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희/ 홍농읍 주민자치위원회

요즘 세태를 모름지기 살펴보면 우리 모두 전에 없는 노년 수난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우선 돈 때문에 자녀들이 부모를 학대하고 심지어 살해하기도 하며 또 미련 없이 버리기도 하는 막다른 세상이 돼 버렸다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고령인구의 증가를 심각한 재앙으로 생각하는 시대가 온 것이 아닌가 싶은데 최근 정치권을 비롯하여 사회 각계각층에서 노인들을 오욕과 수난으로 얼룩지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번에는 여기서 거론하기조차 껄꺼로운 이야기 .40대 중반의 아들이 노부모를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처럼 엄청난 사건이 커다란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는 사회현상이 정말 실망스럽기 그지없을 뿐이다. 말하자면 우리 사회에서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흔한 사건중의 하나일 정도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여행을 가장해 일단 집을 나서서는 인정사정없이 부모를 길거리에 버리는 비인간적인 행위나 또 부모가 특정학교 지원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폭행하고 사는 집에 불까지 질러 아버지를 숨지게 한 중학생의 믿기지 않는 사건도 얼마 전 발생했다. 또한 어린나이에 여자 친구와 교제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부모를 원망하다 못해 흉기로 살해한 경우도 있었다. 한편 부모의 재산이나 보험금을 노린 존속살해도 해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참으로 끔찍하고 충격적이다. 이런 불행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나 자신 몽둥이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돌아버릴 지경이고 놀란 가슴은 추스리지 못할 정도로 뛰고 있어 얼른 진정이 되지 않는다. 하등 짐승도 제 어미를 알아보고 깎듯이 챙길진대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어찌 이럴 수가 있을까? 아픈 가슴을 안고 통탄할 따름이다.

더욱이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그동안 국내 존속살인은 꾸준히 증가추세다. 201046건이던 것이 2001158, 2012년에는 66건에 이르고 있다. 어쩌면 천륜이 패륜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더 이상 가정에서 웃어른의 자리는 없고 권위도 사실상 찾아볼 수가 없다.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길을 가다가 청소년들의 비행을 보고도 못 본 척해야한다. 버스 정류장에서도, 지하철에서도 노인들에 대한 배려나 양보는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돼 버렸다. 잔소리를 했다간 오히려 큰 봉변을 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실정이다.

지금 노년세대들이 과연 누구인가? 그동안 선진국 문턱까지 이끌어온 국가발전의 위대한 공로자들이다. 사실 우리 노년 세대들은 국가의 번영을 위해 젊음과 인생을 다 바쳐 헌신해왔다. 가난만큼은 절대로 후세에 물려주지 않으려고 고생과 고통을 마다하지 않았다. 부강한 조국을 꿈꾸며 이를 악물고 자신에게 부여된 직분을 모름지기 다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신도 흐려지고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노년기에 접어든 지금, 고대했던 상황과는 너무나 다른 실망스런 사회현상 .거듭 강조되는 말이지만 사실 부모세대의 땀과 노력, 그리고 계속된 고생으로 현재 윤택한 삶을 살게 된 젊은 세대들은 우리 노년 세대들을 외면하고 더 나아가 거북스런 존재로 취급하고 있는 현실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무엇보다 인간의 근본은 효성인데 효도에 대한 가치가 무시되고 오직 돈만이 인정을 받는 잘못된 사회로 변질돼가고 있다. 돈만 있으면 가정도, 사회도, 부모도, 자식도 모두 뒷전이 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학교나 사회에서도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너나없이 발버둥 치다보니 어른에 대한 존경심이나 배려 같은 것에는 관심조차 없는 실정이다.

지금의 노년세대들이 과연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오직 자식들이 잘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헌신적인 뒷바라지에 최선을 다한 것이 죄라면 죄일 뿐이다. 그래서 부모들은 가진 것이 있으면 자식들에겐 결코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젊은 세대는 또 어떠한가? 부모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자신의 재산을 털어 부모를 성의껏 모시는 자식은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돼버렸다. 오히려 못 배워서 무식한 뒷방의 아무 능력이 없는 늙은이 취급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늙은 부모가 아들, 며느리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아닌가?

하기야 이같은 하소연이 다소 지나칠지는 모르지만 최근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기 위해 거리에서 파지를 줍고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때우는 노인들 대부분이 반듯한 직장에 다니는 자식들이 있다. 사실 핵가족 문화와 지나친 물질만능주의가 우리에게 가져다 준 아쉽고 부끄러운 현상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OECD 34개국 중 노인 빈곤율과 그리고 자살률이 단연 1위다. 세계적으로 10위권 경제대국이라지만 정말 수치스럽고 또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가 지난 역사와 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것은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전통적 가치 때문이다. 하지만 7~80년을 살면서 삶의 가치를 쌓아온 노년세대들을 요즘 젊은 세대가 아무 쓸모가 없는 인간으로 치부하는 가슴 아픈 현실 앞에 이 세상을 살아갈 의욕과 희망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이여! 항상 명심하시라. 부모가 아니 노년세대가 언제까지 곁에 있는 것이 아닐진대 떠난 후에 아쉬워하고 또 후회하지 말고 곁에 계실 때 정성껏 잘 모시고 또 소통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하루빨리 인성교육이 재건되고 효사상이 바탕을 이룬 가운데 노년세대에 대한 관심과 존경의 분위기가 점차 이루어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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