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문혜경, 금상 김지현(일반)·김재경(학생)

영광신문과 한책읽기운동추진위원회(위원장 정형택)가 추진한 ‘2016 한 책읽기 운동 독후감 대회가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

바람직한 지역문화발전을 위해 한 책읽기 운동’(투명인간 / 천개의 바람 천개의 첼로)의 후속사업으로 추진한 독후감 대회 및 100자평 쓰기 대회에는 지역 내 일반인 및 학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5일까지 완료됐다.

독후감대회 심사결과 문혜경 씨가 대상을 차지했다. 또한 일반부에서는 김지현 씨가 금상을, 정솔희 씨가 은상을, 김남희 씨가 동상에 선정됐다. 학생부에는 김재경(영광여중 3) 학생이 금상을, 정유경(영광여중 1) 학생이 은상을, 서주원(영광초 5) 학생이 동상에 선정됐다. 또한, 인터넷 홈페이지에 100자평을 작성한 10명에게도 문화상품권이 지급된다.

한 책읽기 운동은 55천여 영광 군민 모두가 매년 선정 도서를 읽는 것을 최종 목표로 6회째를 맞는 올해 후원을 통해 기증받은 투명인과천개의 바람 천개의 첼로’ 700여권을 관내 도서관, 읍면사무소 등 행정기관과 초··고등학교 교육기관, 기타기관을 비롯해 개인 및 단체까지 배부했다.

8개월여의 책읽기 운동을 거쳐 지난 15일까지 독후감 접수를 마무리한 추진위는 지난 21일 심사를 통해 장원(대상)을 비롯해 일반부와 학생부에서 각각 금··동상 1명씩과 입선 8, 100자평 쓰기 10명을 최종 선정했다.

성석제의 장편소설 투명인간은 비정한 현실의 무게 속에서 끝내 투명인간이 되어야만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다. 한국일보문학상, 동서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펼쳐온 저자가 2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성석제 소설의 결정판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경지에 달한 특유의 입담과 해학, 절정에 이른 날렵한 필치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또다른 책인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는 고베대지진이라는 특정한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커다란 상실과 고통 앞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편적인 가치를 이야기 하고 있다. 자연재해는 물론 전쟁, 사고, 질병 등 살아가며 마주치는 쓰라린 아픔과 고통에 대해 우리 스스로가,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어떤 마음을 가져야할지 생각하게 만든다.

한편, 2월 도서선정심의회와 사업 및 선정도서 공고를 통해 시작된 이번 책읽기 운동에는 영광군·군의회·영광교육청·한빛원전 등 10여개 기관이 후원하고 50여 기관·사회단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상금은 해당 기관 또는 개인에게 전달한다.

 

저자 성석제 작가

196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에 문학사상에 시 '유리닦는 사람', 1995문학동네여름호에 단편 내 인생의 마지막 4.5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소설가로서의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대표작소풍은 흥겨운 입담과 날렵한 필치가 빛나는 산문집이다. 평론가 우찬제는 그를 거짓과 참, 상상과 실제, 농담과 진담, 과거와 현재 사이의 경계선을 미묘하게 넘나드는 개성적인 이야기꾼이며, 현실의 온갖 고통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올바로 성찰하면서도 그것을 웃으며 즐길 줄 아는 작가라 평했다.

 

저자 이세 히데코 작가

저자 이세 히데코는 1949년 삿포로에서 태어났다. 도쿄예술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공부했다. <마키의 그림일기>로 노마아동문예상을 받았고, <수선월 4>로 산케이아동출판문화상 미술상,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로 고단샤출판문화상 그림책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 <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 <나의 형 빈센트> <구름의 전람회>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등이 있다. 열세 살 때부터 첼로를 연주한 작가는 실제 고베대지진 복구 지원 음악회에 참가해 연주를 하고 그림을 그리면서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 이 책의 역자 김소연은 일본 문학 전문 출판 기획자 및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일기 쓰고 싶은 날> <우부메의 여름> <마술은 속삭인다> <영원의 아이> 등이 있다.

