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와 성(4)-러셀, 양자

20세기가 낳은 가장 뛰어난 수학자이자 철학자,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이기도 한 영국의 러셀(1872년-1970년)은 열 서너 살부터 성욕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열다섯 살에 이르러 지나친 자위행위와 하녀를 범하려다가 당한 모욕 등으로 수치심을 느껴 몇 차례나 자살을 시도했다. 그러나 수학을 더 알고 싶어서 죽지 못했다고 한다. 어떻든 러셀은 일생동안 네 번 결혼을 한다.

그의 첫 번째 부인 에리스는 자유연애를 맹세한 해방된 여성으로서 미국인이었다. 러셀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녀와 결혼하였던 것인데, 당시의 한 신문기사에 따르면 그녀는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그릴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러셀은 외롭게 자전거 여행을 하던 어느 날, 그의 사랑이 식어버렸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몇몇 여자와의 교제를 거친 후, 두 번째 부인인 도라를 만난다. 도라를 처음 만난 순간, 러셀은 그녀에게󰡒내가 누구에게로부터 자식을 갖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당신에게서는 아닐 것이오.󰡓라고 단언하였다. 그렇지만 그녀에게서 아들과 딸 남매를 얻게 된다. 얼마 후, 도라는 남편(러셀)이 조교인 여대생 파트리샤 양과 간통했다고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 도중 도라가 낳은 네 아이 가운데 두 명이 다른 남자의 아이로 밝혀지고 말았다. 사실 평소에 러셀은󰡐결혼이 배우자가 누릴 섹스의 자유를 구속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었다. 그리하여 도라와의 결혼생활 중에도 그녀의 애인을 자기 집에서 동거하도록 했던 것이다.

러셀은 도라와 이혼한 후, 세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둘째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이 결합도 오래가지 못한다. 러셀은 80세가 되었을 무렵, 마지막으로 마흔 살 차이가 나는 네 번째 부인 에디트와 결혼한다. 그는 그녀와 함께 있음으로 해서󰡒드디어 나의 긴 생애동안 사랑을 향한 갈망 속에서 추구하였던 바를 찾았다.󰡓고 고백하였다.

이번에는 그야말로 경악해마지 않을 호색한(好色漢-여색을 좋아하는 사내)의 이야기이다. 양자(楊子-중국 전국시대의 철학자)는 이상적인 인물로 두 사람을 그리고 있는데, 그 하나는 술을 죽도록 즐기는 공손조라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여색을 미친 듯이 좋아하는 공손목이라는 사람이다.

“공손조의 방안에는 술을 담은 독이 일천 개나 쌓여 있고 술을 빚는 누룩은 골마루에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술 빚는 냄새는 문 밖 십 리에까지 코를 찌른다. 그가 술을 마실 때는 모든 것을 잊는다. 부나 명예, 권력은 물론이고 인간의 생사문제 심지어 사물이 자신의 눈앞에 있는지 없는지조차도 잊어버린다. 설령 그에게 찬물을 뒤집어씌우고 불로 지지고 칼로 찔러도 모르는 것이다. 또한 공손목은 대단한 호색한이다.

그는 뒤뜰에 몇 십 개나 되는 골방을 만들어 놓고 예쁘다는 아가씨들을 모두 가려 뽑아 그 방에 가득 채워 놓았다. 그리고 일단 여자와 놀기 시작하면 뒷방에 누워 일체의 방문객을 사절하며 밤낮을 가리지 않는데, 3개월에 한 번 정도나 문 밖에 나오는 것이다. 그러고서도 만족스럽지 못한 얼굴빛이다. 그들 두 사람은 학문이나 후세에 찾아올 명성, 재물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 심지어 자기의 생명마저 돌보지 않고, 오직 육체적인 자극과 관능의 만족만을 추구한다.”

세상에 이처럼 저급한 인간들이 또 있을까? 그런데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마음. 사람들은 이들을 실컷 욕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그들을 부러워하는 경향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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