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원/ 전 영광군한우협회장, 영광유통주식회사 이사

이경해 열사는 누구인가

전남 영암에서 태어나 1974년 서울농업대학교(현 서울시립대학교)를 졸업하고 유년시절을 보냈던 전북장수에 서울농장을 짓는다. 송아지 2마리로 시작한 서울농장은 1978년 전북 새마을 청소년 훈련농장으로 지정됐고 여기서 이경해열사는 수많은 후계농들을 양성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88년 제 3FTO(유엔 식량농업기구)로부터 아시아 태평양지역 올해의 농부상을 받기도 했다. 1980년대 초반 정부가 수입소를 무리하게 농가에 분양했던 복지 농촌 시범사업 조성 정책으로 인해 소파동이 일어났고 그 피해 당사자이기도 했던 이경해열사는 이때부터 농민운동에 첫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1987년 전북 농어민 후계자 협의회장을 거쳐 1989년에는 전국농어민 후계자 2대 회장을 역임한 그는 1990년 체육 청소년부로 탈법이관된 한국마사회를 다시 농림부로 환원시키기 위해 26일간 단식농성을 벌여 목표를 이뤄냈고 2003년 스위스 제네바 WTO(세계무역기구)본부앞에서 WTO Kills Farmers’(WTO가 농민을죽인다)라는 피켓을 몸에 두른채 한달여 동안 1인 단식 농성을 했다. 그러던 이경해열사는 결국 2003911일 제 5WTO각료회의가 열린 멕시코 칸쿤에서 경찰이 막아 놓은 2m 50cm의 저지 장벽에서 자결하며 나를 염려마라, 열심히 투쟁하라라는 말을 남기며 눈을 감았다. 향년 56,

이경해열사의 죽음은 WTO가 표방한 신 자유주의에 경종을 울렸다.

이경해열사는 WTO에 전달한 서한에서 허구적인 신자유주의가 세계 각지의 다양한 농업을 말살시킬것이며 이로써 모든인류에게 재앙이 초래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만큼 국가간의 국경을 허물고 전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해 오직 시장기능만이 모든 경제활동과 삶을 믿받침하게 한다는 논리의 신 자유주의가 농업에 위기를 불러 올 수 있다는 이열사의 경고였다.

한우산업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것인가?

이열사가 이세상을 떠난지 11, 지난 10.23FTA반대를 위한 축산인 총궐기대회 이후 FTA국회비준 반대 대책위원회 위원들은 FTA로 죽는날을 기다릴 바에는 우리국민, 후계축산농민들을 위해서라도 마지막 생존권을 지키려는 마지막 선택이라며 단식농성 돌입에 들어간 와중에 한,중정상은 지난 10일 양국정상회담에서 FTA협상이 실질적으로 타결되었다고 공식선언했다. 또한 한,중 정상의 서명 잉크도 채 마르기 전인 15일 설상가상으로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호주을 방문한 한, 뉴질랜드 두 정상이 FTA 타결을 공식 선언했다. 날벼락도 유분수지 명색이 일개 국가의 대통령이 자국민의 이해집단이나 당사자에 한마디 설명도 없이 더구나 뉴질랜드는 쇠고기 강국이 아닌가.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초원에서 자연에 의해 사육되고 있는 소와 비싼 가격으로 수입된 배합사료에 의해 키워낸 우리 한우와 경쟁하라니, 이땅에서 우리 한우산업을 포기하라는 정책이 아니면 또 무슨 설명이 있겠는가. 중국 또한 호주에서 들여온 화우(일본에서 한우를 개량한 소)를 사육하는 대규모 기업 농장이 생겨나는 등 고급육 생산을 빠르게 늘리고 있어 중국산 쇠고기가 국내 시장에 들어올 날도 머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영연방 3개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FTA2015년 발효될 경우에 대비해 정부지원책을 설명하면서 2029년까지 15년동안 한우생산이 1100억원가량 줄어들것으로 예상하면서 국내 축산물가격. 품질경쟁력 제고, 친환경적인 축산환경 조성, 사료 직거래 자금 지원확대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수입 쇠고기가 국내시장의 60%차지하고 있으며, 뉴질랜드나 호주는 한국시장을 겨냥해 한우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고급육을 개발중인 상황에서 대책이 되겠는가?

이제 남은 절차는 FTA대한 조문작업에 대한 법률적 검토와 정식서명, 국회비준이다. 당연히 국회는 협정에 따른 경제적, 사회적 득실과 농촌에 미칠 영향을 정밀하게 검증해야 한다.

단순한 결과 추인이 아니라, 판을 깨는 것도 불사한다는 각오로 비준에 임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 농촌.농민을 위하다 먼저가신 이경해열사가 긴 잠에서 깨어나 농업강대국들과의 자유무역 협정소식을 접하면 산자는 무엇이라 답해야 할것인가.... 삼가 명복을 빕니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