 

독후감대회 입상자

대상 일반주 문혜경

일반부

금상 김지현, 은상 정솔희, 동상 김남희 / 입선 박건영, 문춘희, 배유미

학생부

금상 김재경(영광여중 3), 은상 정유경(영광여중 1), 동상 서주원(영광초 5)

입선 이주원(영광초 5), 전희수(영광초 5), 조승화(중앙초 5), 심서영(영광초 3), 이송연(홍농초 2)

100자평

김민지, 장지나, 김수남, 윤서진, 조기쁨, 김형주, 이태광, 최예지, 임승현, 심서윤

 

대상 - 문혜경

존재의 이유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평탄하게 살 수 있었던 세대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일제강점기부터 시작해서 6.25.전쟁 시기를 거쳐 새마을 운동과 물품생산을 위한 공장들의 쉴 새 없는 가동으로 인하여 발전했고, IMF를 겪으며 휘청했다. 모든 세대가 다 자신만의 고충이 있겠지만, 현재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은 결혼, 출산, 취업 등부터 심지어 인간관계 포기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을 포기하는 다포세대라는 말이 현실로 느껴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이기적이고 자포자기한 시대에 투명인간의 주인공인 김만수와 같은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가족을 위해 투명인간이 되어가는 가를 보여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처음 읽을 때에는 소설의 시점이 계속 바뀌는 것에 대해서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조금씩 읽어나감에 따라, 작가가 원하는 순서에 입각하여 모든 등장인물들의 1인칭 나 시점으로 이야기가 쓰여 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주의력을 가지고 읽으려고 노력하였다. 시대적인 배경은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내 인생의 배경이 되었던 근현대사여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다 같이 못 입고, 못 먹었던 시대에 평범한 한 가정이 도도한 역사의 거친 물결 속에서, 아픔과 역경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읽고 있자니, 마음이 아련하기도 하였다. 우리의 부모이고, 형제들인 등장인물들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상황을 작가 특유의 해학적이고 세밀한 표현들로 인해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였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왜 책의 제목을 투명인간이라고 했을까?’ 라는 생각을 곰곰이 하게 되었다. 주인공들이 피하고 싶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자살을 기도한다거나,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 싶다거나 하는, 현재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를 부인하는 의미에서 투명인간일 수도 있고, 아니면 추상적이고, 거의 최고의 경지에까지 이른 주인공 김만수처럼 현실이 되게 할 수도 있는, 개인의 벽을 넘어 존재가 뒤섞이고 서로의 가장 깊은 곳까지 다다를 수 있는, 사랑하는 가족과 같은 관계에서 나의 존재가 없어지고, 타인에 의해서만 나의 존재를 나타낼 수 있는 의미에서 투명인간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후자의 투명인간은 보였다가, 안보였다가 할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작가는 여러 가지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독자에게 바통을 넘기는 듯하다.

주인공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위에서 말하는 전자의 투명인간을 거부했다.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절대 쉽지 않다고 하며, 포기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족은 그에게 뿌리이고, 울타리이며 자랑이고 그 속에서의 나가 진짜라고 말한다. 이 세상에는 드러나지 않을 뿐 이런 투명인간 족속들이 많다고 한다. 투명인간이 되면 필요이상의 돈도 필요 없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식구들 건강하고 하루하루 무사히 일 끝내고 그것에 고맙고 감사함을 느끼는 사람들....죽을 것 같은 힘든 상황에서도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변하기 때문에 가만히 참고 기다리다보면, 상황이 훨씬 나아짐을 깨닫는 사람들...

김만수 투명인간은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면서, 모든 일에 감사하면서 산다면 인생은 살만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오직 가족이 존재의 원천임을 깨닫게 한다.

