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희/ 홍농읍지 편찬위원장

우리나라의 농촌지역 실정을 보면 전국 어느 곳이나 거의 마찬가지로 70년대 이후 급격한 상주인구 감소도 문제라고 할 수 있지만 특히 영농활동을 하는 농촌인력의 대다수가 적게는 60대분들이고 많게는 80대 노인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라 가을걷이 이후 농한기를 제외하고는 허구한 날 일손부족으로 허덕이고 힘겨워하며 또 실망과 한숨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우리 농촌 실정, 참으로 딱하고 가슴이 아리다.

어쩌면 외국인 근로자가 아니라면 사실 농사짓기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렇듯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우리 농촌인력 의존도는 사실상 클수밖에 없는데 이들은 이미 농촌현장에서 우리나라 젋은이들이 꺼리는 농작업을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데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농촌지역 외국인 근로자는 자그만치 2만명이 넘는 숫자라고 한다.

특히 이들은 농촌지역에선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그 내부에는 엉뚱하고 불편한 진실도 숨겨져 있다. 그런데 농촌에서 농사짓는 것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순진한 농민 상당수 외국인근로자들의 예고 없는 무단이탈 때문에 허탈하고 황당하고 또 증오심마져 실감하면서 골머리가 아프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일까? 이들 대부분은 우리나라에 하루라도 빨리 오려고 어떤 직종이든 가리지 않고 지원하다보니 막상 와서 볼 때 열악한 환경에 처우 역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라서 기회만 되면 상대적으로 보수나 대우가 마음에 들고 환경이 보다 나은 도시권으로 떠나고자 하는 욕망 때문인 것으로 분석이 된다.

비록 이뿐만이 아니다 그들 일상의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나칠 정도의 열악한 인권과 근무여건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주말과 휴일이 따로 없고 근무시간도 정해지지 않은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특히 이들의 월평균 휴일은 2일 정도에 불과했고 근무시간 역시 평균 284시간(하루 9시간47분정도)으로 계속되는 작업의 피로를 해소할 별도의 휴식시간도 없을뿐더러 이들의 생활환경도 컨테이너박스나 샌드위치패널,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가건물의 거주사례도 적지 않다고 국가인권위원회는 밝히고 있다.

더욱이 외국인 근로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은 물론 경우에 따라선폭행도 자행되고 있는가하면 부당한 처우에 불만을 품고 항의했다가 추방을 빌미로 협박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농촌지역 농장 상당수가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특히 고용주의 통제하에 있기 때문에 이들의 인권이나 근로여건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도 사실이다.

아울러 우리 농민들의 애로사항도 없는 것은 아니다. 내국인과 같은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물론이고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우선 상황 파악이 서투른 이들의 요구사항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한창 농번기에 갑자기 떠날까봐 눈치를 보면서 전전긍긍하는 실정이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들이 국내 농촌지역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불가피하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이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권유린이나 부당한 처우는 결국한국은 절대 가서는 안 될 나라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심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의 국격과 자존심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라서 우리 스스로 자중하고 현명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이들 근로자들이 한국 농촌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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