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저수지와 먼지 날리는 논바닥

타버린 벼와 콩 등 밭작물 애타는 농심

법성면 월산리 마을입구 논에서는 지난 22일 오후 우물을 파는 대형 관정기계가 먼지와 굉음을 낸지 며칠 만에 지하에서 물을 끌어 올리는데 성공했다. 이 마을 김용길씨는 천평짜리 논에서 경작비 빼면 쌀 서너섬 먹는데 관정값으로 700만원 들이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도 물이 없어 일주일째 타 죽어가는 나락을 보다 못해 관정을 팠다고 전했다.

그동안 인근 산아치 저수지에서 물을 끌어다 농사를 지었지만 저수지가 말라버리는 바람에 며칠째 애를 태우다 선택한 방법이다. 김씨의 논은 벼 이삭이 나와서 여물어야 시기인데도 일부가 검붉게 타들어가고 논바닥은 바싹 말라 흙먼지가 날렸다.

다행히 몇 시간 후면 퍼 올린 지하수로 어느 정도 해갈은 될 것 같았다. 이 곳에서 불과 1km 정도 떨어진 법성 용성저수지, 높이 6미터에 길이 116미터 크기로 1960년경 만들어졌다. 인근 농경지 31ha에 용수를 공급하고 있지만, 이례적인 여름가뭄에 인근 산아치, 덕평 저수지들과 같이 바닥을 드러냈다. 쩍쩍 갈라진 저수지 바닥 한편에 고인 웅덩이에는 새들이 날아와 목을 축이거나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농업용수 공급 기능은 상실한 상태다. 영광지역 평균 저수율이 43%까지 떨어지면서 주변에 큰 산이나 계곡, 강줄기가 없는 저수지들 40여 곳은 이렇게 바닥을 드러내가고 있다. 영광군은 저수지 준설 등 담수량 증설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저수지와 관로 등 용수공급 시설을 어느 정도 갖춘 벼농사도 가뭄피해를 겪고 있는 상황에 밭농사는 더욱 심각하다는 우려다. 법성을 비롯해 묘량, 대마 등 비에 의존하는 천수답의 경우 밭농사를 포기한 경우가 상당수다. 밭에 심어놓은 콩은 가뭄이 지속되면서 가뭄에 콩 나듯이란 옛말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지역 곳곳에 자라지 못한 콩밭 등 밭작물이 겨우 새싹을 내민 채 더 이상 자라질 못하는 경우가 목격됐다. 타버린 고추밭, 옥수수밭 등 밭작물은 포기한 경우가 많다. 한 농부는 수확은 글렀다며 콩밭을 갈아엎고 일찍 다른 작목이나 심어야 할 것 같다는 하소연이다. 수확을 하더라도 가뭄을 겪은 작물은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다. 당장, 미얀마 등 수입동부를 국산 영광동부()로 대체해 명품화에 나선 모싯잎송편도 차질이 불가피할 상황에 농민들의 시름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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