 성수대교 붕괴 참사(19941021)가 터진지가 벌써 20년이 되었다.

 

지난 1016일은 세월호 침몰 참사가 난지 6개월이 되는 날이다. 세월호 침몰 참사는 2014416일 오전 848분경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청해진해운 소속의 인천발 제주행 연안여객선 세월호가 전복되어 침몰한 참사이다. 2014418일에 세월호는 완전히 침몰했다. 이 참사로 탑승인원 476명중 29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실종되었다. 이중 경기도 안산시 소재 단원고 2학년 325명 가운데 250명이 사망했다. 20년의 시차가 있지만 성수대교 붕괴때도 우리나라는 온통안전불감증지대라며 이구동성으로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요란법석을 떨었다.

그런데 채 상흔이 마르기도 전에 온 국민을 비탄에 빠뜨리고 흥분의 도가니로 들끓게 했던 비극적인 참사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가싶게 금세 잊혀졌다. 세월호 참사도 연예인 사건, 64 지방선거, 월드컵까지 다사다난한 일이 겹치면서 무뎌지고 아직도 인양되지 않은 희생자가 몇인지, 세월호 특별법이 어떠한지도 아련해지고 있다. 그런데 지난 17일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걸그룹 포미닛의 공연 중 무대 인근 환풍구에 올라간 관람객 20여명이 20m 아래로 추락해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참사는 허가권자, 시설물 제작사, 주최 측과 관객들의 안전 불감증이 복합된 인재다. 실제로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씩 드러나는 판교참사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주최측은 4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했지만, 이것도 서류상에서만 있었다. 서류상 안전요원으로 지정된 4명은 자신의 임무가 무엇인지 당연히 몰랐다.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 원인도 세월호 등 최근 다발성으로 벌어진 일련의 대형사고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안전 불감증이 낳은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특히 이번 참사는 넓지 않은 야외공간에서 열정적인 걸 그룹 무대가 펼쳐지고 이 공연을 많은 젊은이들이 즐긴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최우선 고려사항은 안전문제였음은 두 말이 필요 없다. 하지만 현장에는 단 한명의 안전요원도 없었다. 기가 찰뿐이다. 주최측이 조금만 더 안전의식을 갖고 제대로 주변을 확인만 했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세워져야한다. 환풍구를 아주 튼튼하게 만들거나, 그것보다는 사람의 접근을 차단하는 장치를 만드는 게 우선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환풍구가 실제로는 위험 사각지대란 사실을 못 느끼는 국민들의 무관심과 평균적인 안전의식의 부재가 이런 어이없는 참사를 불러일으켰다.

사고가 발생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연장 안전 대책을 점검하겠다고 나섰다. 정치권 역시 "정부와 협조해 전국 통풍구를 종합점검하겠다."고 했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의례적으로 나오는 반응들이다. 이런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에 기대를 거는 국민은 거의 없다. 지난 4월 사망자 294, 실종자 10명이라는 대형 참사가 터진 이후 6개월이 지났어도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6개월이 지나도록 우리는 세월호 참사에서 무엇을 배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하는 꼴인 경우가 된 셈이다. 지금부터라도 다시 시작해야한다. 하나뿐인 귀하디귀한 생명을 어른들의 무관심과 무책임으로 인해 더 이상 허망하게 보내서는 안된다. 처음부터 다시 바탕을 굳게 다지고, 뼈대를 올리고 튼튼하게 집을 지어야 한다. 먼저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이웃과 공동체를 돌아보며, 안전하고 평화롭게 사는 방법을 함께 이야기해야한다. 또한 모든 일을 함에 있어 우리모두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안전을 최우선해야한다. 그리고 감정적인 경박하고 조급함을 버리고 이성적으로 진중하고 차분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결코 잊지 말아야한다.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가장 서글픈 것은 잊혀진다는 것이다. 잊혀진다는 것은 정말로 죽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진도체육관과 팽목항에는 사랑하는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다 지쳐 슬피 우는 사람이 있다. 우리가 들어야 할 것은 정보가 아니라 누군가의 소리이며 소리는 앉아서 듣는 것이 아니라 소리 나는 곳으로 달려가야한다. 진실로 자원봉사자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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