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진/ 영광노인복지센터장

7월말부터 계속된 폭염으로 온열질환자 수가 크게 늘면서 국내 온열질환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전국적으로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사망 10명을 포함해 1237명으로, 온열질환자 수가 가장 많았던 20131189명을 넘었다고 한다. 지역별로 경기도가 204명으로 가장 많고, 전남 114, 경남 101, 서울 90명 순이다. 이 통계수치는 병원 방문자만 집계되는 만큼 병원을 찾지 않은 온열질환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르신들은 좀처럼 더워서는 덥다는 말씀을 잘 안 하신다. 헌데 올해는 덥긴 더운 모양이다. 지난달 말에 우리센터 어르신들이 작년에는 이렇게 덥지 않았는데 올해는 유난히도 더운 것 같다고 하시 길래 에어컨을 한 대 추가 설치해서 가동 중이다. ‘더운데 밤새 어떻게 주무셨어요?’가 요즘 아침인사가 되고 있다. 밤새 잠을 못 주무시고 뒤척이다 오셨다는 어르신, 에어컨은 전기세 나갈까봐 선풍기 밤새 틀고 잤더니 머리가 아프다는 어르신 등 더워도 너무 덥다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지난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사망자 11명이었으며 이중 7명이 65세 이상으로 노인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무더위에는 연령이 많은 노인이나 고혈압, 당뇨질환자등 지병을 앓고 있는 노약자들은 정상적인 체온유지기능의 균형이 정상인에 비해 쉽게 허물어져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전기료 누진제 논란이 뜨거운 것 같다. 소비부문인 주택용 전기의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1973년 도입된 제도로 그 당시 가전제품이 많지 않던 시대에 만들어 지다보니 요즘 시대와 맞지 않은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TV, 형광등, 전기밥솥,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이 크게 늘었으며 가정용 전력소비량의 중심에 있는 에어컨 보급률은 80%에 육박한다고 한다. 정부는 서민층 전기료 부담 가중과 부유층 전기료 감세 논란의 이유, 전기요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싸다는 이유를 들어 국민적 요구인 누진제 개편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논란이 일자 산업자원부에서는 기자 브리핑까지 열어 스탠드형 에어컨 기준으로 3.5시간, 벽걸이형은 8시간 틀면 한 달에 910만원 더 내는 구조이니 이 정도면 버틸만하다고 말했다. 요새 새벽까지 열대야로 인해 잠들기가 어려울 정도다보니 하루 에어컨 가동시간은 3.5시간을 넘을 것이고 전기료 아낀다며 여름철엔 선풍기, 겨울철엔 전기장판도 함부로 틀지 못하는 어르신들인데 한 달에 전기요금이 10만원 더 나온다고 하면 에어컨을 틀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게 될 것이다. 전기요금 절약하는 계산법과 에어컨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등이 소개되고 있으나 노약자들이 그 복잡한 것들을 어떻게 신경 쓰며 전기제품을 돌릴 것이며 매스컴에서 에어컨 잘못 틀면 전기요금폭탄 맞는다는 보도를 접하고 큰맘 먹지 않은 이상 하루에 3.5시간을 틀 수 있겠냐는 것이다.

전기요금 누진제가 불합리하다는 아우성에 꿈쩍 않던 정부가 대통령의 언급이 나오고 당정이 협의하면서 한시적으로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올해만 적용되는 한시적 제도이다. 매년 여름철이면 노인이나 질환자들이 전기요금 무서워 에어컨을 틀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 되어서는 안 된다. 해묵은 누진제도가 폭염을 선풍기로 버티게 하고 전기료 폭탄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하고 있다. 땜질하듯 한시적으로 전기요금을 인하해 주는 정책으로 가기보다 이제는 누진제 개편을 손대야 할 시기인 것 같다.

무더위에 취약한 노약자들이 전기요금 누진제가 무서워 에어컨을 장식용으로 놔두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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