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버림 정종 선생이 지난 13일 영면하셨다. 정종 선생은 19159월 영광읍 도동리 324번지에서 태어나 영광보통학교를 졸업하고 배재고, 중앙불교전문학교를 거친 뒤 일본 동양대학 철학부를 나온 영광이 낳은 불세출의 철학자이다.

그의 호 온버림은 스스로 자유임을 선포하는 것이자 무욕의 삶을 통해 후회 없는 삶을 살고자 했던 발로였다.

정종 선생은 그의 평생의 철학적 주제이기도 했던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후회 없는 인생을 사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였다. 후회 없는 인생의 경영을 위해, 고뇌하고 이를 극복키 위한 결단의 무한 반복, 여기에 인생의 진면목과 창조의 기쁨이 있다는 말이다.

정종 선생은 서양철학에 입문한 뒤 우리 겨레 사상의 근간이 된 공자사상에 심취하여 동양철학자로서 거듭난 학자이다. 동서양의 철학사상을 오가며 인문철학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그는 또, 음악을 사랑하는 예인(藝人)이자 등산을 지극히 좋아했던 어진사람(仁者)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은 그의 학문의 진정성과 열정, 그리고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구현한 박사(博士)라고 부른다..

정종 선생은 영광을 떠난 지 반세기 만인 1998년 나이 여든넷에 중학 때부터 굶주리며 사 모은 애장서 약 5천권을 영광군립도서관에 기증하며 고향 영광 땅을 다시 밟았다. 선생은 집필활동은 물론 독서도 하고, 우리 고장 문예 진흥을 위해 힘쓰셨다.

아흔이라는 나이와 극도의 약시로 인해 앞을 보는 것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그래도 두 다리는 성하다며 영광 땅을 한길 한길 더듬어 가며 영광의 미래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도 더 염려하고 깊이 사색했다.

영광생활 9년째인 2006년 그는 영광신문 인터뷰에서 문학도, 예술도 없는 마치 황무지가 된 한 영광과 자주 대면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공자의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 즉 가까이(영광)에서 사는 사람을 즐겁게 하고 먼 곳에서 사는 사람들을 모여들게 하는 것)를 인용했다. “지역의 인재를 키워 영광사람이 이곳에 사는 것을 즐겁게 하려면 먹고 살 수 있고 살 가치가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문화적 부가가치를 소홀히 하는 지역분위기를 엄히 꾸짖으면서 문화예술의 향기가 만연한 살맛나는 영광의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이제 온버림 선생은 가셨지만 선생의 영광문화 정신을 기억해야 한다. 선생이 남기신 유지를 받들어 영광의 문화유산을 재창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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