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기/ 시인, 민우극단 대표

연말이 오면 직장과 단체와 모임에서는 결산을 마친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해를 준비한다. 여기 저기 망년회다. 한해의 애환을 배설하는 통쾌함을 즐긴다.

그러나 올해는 예측할 수도, 중단의 조짐도 없는 테러와 나라를 탈출하는 난민과 보복 전쟁으로 전 지구민을 불안케 한다. 테러는 불특정 다수가 대상이다. 예전에는 분쟁지역에 국한되었었다. 지금은 적대국의 민간인 시설이 목표물이 되었다. 파리 테러는 전 세계에 공포를 확산시켰다.

테러는 배타적 원한 관계에서 발생한다. 이슬람 강경세력과 서방이 웃통을 벗었다. 항모들이 지중해를 에워싸고 첨단 전폭기가 폭격을 가한다. 외로운 늑대라는 자생적 테러리스트가 발생했다. 공연장, 축구장, 지하철 등 대중적 시설물이 표적이 되었다.

911테러를 감행했던 빈 라덴이 죽게 됨으로써 종식되리라 믿었던 미국은 뉴욕 테러에 대한 보복에 그치고 말았다. 마치 슈퍼박테리아처럼 강력한 변형 대항을 불러일으켰다. 자칫 잘못되면 제 2의 십자군 전쟁이 발발하게 됨으로써 이슬람권과 서방과의 대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

국내라고 조용할 수는 없다. 창조 경제와 복지를 내세운 정부는 창조 경제의 실체가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고 경제 체질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복지 실현은 적은데 국민 부채만 늘어 정책을 의심케 한다. 저항 노동자는 해고하고 청년 실업자를 심겠다는 돌려막기식 노동법 개정은 진보단체 분규를 일으켰다. 중국 농산물 fta는 우리 쌀값 등 농산물값 하락을 가져왔다.

작년에 일어났던 세월함 참사는 지금까지 분노가 삭히지 않았다. 더구나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분노를 폭발하게 했다. 국민 집회가 있었다. 진압 과정에 희생자가 나왔다. 정부의 노동법 개정, fta 협약, 국정 역사 교과서 강행은 서방의 맹폭과 같다. 진보 세력은 광화문에 모였다. 대규모 집회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 민주 시민은 성숙한 대응을 했다. 2차 집회를 문화집회로 가기를 부탁했다.

올 연말은 국내외가 어수선하다. 분명 송년을 하는 풍경이 편하지 않다. 사람들은 어수선하고 힘든 만큼 새해를 간절히 기다린다. 근심과 불안을 떨쳐버리고 싶다. 친구와 동료와 가족들이 술잔을 기울인다. 정부가 국정의 실패를 전과하기 위해 국민의 폭력 집회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국민도 폭력적 시위를 자제하여야 한다.

사실 세계의 극단적 대립은 문화의 손상에서 왔다. 테러와 폭격도 그 뿌리는 문화 존중의 부제 혹은 방심에 있다. 이슬람은 삼대 종교의 하나다. 율법과 계시는 국가 통치 수단이다. 제정일치라고 보아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 사회는 왕정 통치가 가능하다. 그들 사회 속에서도 교리 해석 차이로 대립한다. 수니파와 시아파다. 예멘 이집트 리비아 등 아랍국들이 민주화가 번졌다. 미국과 서방이 병력과 폭격을 지원했다. 가다피가 독재자 전범으로 비참하게 죽었다.

그 즈음 우리 지역 출신 원로작가와 담소를 나눴다. 민주화의 배경에는 자원 전쟁의 음모가 숨어 있고 왕정과 독재는 사막 국가와 이슬람의 특성이라고 진단했다. 그들의 문화를 절단하는 것은 새로운 투쟁을 불러올 거라 예측했다. 결국is가 등장했다. 생명의 존엄성은 사라졌다. 더구나 위험한 우려, 3차 대전의 조짐이 일고 있다. 거기까지가 얘기의 주제였다.

미국과 서방은 민주화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무력 개입을 했다. 희생은 정부군보다도 민간인이 많았다. 더구나 민주 국가를 이끌 강력한 지도자와 세력이 없다. 시민혁명은 일시적 승리감에 도취했을 뿐 무정부 정국을 맞았다. 왕정 독재보다도 더 험악한 생태가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도시 테러의 주범이 된 외로운 늑대가 생겼다.

정부는 창조경제, 민생 복지의 실정을 법 개정, fta, 교과서 국정화, 희생자 방관 등 독재적 정책으로 폭격하고 있다. 시위하는 진보 세력보다 서민과 기층 민중이 더 어렵다. 노동을 하고 농사를 지을 힘을 잃었다. 우리 국민의 무기력은 이슬람 국가의 무정부 상태와 엇비슷하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민주화를 성공시킨 위대한 민주 국가다. 국민은 스스로 족쇄를 채우지 않는다. 문화 시위를 가져갔다. 이젠 정부에서 답을 해야 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취소, 대 중국 fta에 따른 농가 대책 협의, 실질적 민생 정책 대안 등을 내놓아야 한다. 이것을 빌미로 헌법 개정을 꿈꾼다면 국민과 십자군 전쟁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 정부도 지나친 독단을 버려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그것은 독재적 특성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큰 희망을 가졌던 청양의 해가 퇴장하고 원숭이해가 오고 있다. 병신년이다. 세계 시민이 병신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도 해가 가고 해가 오는 연말은 무거운 것들을 내려놓는다. 새해는 총선이 있고 독재화하려는 정세다. 사람을 닮아 지혜롭다는 원숭이 해, 국민이 슬기로워야 할 때다. 병신처럼 져주는 것도 지혜다. 힘이 없어지겠느냐. 더 시끄럽지 않기 위해서 져주는 거다. 문화는 존중되어야 한다. 시위를 문화로 하자. 전쟁도 문화로 했으면 하는 새해의 꿈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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