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와 결혼(1)

영광백수 출신/ 광주교육대 교수/ 철학박사

흔히들 철학자 하면,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결혼을 하였고, 또 원만한 결혼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이 경우에도 예외는 있게 마련이지만. 따라서 여기에서는 특이한 케이스만 몇 사람 소개하고자 한다.

최초의 철학자라 불리는 탈레스, 그의 어머니가 결혼시키려 하였을 때 그는󰡒아직 결혼할 시기가 아닙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 후 나이가 들어 그의 어머니가 결혼을 하라고 더욱더 재촉하자, 그는󰡒이제는 결혼할 시기가 지났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는 더욱 의미가 깊다.󰡒왜 자식을 낳으려고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대해, 탈레스는󰡒자식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러셀(영국의 철학자, 작가)처럼 평생 네 번씩이나 결혼한 철학자가 있는가 하면, 처음부터 아예 독신으로 지낸 경우도 많이 있다. 후자에 속한 경우는 쇼펜하우어와 칸트, 키르케고르, 스피노자 등이다. 늘 규칙적이고 절제된 삶을 살았던 칸트였지만, 여자에 대한 가치관만큼은 혼란을 겪지 않았을까 의심이 될 정도로 뒤죽박죽이었다. 그는 한때 결혼을 해볼까 생각도 했었지만, 두 번의 결혼 시도는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이후 그는 평생 독신으로 지냈다.

하지만 여자에 대해서만큼은 찬미를 아끼지 않았고, 결혼하지 않는 젊은 제자들에게는 오히려 결혼할 것을 적극 권유하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아내를 선택할 때의 기준이 참 재미있다. , 현모양처의 자격 이외에 정열적인 애정보다도 냉철한 이성에 따르며, 미모보다 지참금을 생각하라!”고 충고한 것이다. 그리고 그 까닭에 대해, “돈은 미모나 매력보다 오래 가며, 생활에 도움을 주고 유복한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유복한 것이 아내의 덕분이라는 생각 때문에,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 찰 것이라고 하였다. 오늘날 두 사람 사이의 사랑보다는 경제적 조건을 보고 결혼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위안이 될 수도 있겠거니와, 대철학자 답지 않게 을 밝힌 대목은 아마 그의 쪼들렸던 젊은 시절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철학자가 또 있으니, 그는 바로 소크라테스이다. 그는 악처의 대명사로 알려진 자신의 아내 크산티페 때문에,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산티페는 비교적 젊은 나이로 늙은 소크라테스와 결혼하였고 후처였다고도 전해지지만, 확실치는 않다. 다만 아내로서 남편의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상스러운 말로 욕하는 등 남편을 경멸하여, 악처의 대명사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악처 노릇에 대해 후세 사람들의 과장이 심하다는 주장도 있다. 어떻든 이러한 아내를 만났음에도, 소크라테스는 결혼을 적극 권유하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한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 결혼하는 것이 좋습니까?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까?” 이 물음 속에는 견뎌내기 어려운 아내를 염두에 둔 그로부터, “결혼이란 부질없는 짓이야.”라는 대답을 기대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태연하게 대답한다. “결혼하게. 온순한 아내를 얻으면 행복할 것이고, 사나운 아내를 얻으면 철학자가 될 테니!”

세상에 다시없는 악한 아내를 만났으나 자신처럼 위대한 철학자가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란 뜻인지, 아니면 그 특유의 유머 감각을 발휘한 것인지 알 수는 없다. 어쩌면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했다는 대목에서처럼, 기존 사회질서를 단박에 엎어버리지 않으려는 그의 평소 소신과도 관련이 있지 않나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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