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누구 없소 !

박 혜 숙

언제부턴가 세상소식을 아는 것이 무섭고 두려워져서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싶어졌다. 소설이나 공상 속에서나 일어날 것 같은 일들이 자주 뉴스의 헤드라인 자막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무자비한 폭력이 난무하고 반인륜적인 사건이 천연덕스럽게 벌어져 보고 듣는 이로 하여금 소름이 돋게 만든다. 그래서 요즘은 TV나 라디오를 켜기가 망설여진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는 때에 교통관련 방송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하고 원활한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교양프로그램들은 우리의 인격과 정서를 함양할 수 있도록 자양분이 되어 주기도 한다.

우리는 얼마 전 민족대명절인 설날을 보냈다. 설날은 새해를 맞이하여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 못 나눴던 뜨거운 형제애를 나누고 조상을 기리고 부모님의 건강과 행복을 빌고 새해를 설계하는 뜻 깊은 날이다. 그리고 전지구촌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특히 나를 낳아주고 길러 주신 부모님을 찾아뵙고 세배를 드리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귀중한 아름다운 풍습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설 연휴가 끝난 다음날 들려온 뉴스는 우리의 현주소를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고 울화가 치밀어 오르게 한다. 서울의 한 주택에서 홀로 살던 70대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뒤 며칠 지나서 발견이 됐는데 같은 주택 위층에 숨진 노인의 아들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건물주도 또 다른 아들이었다. 집 앞에 놓인 명절 음식이 며칠 째 그대로라며 경찰에 신고 되어 알려 졌다.

설날을 열흘 남짓 앞둔 201527일에는 서울 용산구 다세대주택 1층 단칸방에서 장모(7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장 씨의 예금통장에는 고작 27원이 남아 있었다. 장 씨는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해오다 최근 건강이 악화되면서 병원비로 생활비를 써야 했다. 자녀를 5명이나 뒀지만 안치실을 찾은 가족은 한 명도 없었다. 홀로 살던 장 씨는 마지막 가는 길까지 혼자였다. 설을 앞두고 오갈 데 없는 노인가구의 한 단면 이라고 하지만 너무 안타깝다.

이렇듯 안타까운 고독사(孤獨死)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0054만 명이던 독거노인은 2012119만 명으로 갑절 증가했다. 2035년에는 34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1인 가구 비율은 또한 최근 10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2000220만 가구였던 1인가구는 2010414만 명으로 늘었고, 2025년에는 전체 가구의 3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외로 무연고 사망자의 연령대는 60대가 아니다. 50대가 253(28.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60199(22.6%), 70세 이상 153(17.4%), 4090(10.3%) 등의 순이었다. 65세 이상 노인이 228명으로 전체의 26%를 차지했다. 고독사는 주로 경제적 어려움으로 약화된 사회적 연계, 사회안전망 부족 등으로 발생한다. 특히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고독사는 가족해체의 한 지표인 셈이다. 가족과 단절된 사람은 친구관계도 소원해지고 사회로부터 단절된 채 고독하게 살다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약화된 사회적 연계, 사회안전망 부족 등으로 발생한다. 인간관계의 범위가 줄고, 관계의 질이 희박해지면서 생기는 우리 시대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골에도 마을공동체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가족과의 단절과 고령화사회로 진행된 지역에는 노인인구가 많다. 마을 사람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마을 자체가 사라지면서 공동체문화는 약화되었다. 초저출산으로 가족의 구조가 달라지고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문화도 달라졌다.

이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시··구 자치단체가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직접 챙기고 있다. 광주광역시 서구는 20141월부터 전국 최초로 공영 장례제를 시행 중이다. 돌봐줄 가족이 없는 기초생활수급자나 무연고자·장애인이 사망했을 때 지자체와 이웃들이 나서서 장례, 화장, 사망신고 등을 맡아 처리해 준다. 광주 남구와 북구 등도 이 제도를 잇 따라 도입했다.

거기 누구 없소?”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의 제목이다. 외롭고 힘들 때는 목이 터져라 불러보며 나를 달래고 위로했던 노래이다. 지금은 그 노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고독사(孤獨死)를 생각하니 갑자기 목울대가 올라오며 처연해진다. ‘거기 누구 없소’ . 처음부터 외로운 사람은 없다.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다. 기쁠 때나 슬플 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다. 안부를 묻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봉사가 된다.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소리 없이 외친다. 우리는 그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거기 누구 없소라고 소리쳐 노래 부르지 못하는 용기도 없고 힘도 없는, 그래도 같이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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