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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을 우대하라
이민희/ 여민동락공동체 살림꾼
2016년 10월 10일 (월) 10:03:52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국가가 국민을 죽였다. 20151114일 집회 도중 경찰의 물대포 공격에 쓰러진 백남기 농민이 혼수상태 317일 만에 끝내 운명했다. 백남기 농민이 사경을 헤매는 1년여의 시간 동안 어떠한 진상규명도, 사과도, 책임자 처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는 가장 잔인한 살인자로 둔갑했고 폭력적으로 진실을 덮었다. 전남 보성의 농민 백남기씨가 서울까지 올라가 외쳤던 구호는 쌀 수입 반대쌀값 보장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80kg 1가마에 21만원을 보장하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되었으나, 쌀 시장 개방과 대기업의 쌀농사 진출을 허용하면서 약속을 져버렸다. 심지어 밥쌀용 쌀수입을 강행함으로써 국내 쌀 유통시장을 교란하고 쌀값 폭락을 부채질했다. 재고미가 175톤에 달하는데다 거듭되는 쌀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미국산 쌀 6만여톤을 수입하기로 해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국내 쌀 농사 기반이 허물어지고 식량주권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게 농민단체들의 입장이다.

지금과 같은 개방농정, 한계농정, 고립농정이 계속되는 한 농사가 잘되든 못되든 농심이 멍드는 건 매한가지다. 우리 농촌의 생사존망이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웰빙 라이프'의 열풍을 타고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정작 그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촌은 갈수록 쇠락하고 있다. '푸드 포르노''먹방'이라는 이름으로 소비되는 현실 어디에서도 농업과 농촌에 대한 진지한 관심은 찾아보기 어렵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체 농가의 월 평균 농업 소득은 84만 원이다. 이는 1인당 최저임금과 가구당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농사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불가능하다. 농촌을 살리기 위해 귀농을 장려한다고 하지만 효과는 별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자리 부족(34.6%)과 부족한 소득(26.9%)으로 무려 71.5%가 정착에 실패하고 도시나 타 지역으로 빠져나갔다. '돌아오는' 농촌이 아니라 '도로 나가는' 농촌인 셈이다. 결국 농촌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농업은 갈수록 줄어들고 인구는 계속 빠져나가 농촌이 점점 사라져가는 흐름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사라져가는 농업을 재생하고 농촌을 살리려면 우선적으로 농민을 우대해야 한다. 백남기 농민의 죽음은 국가가 농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가장 비극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일본, 미국, 유럽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체로 농부의 감소와 농업의 축소, 농촌 해체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문제는 이에 대한 대처 방식이다. 일본은 도시민과 청년의 농업 부문 유입을 늘리기 위해 2012년부터 청년 귀농자 지원 급여자금 제도를 시행중이다. 유럽연합도 농업인구 감소에 따라 2015년부터 농업을 시작하거나 시작한 지 5년 이하인 40세 이하 농업인을 대상으로 최대 5년간 직불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를테면 귀농하는 이들에게 직불금 혹은 기본소득을 지급해 농업 농촌의 해체를 막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심지어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는 국가에서 농민자격증을 발급하고 농업소득으로 생계를 보장해준다. 독일의 농민은 2% 밖에 되지 않지만 국가기간산업으로 인정받는 농업을 책임진다는 자긍심이 매우 높다. 이 나라들을 보면, 농민의 지위 격상과 안정적인 농업 소득 보장은 정부의 의지와 사회적 관심 여하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농촌을 살리느냐, 죽이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실, 그 어느때보다 과감하고 파격적이며 전환적인 정책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요한 것은 농촌문제에 접근하고 과제를 다루는 관점이다. 전혀 새로운 농정전략이 필요하고 이것을 가능하게 할 국민적 관심, 사회적 동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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