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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민주주의’의 완성
이민희/ 여민동락 살림꾼
2016년 12월 05일 (월) 11:30:35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저들의 푸르른 솔잎을 보라/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비바람 맞고 눈보라쳐도/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서럽고 쓰리던 지난날들도/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거칠은 들판에 솔잎되리라/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150만의 촛불이 청와대를 에워싼 순간, 양희은의 상록수가 울려퍼지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무언가 뜨거운 것이 가슴 속 저 바닥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지난 총선이 끝나자 내로라하는 학자들과 평론가들은 그랬었다. 나라를 팔아먹어도 선거를 치르면 35%는 보수세력에 표를 줄 것이라고.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이 아무리 터져봐야 보수세력의 35%라는 기반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거 결과에 대한 정치공학적 분석과 타산도 작용했겠지만, 35%라는 거대한 보수의 벽 앞에서 한계를 느낀 지식인의 자조섞인 절망의 표현이기도 했다.

하지만 틀렸다. 민심은 고정불변하지 않는다. 전국을 뒤덮은 촛불이 그것을 증명했다. 비바람 불고 눈보라 쳐도 거칠은 들판에 묵묵히 서 있었던 상록수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자 천지가 개벽했다. 통계만 봐도 그렇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가파르게 하락하던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급기야 4%대로 완전히 내려앉았다. 심지어 20, 30대에서는 지지율 0%를 기록했다.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기록이다. 고정불변한다던 지지기반은 붕괴했고 보수 정치세력은 자중지란에 빠졌다. ‘촛불 민주주의의 힘이다.

이탈리아의 혁명가 안토니오 그람시는 낡은 것은 죽어가고 있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상태위기라고 했다. 수백만의 촛불이 타오른 지금 이 순간은 박정희 체제의 낡은 그림자를 완전히 걷어내고 민주주의 새로운 장을 여는 기회임이 분명하다. 동시에 876월 항쟁이 그러했던 것처럼 낡은 정치세력에게 또다시 권력을 내어주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

독일의 나치즘과 이탈리아의 파시즘도 1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이 가장 강할 때 발원하지 않았던가. “더 이상 못 살겠다며 거리로 뛰쳐나온 민중들의 에너지를 흡수한 나치는 사회를 전체주의의 공포속으로 몰아넣었고 2차 세계대전의 비극으로 이끌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당장 우리 현대사만 봐도 그렇다. 4.19 혁명의 뒤에 군부독재체제가 들어섰고 5.18 광주민중항쟁을 총칼로 짓밟았다. 876월 항쟁은 기존의 정치세력과 정치체제는 그대로 놔 둔채 대통령 선출 방법만 바꾸는 미완의 혁명으로 끝났다. 대통령이 군복 대신 양복만 입었을 뿐 사회는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그들은 공공성을 파괴하고 권력을 사유화했고 국민의 머리위에 군림해왔다. 최순실만 국정을 농단한 것이 아니다. 불의한 정치권력과 부역자를 자처한 재벌과 언론 모두가 공동정범이다.

지금 낡고 부패하고 부정의한 권력을 청산하자는 요구는 봇물치나 아직 새로운 것은 탄생하지 않았다. 박근혜 탄핵의 촛불이 열어놓은 역동적인 정치 공간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 바로 서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만드는 장이 되어야 한다. 다음 세대의 운명을 좌우할수도 있는 이 중요한 과제를 기성 정치권에만 일임할 수 있겠는가. 마땅히 촛불의 주역이자 정치의 주인인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촛불 민주주의는 마땅히 권력자가 함부로 권력을 사유화 할 수 없는 정치 시스템, 주권자인 국민이 권력의 주인이 되는 진짜 민주적 정치체제의 수립으로만 완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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