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와 영광의 먹거리

무엇이 그렇게도 아쉬웠을까? 무엇이 그렇게도 숨넘어갈듯 바빴을까?

9월의 상사화 잎새는 낙엽이 되어 푸른 대공만 덩그러니 남긴 채 홀로 꽃피우고 만날 수 없이 사람들에게 애잔한 모습만이 저렇게 남았는데....

무릇 상사화에 목메는 사람들에게 영광은 아름다운 가을을 아낌없이 선사합니다.

상사화 피는 계절이면 가을을 부푼 가슴으로 기다려온 기러기떼가 영광 하늘에서 기쁨의 상봉을 나누고 꾸역구역 사람들은 상사화 피는 불갑산으로 산이 무너질듯 어마어마한 인파가 꽃사냥에 나섭니다.

출렁이는 황금들판과 아직은 푸르름이 가득 남은 불갑산 연실봉을 뒤로하고 온통 산허리엔 붉은꽃 상사화가 아침이슬을 대굴대굴 굴리며 콩닥콩닥 가슴을 여미게 합니다.

사람이 많은곳 그리고 바다속에 잔뜩 가을이 가득찬곳 영광의 먹거리는 상사화의 아련함과 같이 찾아듭니다.

황금들판의 굵은 벼이삭은 힘겨워 고개를 잔뜩 숙이고 저기 백수뜰에 하얀산을 이룬 소금더미는 풍성한 미네랄이 가을 하늘아래 영롱이 반짝이는건 세계5대 소금밭인 이곳 영광을 순백의 또다른 맛의 계절로 잉태하기 때문입니다.

가을의 전설은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가을전어가 팔딱이고 그 곱고 노릇한 냄새는 모두의 발길을 돌려세우고 백수소금과 어우러져 가을맛을 질펀하게 풍깁니다.

가을에 영광은 칠산바다에서 불어오는 살풋한 바람은 살집이 더 포동해지고 육즙이 더 움실거리는 장어의 육중한 맛 또한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장어맛에 중독 됩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가을의 영광은 멋과 맛이 살아나고 그 멋과 맛은 상사화가 주는 그리움과 애닯음을 이내 잠재워 버립니다.

푸짐한 영광 한정식은 바다와 산과 들을 품어 어느것 하나 눈길이 끌지 않는게 없고 조선의 임금님도 이만한 수라상을 받았을까 살짝 의심하여 봅니다.

가을에 법성포는 물빠짐이 좋은 굴비가 낮설지 않고 밥상을 지배하여 흰쌀밥에 녹아듭니다.

이른새벽에 불갑산에 오르는 기분은 아침이슬에 진한햇살이 마중을 하고 그 햇살은 꽃잎과 꽃의 가련한 이별을 애처롭게하여 문듯 그리움에 목멥니다.

그래서 가을에 상사화는 이렇게 피었나 봅니다.

또 가을의 영광바다속은 풍요로움이 넘치는 먹거리가 사람의 미각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상사화로 사랑 그리고 이별을 마음껏 노래하게 하는 시인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영광엔 그 반대급부인 먹거리가 바다와 들과 산에서 가을의 입맛을 풍부하게 하고, 마음속에 응어리진 상사화의 그리움의 아픔을 살짝 내려놓게 합니다.

꽃은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면 그 아름답고 단아한 자취를 세월을 기약하고 떠나야 하지만 그 애틋한 그리움 뒤에는 눈과 발길을 머물게 하는 값진 영광이 있습니다.

어떤 방송에서 시청율의 볼모가 되어 자극적인 방송으로 폄훼한 영광의 굴비를 다루었지만 먹을거리의 발전하는 시대상과 편의성, 다변성은 왜 간과하는지, 무엇을 위하여 지역이 애써 가꾼 먹거리에 훼방을 놓는지 알수는 없었지만 굴비의 높은맛과 깊은 사랑을 외면 할 수 없는게 바로 영광의 자랑임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가을꽃의 전설 상사화는 관광객의 시선을 고정시키고, 눈과 발을 붙잡게 하며 상사화에 취한 사람들은 영광이 보이고 영광의 맛에 다시한번 취하여 볼모가 되어, 어디서든 언제든 찾아오는 영광이 될거고 우리는 더 맛있고 더 멋있는 영광 가꾸기에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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