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結婚)과 졸혼(卒婚)

박 혜 숙

5월에 첫날, 노동절을 지나 카네이션을 주고받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보냈다. 그 기세를 몰아 15일은 스승의 날이었다. 숨차듯 달려와 5월은 절반이 지났다. 가정의 달이라는 애칭이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외에도 가정의 달 기념일이 더 있다. 무심코 넘어가는 가족 사랑의 기념일은 무엇이 있을까. 일단 5월 16일은 성년의 날이다. 정확히는 5월 셋째 월요일이다. 성년의 날은 사회인으로서의 책무를 일깨워주고, 성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부여하기 위해 지정된 날이다. 한국 민법상 만 19세에 이르면 성년이 된다. 성년의 날은 고려 광종 때인 965년(광종 16)에 세자 유에게 원복(元服)을 입혔다는 데서 비롯된 성년례(成年禮)에서 비롯됐다. 지난 1973~1974년에는 각각 4월 20일에 성년의 날 기념식을 가졌지만, 1975년부터는 5월에 맞춰 6일로 바꾸었다가 1984년에 현재와 같은 5월 셋째 월요일에 성년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그리고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민간단체인 ‘부부의 날 위원회’는 1995년부터‘건강한 부부와 행복한 가정은 밝고 희망찬 사회를 만드는 디딤돌’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가정의 달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에서 매년 5월 21일‘부부의 날’행사를 개최했다. 2001년 4월‘부부의 날 국가 기념일 제정에 관한 청원’을 국회에 제출했고, 지난 2003년 12월 18일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를 통과시켰고, 2007년 5월 법정기념일로 지정되면서 5월 21일이 부부의 날이 됐다.

이 모든 가정의 시작이 결혼에서 시작되어 이루어져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날이 아닐까 싶다. 부부의 날 추천 선물이 검색되는 것을 보면 이날 또한 선물이 오고가야하는 행사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지만 여하튼 참신한 아이디어로 깊은 뜻이 있는 날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며칠 전 너무도 생소한 단어를 접하게 되었다. 그 것은 ‘졸혼’이라는 단어 였다. '결혼을 졸업 한다'는 뜻이다.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2004년 처음 만들어낸 단어로 부부가 이혼하지 않고 서로 자유롭게 사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 결혼한 지 30~40년 이상 지난 부부에게 사용하는 말로 이혼과는 다르다고 한다. 졸혼은 결혼이란 형태를 유지하면서 자유롭게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졸혼을 굳이 얘기하자면 이혼인 듯 이혼 하지 않는 새로운 생활방식 인 것 같다. 실질적으로 노년이 되어 이혼을 하기 에는 경제적인 부담과 세간의 시선도 무시하지 못하고 자녀들에게는 심리적 부담까지 주게 된다. 그렇다고 동거에 의미가 내제되어 있고 한사람만을 사랑해야 되는 의무가 있는 결혼에서 따로 사는 결혼이라는 게 혼란스럽다. 초고령화 시대를 먼저 겪고 있는 일본에서 발생되는 이런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각자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살고자하는 바램일 것이다. 고령화시대가 시작된 우리나라에게도 먼나라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지난 2011년부터 2016년도까지 우리나라에 황혼이혼율이 27%이다.

그런데 5년 내 신혼이 이혼하는 것은 25%여서 황혼이혼이 더 높다. 우리의 기대수명은 60세에서 지금은 백세시대이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자식을 독립시킨 부부에게서 이런 일이 발생된다고 본다. 지금에 우리 주변에도 한 가정에 두 집안처럼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 예를 들면 농촌 출신 남편이 도시 출신 부인과 결혼을 해서 자녀들이 직업을 갖고 독립을 하게 되면 다시 남은 20년, 30년 생활을 도시에서 사는 것보다는 내가 새로운 스타일의 인생을 살고 싶어 하는데 살고자하는 곳이 다를 때 이혼은 하지 않고 부인은 도시에서 생활한다.
가정의 달에 알게 된 졸혼, 생소하다 못해 당황스럽다. 다양해지고 평균수명이 늘어난 세대에 맞춰진 사회현상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면 되는 걸까? 백년해로, 결혼식에서 빠지지 않는‘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라는 언약이 무색하다. 5월, 새로 부부가 되는 이들에게는 축복이 함께 하길 바란다. 그리고 긴 세월 함께 해온 부부에게 졸혼이 서로에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판단 할 수는 없지만 사랑해야하는 의무가 있다는 것은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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