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학교

박 혜 숙

둘째아이가 처음 어린이집을 갔을 때가 14개월이었다. 기저귀도 떼지 않은 채 가족을 떠나 공동시설에 맡긴다는 것에 마음이 무거웠다. 더군다나 미리 계획을 한 것이 아닌 갑작스러운 일이 여서 맡겨야하는 부모입장에서 먼저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부랴부랴 자리가 비어있는 어린이집을 찾아 맡기던 날은 아이도 울고 나도 울었다. 그러나 그 후 약간의 감기로 힘들었지만 적응을 했고 잘 지낼 수 있었다. 그 갑작스러움에도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어린이집이 작아서였다고 생각 한다. 기저귀를 가방에 들고 오는 두 살 반이 생긴 지 얼마 안 되어 아이 숫자가 적었다. 그래서 내 아이를 봐 줄 시간이 많겠지라는 생각에 맘이 한결 편했었다. 초등학교 전 기간과 같은 6년의 어린이집 생활을 마치고 8살이 되었다.

이젠 초등학교다. 예전에는 별 고민 없이 초등학교를 보냈다. 그러나 공립학교 세대인 부모는 아이에게는 경쟁적인 성적표와 학습에서 해방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리나 또 취업난에 허덕이는 현실적인 문제와 직면하면 더 좋은 학교에 보내 성공시키고 싶은 욕심이 공존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어려워졌다. 어려운 선택을 우리는 너무 일방적인 보통 사람들에 묻어서 쉽게 한 건 아닐까? 요즈음은 자연과 함께 하고 기존에 틀에서 벗어난 좀 더 창의적인 교육을 시키고 싶은 바램으로 대안학교나 작은 학교를 찾는 부모들을 많이 본다. 학교생활에서 자연을 느끼고 아이들은 서로 부대끼며 왕따 같은 것을 모르는 학교, 선생님과 학부모가 서로 믿고 의지하며 가족처럼 지내는 학교를 어느 부모나 꿈꿀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마음이 있다고 해도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일단 집 주위에는 그 런 교육을 하는 대안학교라는 곳은 주위에 없다. 등하교를 하기 엔 멀다. 이사는 더욱 어렵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는 큰 학교에 대한 미련도 있다. 30명 이내 학급 인원을 이끄는 담임선생님은 하루 종일 너무 바쁘다고 한다. 우리 때를 생각하면 60명에 가깝던 시절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이가 하나이거나 둘이 대부분인 요즘 부모에 마음은 편하지만은 않다. 학교를 즐겁게 다니면서 아이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란다.

대도시에서 있는 큰 학교를 벗어나 작은 학교에서 대안을 찾아보고자하는 바램은작은 학교의 힘’(박찬영)이라는 책에서 볼 수 있다. 초등교육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판하면서 그 대안으로 작은 학교를 제시한 책이다. 지금의 아이들은 입학과 동시에 무한 경쟁으로 내몰려 온갖 학원을 순회하고, 부모들은 학교에서 우리아이가 차별을 당하진 않을지 걱정하게 된다.

현직 교사인 저자는 큰 학교 위주로 돌아가는 현행 공교육의 문제를 꼬집고 공교육 틀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작은 학교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내 아이를 위한 좋은 학교가 어떤 것인지 안내한다. 작은 학교의 힘에 대해 알려지면서 큰 학교를 작은 학교처럼 운영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었고 혁신학교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교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금품, 물품, 향응을 제공받아선 안 된다. 교사는 학생에게 체벌을 가해선 안 된다. 교사는 수업 시간을 엄수하고 태만해선 안 된다 라거나 학부모가 해서는 안 될 덕목들을 스스로 만들어 공유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좋은 학교는 어떤 학교일까? 이에 저자는 '좋은 학교의 3가지 조건' 을 들어 친절하게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 이하인 학교를 선택하라. 합의된 교육 철학을 가진 학교를 선택하라. 자연을 즐기는 학교를 선택하라 이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내 아이를 작은 학교로 전학시키는 것만이 답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작은 학교들의 장점을 찾으면 될 것이다.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한 둘째아이의 학급 인원은 21명이다. 좋은 학교에 보내게 된 것 같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