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소득 24.4% 줄어, 영세 농민 절반 넘어

수확이 한창인 지난 15일 영광통합RPC는 논에서 막 수확한 나락을 커다란 톤백(800kg~1,000kg) 포대에 싣고 와 길게 늘어선 차량들로 분주했다. 차례가 되면 RPC 검사원이 쇠창으로 포대를 찔러, 샘플용 나락을 채집한다. 한줌의 나락은 작은 기계에 들어가 껍질이 제거된 쌀로 곧바로 나왔다. 이 쌀을 농부에게 보여주며 수발아, 또는 병충해 등을 이유로 등급을 결정했다. RPC가 정한 당초 나락 값은 40kg 가마당 37,000원이지만 수발아 등 미질에 따라 1,000~3,000원까지 깎였다. 지난해 나락값 45,000원에 비하면 최고 11,000(24%)이나 떨어진 셈이다.

논에서 수확할 때만해도 괜찮아 보이던 나락 값을 후려친다는 느낌을 받은 농민들은 내심 불만을 표출했다. 하지만, 기계까지 앞에다 놓고 막상 껍질을 까서 보여주며 쌀에서 싹이 텄다는 말에는 더 이상 따지기도 힘든 분위기였다.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꺼내든 농민들은 넉 섬 정도 먹었는데 싸레기만 나올 것 같다고 한숨을 짓기도 했다. “RPC만 살고 농민은 다 죽게 생겼다는 원망어린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농민들의 말을 빌리면 한 마지기 200평에서 벼 440kg(1섬 벼 110kg, 80kg)을 수확했다. 통상적인 경지 면적 6마지기(1,200)로 환산하면 66가마 정도, 대체적으로 70여가마를 전후로 수확했다는 주장이 많았다.

영광군 전체 5,172농가 중 절반이 넘는 2,600농가가 경지면적 1ha(15마지기) 미만이다. 절반의 농가들이 지난해 394만원(0.5ha)~787만원(1ha)의 벼 소득을 올렸다면 올해는 297만원~595만원으로 떨어졌다는 의미다. “벼를 심고 베기까지 들어간 영농비는 그대로인데 소득은 대폭 줄었으니 어떻게 살겠냐는 푸념이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RPC에 책임을 돌리기에도 여의치 않다. 수발아 피해를 입은 벼를 도정하면 쌀눈 부위가 깨져나가면서 싸라기가 많이 나온다. 쌀 품질이 떨어져 판매 가치가 하락하며 제값을 못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수매한 벼를 도정해 외부로 판매해야하는 RPC 입장에서는 수매가를 내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군은 지난해 45,000원에 매입한 구곡 재고가 600여톤이나 남았다. 2만원대까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2억여원의 손실이 입을 상황이다그나마 영광RPC는 양호한 편이다. 전남북 상당수 RPC들이 수천톤의 재고로 수십억원의 손실을 입어 문을 닫을 상황까지 맞고 있다고 전한다. 풍년을 기대했던 올 농사는 고통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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