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택/ 영광문화원장

일기 예보에서 비가 내린다고 해도 우산을 챙기는 일보다는 얼마나 많이 내릴까하고 되뇌이면서 그냥 외출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흠뻑 젖어도 좋으니 많이만 내려 주었으면 하는 마음들이 많기 때문이다. 비가 주룩주룩 내렸던 기억마저 희미해졌다니 비에 대한 그리움과 기다림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느낄 수 있다.

작년 여름에도 비 다운 비는 커녕 예고된 장마철에도 비는 없이 마른 장마로만 몇 날들이 흘렀었다. 그래도 그런대로 상비해 둔 물이 어느 만큼 있었기에 다행이었는데 그 이후로도 지금까지 비가 시원스레 내려 주지 않으니 농사철은 다가오는데 걱정이 태산만 같으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달에는 때아닌 눈도 내렸고 가는비라도 이따금 내려서 봄 작물에는 해갈이 되었다지만 도랑과 냇가는 흐르는 물 없이 지금까지 그대로다.

날씨가 이쯤 되다보니 돌아 올 농사철에 대한 예감 또한 심각해졌다 만약 이 상태로 날씨가 계속 변화를 가져 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물에 대한 심각성으로 살기가 어려워지지 않을까 가뜩이나 풀리지 않는 경제로 살아가기조차 힘든 판에 물마저 그런다면 세상 인심이 어찌 될 것인가 한 번 쯤은 우리 함께 생각해 볼 일이다.

일기 예보에는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 자주 있으나 대지는 변화가 없으니 말라버린 저수지 바닥과 할 일이 없어 멎어버린 하천이나 도랑이나 골짜기들 조차도 한심스럽다.

당장은 마실 물이 있어 생활 자체는 불편을 못 느끼고 있다. 그런데 만일의 경우,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넘쳐서가 아니고 부족해서 물 사태가 벌어진다면 어떠한 상황이 될 것인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타오른다. 날마다 아침 저녁으로 불갑 저수지 주위를 산책하면서 생각해 보지만 생각만으로는 해결될 일이 아니다보니 걱정 속에서 물을 아껴 쓰자는 호소 아닌 호소를 해본다.

전문가들은 물부족으로 인해 10년 안에 물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아닌 전망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기사를 읽고도 의아하거나 놀라지 않고 그냥 지나쳐버리는 것은 먹을 물이 없어 강원도 태백 시민들의 사정을 실감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니 물을 아끼고 사랑해야겠다는 진심을 모를 수 밖에. 이제라도 물에 대한 소중함을 인식하고 나아가서는 물을 아껴서 물로 인해서 벌어지는 재난 예방을 미리 준비하고 대처해야 하는 자세가 필요할 때다. 그렇지만 우리들의 대비태세는 너무나 미약하다. 아니 미약할 정도가 아니라 전무한 상태라 해도 맞을 것이다.

국가에서는 국가대로 비상대책을 수립해서 진행해야겠지만 우리들은 우리들대로 모두가 한모금의 물이라도 아끼고 절약하여 더 큰 재난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되지 않을까. 다가올 재난을 알고도 방치하는 것은 죄다 . 그 죄가 우리들이나 우리들의 후예가 당해야 할 재난이 뻔 한데도 생활화 하지 않는다면 어찌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볼이다.

우리는 한파나 태풍 그리고 호우에 대해서는 이미 재난을 당해보았기에 실감을 느끼지만 가뭄으로 인해 먹을 물조차 없이 살아 본 경험이 없었기에 더욱 실감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물의 전쟁이 곧 다가올 것이라는 예언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니 코앞에 다가서야만 후회하고 실천할 것인가. 그렇게 되면 이미 때는 늦다. 물전쟁에 대비한 우리들의 각오는 너와 내가 아니고 우리 모두여야 한다. 기상학자들의 이야기를 빌리면 가뭄의 역사와 주기를 보면 2025년이 가뭄의 해가 될것으로 예측을 한다고 한다. 그 예측이 맞아서는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방관해서도 아니될 것이 아닌가.

기원전 1850년 이집트의 힉소스왕조는 7년 가뭄을 대비해 초강국이 되었지만 반면 이에 대비하지 못한 이스라엘 국민은 430년간 이집트에서 노예로 살아왔다는 역사는 다 알고 있지 않은가. 마야문명 , 당나라 , 명나라 , 발해 등, 쟁쟁한 세계 제국이 멸망한 원인도 가뭄이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기록은 없지만 인도나 아프리카도 유사한 경험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학자들의 이야기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 우리는 우리대로 물전쟁에 휘말려 들어 아귀다툼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산책길에서 돌아오면서 공중화장실에 들렸더니 언제 틀어놓은 수도꼭지였는지 몰라도 아무도 없는 아침시간에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제 틀어놓은 것이었다면 밤새도록 흘렀을 것이 아닌가.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