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택/ 영광문화원장

학교가는 길 - 어느 백일장에서 글 제목으로 주어진 제목입니다. 초등학생들이 수없이 많이도 참석하여 저마다 생각을 끌어내느라 행사장은 시끌벅적이었습니다. 제목이 자기들하고 가장 가까운 것이어서 인지 망설이지 않고 저마다 척척 잘도 써가는 풍경이 정말 진지했습니다.

10분도 안되어 시 한편을 들고 지도교사 앞으로 다가서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더 깊은 생각을 가지고 써보라는 말로 되돌려 보내지만 아이들은 상관이 없습니다. 상따위는 무관하여 즐겁기만 합니다. 그런가 하면 제법 진지한 모습으로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고 썼다가 지우고 지우고는 다시 써가는 열렬한 예비 문사들도 있어 백일장의 분위기는 무르익어갑니다. 과연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학교가는 길> 이 어떻게 상상되어 글로 표현되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작품을 제출하는 본부석도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장난치며 까불며 요리조리 난리를 부리고 다닙니다. 종료 방송이 나가 행사장은 어느정도 조용해졌으며 앉았다 간 자리애는 휴지들만 제멋대로 널부러졌습니다.

바람이 가끔 일어나서 휴지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신이 났습니다. 버리고 간 사람들은 다 떠났고, 버리고 간 찌꺼기들만 남아서 정말 이맛살이 찌푸려집니다.

주최측도 시설만 간추리고 챙겨서 철수했습니다.

누가 이 많은 양의 쓰레기를 처리할까. 괜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좀 있으니 봉고차에서 여러명의 푸른 조끼를 입은 노인들이 내렸습니다.

쓸고 줍고 닦아내고, 땀을 뻘뻘 흘리며 어르신들의 활동이 빨라졌습니다.

서너시간이 지나서 행사장은 거의 정리되었지만 군데군데 모아진 휴지는 또 걱정이었습니다. 아니랄까 쓰레기 수거차가 2대나 나타났습니다. 그 차에서도 인부들이 5-6명 정도 내렸습니다.

행사 한번 치루고 나면 이렇게도 많은 쓰레기들이 쏟아져 나오니 우리들이 아끼는 자연이 몸살을 앓을 수 밖에.

눈여겨보니 쓰레기의 대부분은 종이류와 음식 찌꺼기들이었습니다. 누가 누구랄 것 없이 거의가 다 버리고 간 사람들이었습니다. 각자 자기 쓰레기를 되가져 갔다면 치우는데 소비되는 인력과 재정은 남아서 쌓여 갈텐데 나몰라라 하고 양심까지 버리고만 가고 있는 현실이니 우리들의 일상적인 습관이 언제나 고쳐질지는 의문입니다. 나 한사람이 버리고 가는 것 같지만 그것이 쌓이고 쌓이니 수십에서 수백의 쓰레기가 쌓여 환경문제. 기후문제 등의 어마어마한 문제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가정에서부터 아이들이 보는 현장에서 어른들이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오히려 어른들이 더 함부로 버리고 있는 현실 또한 문제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지난 가을은 산뜻하고 파아란 하늘이 보여야 할 계절인데도 하루건너 다음날 비가 내렸고 그 비는 심술이라도 부리듯 잘 가꿔놓은 농산물들을 실망스럽게 만들어버렸습니다. 바다건너 제주도에서도 밀감을 따내지 못해서 나무에서 농부들의 땀을 한숨으로 넘기는가 하면 나라 곳곳에서 이상 기후로 인해서 쏟아내는 한숨소리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잘 건조해서 설날에 한몫을 노리고 노려서 밤잠 설치며 곶감 말리기에 온 힘을 다했던 사람들의 실망은 TV속에서도 눈물 나는 현장이었습니다. 그럴 때 마다 머언 먼곳의 이야기 같지 않아 나도 곶감집의 심정이 되어보기도 했습니다.

올 겨울 재난은 또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불어 닥칠지 걱정 속에서 맞았던 겨울 여름처럼, 가을처럼 포근하기만 하던 날씨가 드디어는 폭설을 동반하여 맹추위로 우리 나라 뿐만이 아니라 온 세계를 난리 속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첨단과학과 눈부신 기술 문명으로도 어쩌지 못할 자연의 위력 앞에 인간의 능력은 한낱 보잘 것 없는 처량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무너지고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뚫어져서 지구상 곳곳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나약한 모습들이 끊이지를 않고 재난의 겨울을 연출했습니다.

이런것들이 모두 지구 온난화 때문에 벌어지는 아이러니라니 이제라도 다시 한번 반성하고 새로운 다짐을 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지구가 자꾸 더워져 북극의 얼음이 예상보다 빠르게 녹으면서 생긴 현상이라니 어쩌면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욕망의 과잉앞에서 지구 온난화에 일조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난해 어느 단체에서 치루어 졌던 백일장 현장의 모습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이 때문이었나 싶습니다. 바람을 타고 마구잡이로 휘날리던 휴지며 잔디밭에서 뭉개지고 짓이겨저서 몸살을 앓던 음식 부스러기들이 자꾸 크로즈업 되어 왔던 까닭도 이 때문이었으니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어 자꾸 눈에 밟혔구나 생각하니 자연에게 미안해졌습니다.

지구 온난화, 우리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욕망의 과잉에서 벗어난다면 지난 가을의 지루했던 가을비며 올 겨울 폭설등도 막아낼 수 있다니 모두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동참했으면 하는 마음 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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