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연/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구랍 11일 통계청이 내놓은 장래인구추계 2013~2040’에 따르면 전남의 인구는 2013176만여 명에서 2040172만여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언뜻 보면 인구 감소폭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다행이라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매우 심각합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1337만여 명에서 204071만여 명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젊은 세대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최고수준의 고령화와 최저수준의 소득은 암담한 우리 현실을 보여주는 전남의 자화상입니다. 대한민국의 산업화, 현대화가 대도시에 집중되다보니 우리의 고향은 서서히 쇠락해가고 북적거렸던 옛 고향의 활력은 새벽녘의 아궁이처럼 사그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에 체념할 수 없습니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자조는 더욱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이름 없는 어느 누군가에게 생존의 문제가 달린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난 한가위에 방문했던 영광 시장에서 사과 한 봉지를 팔기 위해, 조기 한 두름을 팔기 위해 목청을 돋우는 시장상인들의 모습을 보고 잠시 어린 시절을 회상했습니다.

저는 영광에서 태어나 스무 살 청년이 될 때까지 자랐습니다. 그 시절만 하더라도 읍내에는 사람도 많았고, 볼거리도 참 많았습니다. 어린 시절,어머니를 따라 장터에 나가노라면 북적이는 사람들과 고소한 냄새가 사방에서 코끝을 간지럽혔습니다.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어머니의 치마를 잡아당기다가 많이 혼나기도 했습니다. 물론 수십여 년 전의 시장과 지금의 시장은 외형적으로 많이 달라진 것이 사실입니다. 거리도 많이 변했고, 새로운 건물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그렇지만 시장이 떠나가라 외치는 아주머니들의 우렁찬 목소리와 무거운 짐을 나르며 땀을 뻘뻘 흘리는 아저씨들의 모습은 그대로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시장상인들의 목소리와 눈빛만큼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내일은 더 나아지겠지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순박한 사람들의 모습도 그대로입니다. 저는 우리네 이웃들의 소박한 믿음이 꿈으로만 남겨두게 할 수 없다고 다짐했습니다. 그 소중한 믿음이 현실로 이루어지도록 힘을 보태야만 한다고 확신했습니다.

여전히 우리 전남에는 소득과 신용이 낮아 금융 이용에 소외되는 계층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전남신용보증재단의 이사장으로 근무하며 3가지만큼은 반드시 이루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일해 왔습니다. 사업하고 있는 지역업종’, 그리고 신용등급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않고 공평하게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불균형 해소를 통해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신용보증 확대가 자연스레 이뤄지고,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선순환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신념은 결과로 증명되었습니다. 2014년 보증공급 3,600억원 달성, 전국 최고수준의 지점직원 수 증가율, 2년 연속 전라남도 출연기관 경영평가 1위 등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저희 재단은 2015년에도 전남경제의 활력을 위해 외형적인 성장과 내적인 변화와 혁신은 계속될 것이며, 찾아가는 보증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실천하겠습니다.

20151, 전남신용보증재단 영광지점을 개설하겠습니다.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함께 하겠다는 헛된 구호는 외치지 않겠습니다. 생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드려 청년이 돌아오는영광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저희 재단을 이용하기 위해 먼 장성까지 걸음을 옮기셔야 했던 많은 분들의 불편을 이제나마 해소하겠습니다. 지점 개설이 다소 뒤늦은 감이 있습니다만, 늦은 만큼 더 열심히 뛰고 더 힘차게 움직이겠습니다.

현재 영광에는 3,500여개의 업체가 있으며 그 중 28%에 해당하는 1,000여개의 업체가 저희 재단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2,500여개의 업체들에게 저희 재단의 역할을 알리겠습니다. 영광의 모든 소상공인들이 활력 넘치게 일하고, 청년이 돌아오는 영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경기침체의 그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두운 길을 걷는 영광의 소상공인들에게 한줄기 불빛이 되겠습니다. 저희 영광지점에서 시작될 성냥 한 개비의 불씨가 횃불처럼 타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새로이 시작될 청양의 해를 맞아 어렵고 힘든 일은 양처럼 부드럽게 넘어가고, 즐겁고 좋은 일은 청색의 의미처럼 빠르게 다가오는 한 해가 되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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