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여민동락 살림꾼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최근 흥행을 기록한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의 명대사다. 마을에 벌어진 기묘한 살인 사건 피해자들과 동일한 발작 증세를 보이는 딸 효진이 아버지 중구를 향해 날카롭게 내뱉는 말이다. 나홍진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사건의 피해자가 발생했을 경우 그 피해자는 도대체 어떤 연유로 그 피해를 입어야 하는 것일까 생각했고 그 원인을 찾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한 유명 연예인의 성추행 파문 스캔들이 떠들썩하다. 영화 속 효진의 분노에 찬 아우성을 보면서 나는 다시 세월호를 떠올렸다. 언론의 과열 보도경쟁이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자극적인 보도의 홍수가 국민들이 정작 알아야 할 중대한 문제들마저 휩쓸어가 버린다는 사실이다. ‘뭣이 중헌지도모르는 언론사들의 원색적인 보도경쟁에 정작 중요한 것들은 외면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2년 전 세월호가 그러했듯이 뭣이 중헌지도판단하지 못할 정도로 자각능력을 상실했다.

지금 최소한 두 가지는 제대로 짚어야 한다. 첫째, 제주 해군기지 공사 수요를 위해 세월호에 적재된 철근 400의혹이다. 이미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도 조사 중인 내용이라고 하는데 이번에 공개되어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철근 400은 세월호 침몰이 원인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자, 정부-국정원-국방부-청해진 해운으로 이어지는 커넥션 의혹의 정점에 있는 쟁점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가스와 전기 민영화 의혹이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전력과 가스 부문 민영화 방안이 포함된 에너지·환경·교육분야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담당하고 있는 분야를 대폭 민간에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요금 폭탄이야 불을 보듯 뻔 한 일이다. 경쟁논리를 앞세운 공유자원의 사유화는 공공성의 기반을 무너뜨린다. 공공성이 무너지면 사적인 삶의 자율성도 잠식당한다. 당장 가스와 전기 민영화로 요금이 대폭 인상된다면 에너지 빈곤층의 삶은 더욱 고통으로 내몰리게 된다.

공공성은 국가에 관련된 공적인 것(official), 모든 사람들과 관계된 공통적인 것(common),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open)는 의미를 지닌 말이다. 세월호 참사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국가에 관련된 공적인 일을 전담하고 있는 관료체계가 공공의 적이 된 사례는 많다. ‘공공성을 다루는데서 핵심은 민주주의. 공공성은 관료조직이 독점할 수 없다. 공공성은 어느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어떤 사회적 결정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와 관련된 정보를 얻고 그 논의나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가스와 전기를 어느날 갑자기 민간에 넘기겠다는 발상은 국가가 담당해왔던 서비스를 국민적 동의 없이 사유화 시키겠다는 반민주적 발상이다.

세월호 참사를 만든 엉망진창인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을 일사분란하게 재정비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보다 근본적 대책의 실마리는 민주적인 공공성 확보에서 찾아야 한다. 자본과 국가가 힘겨루기를 하는 과정에서 재화와 서비스의 공적인 성격이 더 강해질수도 약해질수도 있다. 철도, 전력, 수도 등 주요한 공공재가 사유화되지 않도록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함은 물론, 언제 닥칠지 모르는 파국을 함께 대비해야 한다. 기후변화, 에너지 위기, 먹거리 위기 같은 사안은 결코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 없이도 공공사업의 진행은 가능하지만 공공의 이익은 민주주의 없이 확보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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