나는 전자의 투명인간이 되는 것도 힘들고, 후자의 투명인간이 되는 것도 힘들다. 타인을 향한 사랑이 부족하고, 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그것을 누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삶의 연륜이 쌓일수록 주인공과 같은 후자의 투명인간에 아주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듯하다. 가족포함 타인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할 때에 행복을 느끼고, 여유로워지면서 나의 이익은 조금 생각하지 않게 된다. 존재 자체가 없어지는 죽음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놓아야 하겠지만. 생존해 있는 동안에 주인공 같은 사람은 소설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인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룰 수 없는 희망을 이야기로 바꾼 것이 소설이고 비록 이루어질 수 없다 해도 마음의 위로가 되어주는 것이 소설이 아닌가! 시대적인 흐름과 현실들이 봇물처럼 밀려와서 소설 속으로 쉽게 파고드니, 현실과 소설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처럼 투명인간은 애잔하여서 한동안 내 마음속에 남아있을 듯하다.

 

심사평 - 손순월 한책읽기우동추진위원회 사무국장

<투명인간>은 성석제 작가가 탁월한 이야기꾼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책이었다. 지역아동센터의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과 책을 읽는 시간이 있는데 충분히 읽을 수 있을만한 장편동화들을 읽으라고 권해도 푹 빠져들어 읽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 나름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책들을 고르고 골라서 들이밀어도 내 시도는 번번이 실패하기 일쑤였다. 책을 많이 접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임을 알기에 그러려니 하면서도 애가 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던 아이들이 <투명인간>을 읽기 시작하더니 재미있다고 푹 빠져서 읽는 것 아닌가. 두꺼운 책을 한책읽기운동 책으로 선정한 부담감이 조금이나마 날아갔기에 말씀드려본다.

독후감 심사는 정형택 한책읽기운동 추진위원장님과 주경숙 위원과 함께 했음을 밝힌다.

올해의 독후감 응모 특징은 이메일 접수와 우편접수가 많았고 특히 대학생들이 <투명인간>을 읽고 참여해주어서 좋았다. 세대 간의 소통이 어렵다는 요즘, 기성세대로서 우리 살아온 삶을 이야기해주고 싶고 이해받고도 싶은데 이런 책을 통해서나마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수상작들은 우열을 가리기가 너무나 힘들만큼 좋은 작품들이었다. 문혜경씨의 독후감 존재의 이유를 대상작으로 고른 까닭은 그녀가 조금 특별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룹 홈을 하면서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돌본다. 그런데 주인공 김만수가 가족을 위해 사는 것을 보며 그녀자신을 반성하고 고민한 흔적이 보였기 때문이다. 일반부 금상 김지현씨의 투명인간이 만드는 염치를 아는 세상은 참 잘 쓴 글이었다. 특히 마지막에 만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인용한 부분은 요즘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는 일 때문에 더욱 공감이 가는 내용이라서 인상 깊었다. 정솔희씨는 대학생인데도 용기를 내어 참여해 주어서 고마웠다. 김남희 씨의 글은 자신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뿐만 아니라 사회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까지도 치열하게 고민한 내용이어서 좋았다. 입선에 든 글들도 나무랄 데 없어서 참 미안한 마음으로 논의했음을 알아주기 바란다.

학생부 금상 김재경은 중학생인데 장문의 글에 가족과 시대와 가난에 대한 생각을 잘 풀어놓았다. 은상 정유정은 중학교 1학년인데 벌써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니 놀라웠다. 동상 서주원은 <천개의 바람 천개의 첼로>를 읽고 썼는데,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는 일과 8살 때까지 진도에서 살 때 팽목항에 자주 가본 경험과 접목하여 쓴 내용이 좋았다. 학생부 입선에 오른 다른 글들도 똑같이 상을 드리고 싶었던 안타까운 마음을 알아주기 바란다.

100자평은 신문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것이 적어서 책이 이렇게 안 읽히나, 그리고 아무리 글쓰기가 힘들다지만 100자평도 쓰기가 어려운가 서운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학교별로 받아주신 것이 많아서 마음이 놓였다.

심사평이 모자람은 독자들의 이해를 바라고 응모자 모두에게 깊이 머리 숙여 거듭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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