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진/ 광신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사회복지학박사

불안이라는 감정은 스스로를 옭아매는 허상의 그림자이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불안의 징후에 노출시키길 즐긴다. 어두컴컴한 집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의 원인은 파악하지 않은 채 우리는 무작정 겁을 먹고, 이제 갓 운동을 시작했으면서도 살이 빠지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의 심리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런 현상이 개인의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현상으로 분석하려는 움직임은 작금의 현실을 불안사회라 명명하기에 이르렀다.

"불안과 불통", 요즘들어 가장 많이 들려오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아이들은 과중한 학업과 경쟁에서 오는 불안, 청년들은 치열한 취업과 직장내에서의 긴장과 불안, 장년들의 경제적 불안, 노년들의 은퇴 불안 등 긴장과 불안의 사회속에 살아가고 있다. 어느 목사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풍요속에 빈곤하게 살지 말고 자신처럼 빈곤속에 풍요를 누리라는 말씀이 계속 머리속에서 맴돈다.

시대적으로 개인과 사회의 변화속에 안전을 확보하는 가장 효과적인 길, 가장 적합한 전략은 물질적이고 정신적인 독립성, '지식과 권력'을 자기 것으로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또는 집단적으로 쌓아 온 지식과 권력이 어느 사이 스스로 위협이 되어 버렸다. 힘이나 돈, 지식이 적은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뒤에 처지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불안에 쫓겨, 보다 큰 안전을 찾아서, 이 사람들은 마치 어린 소년이 자기 눈에 거의 전능한 존재로 비치는 아빠를 따르듯, 성공한 사람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 물질적으로 독립한 사람들의 밝게 조명된 길로 따라갔다. 자기들이 동원할 수 있는 온갖 수단을 다 사용해서. 그리하여 지금까지 그렇게 열심히 짜깁기 해왔던 풍요와 권력의 천장이 점점 얄팍해지고 구멍이 나기 시작하는 걸 겪어야 하는 이들의 불안은 점점 커진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하다가, 안절부절 못하게 되고, 그러다 급기야 심각한 불안에 떨면서 지금까지 성공적이었던 전략을 써서 문제를 풀어보려고 온갖 시도를 한다. 그러나 상황은 그야말로 사면초가가 된다. 복지 사회에서 가장 약한 지체가 제일 먼저 스트레스 상황이 된다. 아직 힘이 있는 사람들은 불안이 커지면 폭력을 쓸 준비를 갖추어 가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체념과 질병, 붕괴로 가까이 가게 된다고 불안의 심리학은 말하고 있는데, 요즘 우리는 정보화 시대, 세계화 시대 등과 더불어 불안의 시대 속에서 살고 있다. 지금 당신은 불안한가?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안하다. 그 불안의 내용은 서로 다를지 모르지만 당신이 불안하듯이 나도 불안하다. 불안이란 기본적으로는 인간의 본성에서 나오는 결과이기는 하지만 거기에 더하여 요즘 시대 자체가 불안하기 때문에 현대의 사람들은 불안해 하면서 살기 쉽다. 이런 불안을 대변하는 신조어가 바로 ‘N포 세대라는 말이다. N포 세대란 삶의 중요한 여러 가지를 불안해하다 못해 아예 포기해버린 세대를 말한다. 처음에 나온 건 연애,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한 3포 세대였습니다. 여기에 취업과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하는 경우를 5포 세대로 부르더니, 최근 들어서는 인간관계와 희망도 포기했다 하여 7포 세대, 건강과 외모관리까지 포함해서 9포 세대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꿈도 희망도 없는 삶에 비관하여 삶까지 포기한다고 해서 10포 세대가 되었다 한다.

그런데 이런 불안의 시대는 비단 오늘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시대에나 사람들은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이런 불안이 가장 극대화 되는 환경이 있다면 어디일까? 바로 사막일 것이다. 사막은 주위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보이는 것은 황무한 땅 뿐이다. 양식도, 먹을 물도 구할 수 없고 뜨거운 태양과 밤에 찾아오는 무서운 추위를 피할 곳도 없다.

이런 사막에서 무려 40년 동안이나 생활한 사람들이 있으니 구약에 등장하는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다. 작금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N포 세대처럼 불안해하다 못해 포기하고 계시지는 않는가? 무엇보다 불안 때문에 삶을 포기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가? 불안할수록, 포기하고 싶을수록 더욱 의지하고 소망하시기 바란다. 위에 것에 소망을 두며 길을 두려워 않고 당당히 걸어가는 멋진 독자들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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