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여민동락 살림꾼

처음 귀촌을 했을 때, 가장 큰 걱정거리는 아이들 교육 문제였다. 7년 전 일이다. 면 소재의 유일한 초등학교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원이 모자라니 학교 문을 닫겠다는 것이다. 막막했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농업 농촌의 재생, 마을공동체의 복원과는 정반대인 졸속적이고 근시안적인 정책이다. 답답하다고 현실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학교를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맨몸으로 부딪쳐가며 만나고 설득했다. 학교 살리기 첫 해, 아이를 1학년에 입학시킨 여민동락공동체 권혁범 선생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학교가 없어지면 마을의 미래도 사라진다는 호소가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자, 도시에서 시골 학교로 전학을 오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12명에서 23명으로 학생이 늘었다. 가까스로 폐교 위기를 넘겼다. 영광군 묘량면의 유일한 학교인 묘량중앙초등학교 이야기다.

학부모와 지역주민이 함께 만든 작은 학교 살리기는 성공적이었다. 1년 만에 기사회생한 학교는 길이 없는 곳에서 길을 만들어왔다. 해가 거듭할수록 학생수가 늘어 지금은 60여명의 학생들이 다닌다. 초창기에는 학부모들이 아침시간을 쪼개 통학차량 봉사를 했지만, 지금은 번듯한 통학버스가 지원되어 아이들의 등하교를 책임진다. 다른 학교에서 만든 음식을 실어나르며 아이들 밥을 먹이던 것도 옛말이 됐다.

이제는 조리실을 갖추고 자체적으로 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교육적으로도 믿을 수 있는 학교가 되었다. 2011년에는 전남교육청 평가 영광군 유일 최우수 학교로 선정됐다. 올해는 전라남도에서 추진하는 혁신학교 모델인 무지개 학교’ 3년차가 되었다. 외형만 확대된 것이 아니라 교육의 질적인 측면에서 거둔 성과라 더 의미있다.

매년 5월이면 열리는 운동회도 이 학교는 좀 독특하다. 90대 어르신부터 4살 유치원생이 한데 어우러져 마을 잔치를 벌인다. 지역주민들과 교사, 학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놀이와 경기를 벌이는 모습이 장관이다. 신체기능이 떨어져 쉽게 나들이 한번 하기 힘든 어르신들도 이 날 만큼은 예외다. 축제의 일원이 되어 참가하며 아이들과 주민들을 응원하고 격려한다. 아이들은 운동회를 통해 마을에서 더불어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즐거움을 배운다. 작은 학교의 운동회는 그 자체로 공동체 학습의 장이 된다.

오늘날 학교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배움과 삶이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배움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과 공감속에서 이루어지는 지식의 실천적 구성이다. 마을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공동체 교육은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배움을 전수한다. 이를 위해서는 마을 내 다양한 교육 주체들이 연대하고 협력해야 한다.

마을을 통한 교육, 마을에 관한 교육, 마을을 위한 교육을 통해 참다운 배움과 뜻 있는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학부모와 지역사회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교사가 마중물의 역할을 할 때 마을교육공동체는 피어난다. 참여와 소통, 자치를 위한 교육청의 제도적 지원과 민관 교육 거버넌스 구축도 중요하다.

한때는 공교육의 혁신을 외치며 대안학교가 유행하기도 했지만, 학교만 바꾼다고 해서 교육이 바뀌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다. 일상에서 배움의 연대망을 구축하고 학교-학부모-지역사회가 민주적, 자치적으로 협력하는 마을교육공동체모델 개발이 교육의 미래상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작은 학교는 학교와 학부모와 관계, 학교와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통해 마을교육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바탕을 다져왔다. ‘학교 살리기의 모범적 모델을 만든데 이어 학교와 지역이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학교가 마을이 되고 마을이 학교가 되어 정주 인구가 늘어나고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 작은 학교 제 2의 도약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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