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재/ 2017국제농업박람회사무국 운영부장, 농업연구관, 농업정책학박사

실업자 첫 100만 명,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서민들의 밥상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농축수산물의 가격이 2~3배까지 뛰어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의 전조 현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이란 농업을 뜻하는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 식품과 공산품, 서비스업도 덩달아 올라가는 현상을 말하는데 물가 인상은 물론 식량 수급에 대한 우려로 사회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 애그플레이션은 1987~88, 1997~98, 2007~08년에 10년 주기로 발생하였는데 올해가 10년 주기에 해당한다.

애그플레이션은 100%가 흉작이 원인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물론 흉작이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곡물 수요의 증가와 용도의 다양화에 따른 국제 곡물재고의 감소, 유가의 상승, 그리고 투기자본 유입 등도 한몫을 한다고 보면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작년에 우리나라는 극심한 가뭄과 추수기의 잦은 강우로 벼에 수발아가 발생하고 볏짚의 품귀현상이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쌀 생산량은 4197천 톤으로 이는 2015년보다 13만 톤 줄었지만 쌀값은 오히려 20~30년 전 수준으로 폭락하였고 곤포볏짚은 롤 당(500) 45%까지 치솟아 축산농가에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보면서 농업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미래의 기아(飢餓)는 신종기아(New Hunger)라 할 만큼 돈이 있어도 식량을 구입할 수 없는 시대가 될 수 있다는 예언과 함께 세계적인 투자전문가 짐 로저스(Jim Rogers)가 주창한 농업은 향후 가장 잠재력이 높은 산업중의 하나이며 향후 30년간 가장 선망되는 직업은 농부가 될 것이다.’라면서 큰돈을 벌려면 지금이라도 땅을 사고 농사짓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라고 강조한 말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현재 대다수의 국민들은 시쳇말(時體-)로 봉급 빼고는 모두 올랐다고 하소연하고 있는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가격통계에 따르면 무(평년의 2.4), 양배추(2.1), 당근(2.2), 계란(2) 등 농축산물의 가격이 평년에 비해 2~3배로 치솟은 품목들이 부지기수(不知其數). 더구나 서민들의 장바구니에 영향을 미치는 농수산물의 가격상승에 대해 하늘에 불붙은 물가라는 비난여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라면, 콜라, 맥주, 빙과, 과자 등도 덩달아 오르고 국제유가의 상승과 미국의 '()달러' 기조가 이어질 경우 물가 상승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산물의 가격상승이 곧바로 농업인들의 소득증대로 연결된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핵심은 경제 활황이 농산물 소비로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처럼 ‘L’자형의 장기 저성장 추세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과 함께 농산업계 주변의 여건들도 그리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번 설 명절은 농산물 판매의 절호의 기회지만 지난해 시행된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라 농수축산물의 선물 가격이 5만원으로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고급과일, 영광굴비, 전복, 한우셑트 등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농수축산업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말았다는 전언이다. 그래도 농업인들의 소득증대를 위해서는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소비자들이 직접 구입해 주는 길만이 유일한 해법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농업의 중요성이 높아만 가는데 농정을 바라보는 농업인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는 농업의 중요한 가치인 식량공급, 환경정화, 사회경제적 기능, 전통문화의 계승 등 다원적 기능을 간과(看過)하고 시장경제의 논리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WEF)에서 라가르드 IMF 총재는 세계 최고 부자 8명의 부()가 전 세계 하위 50%36억 명의 재산과 같다는 옥스팜보고서를 언급하면서 부의 분배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는 농산업 등 취약업종(?) 종사자에게 일정한 소득을 보장해 주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반증이다.

우리 도에서 농촌의 어려움 타개와 농업인들의 소득향상 차원에서 2002년부터 14년간 지속적으로 농업박람회를 개최하였다. 금년에 열리는 2017국제농업박람회는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화 농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기 위한 농산물 수출촉진과 판로개척 등 농업의 자생력을 높이는 일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2017국제농업박람회는 금년 1026일부터 115일까지 11일간 전라남도농업기술원(나주시 산포면 소재)에서 열리는데 20개국 380개 기업과 45만 명의 관람객이 참가할 것이며 5개 마당(혁신기술, 상생교류, 전시체험, 농풍, 홍보판매)으로 구성하여 전남농업의 부가가치를 구현해 나갈 방침이다. 현재까지 해외는 7개국 11, 국내는 109개 기업과 기관단체에서 참가신청을 완료하였고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중심으로 관람객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2017국제농업박람회의 성공개최를 위해서는 튼튼한 농업 기반의 육성과 지역 주민들의 높은 관심, 농산업 관련 기업, 기관단체와 공직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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