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을 인정하자

김주*/ 영광읍 신하리(평화확립상)

올해 수능을 치루고 내년이면 대학교 신입생이 됩니다.

새롭게 시작되는 20살에 대한 부푼 기대감과 함께 이제 정말 10대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아쉬움도 듭니다. 하지만 학교 다니면서 힘들었던 부분들과 안녕을 말할 수 있어서 아쉬움만큼 기쁨 또한 큽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겨울에 교복치마입기였습니다.

원래 치마 입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아무리 붙잡아도 바람에 제멋대로 날리는 치맛단, 스타킹 사이를 파고들어 더 춥게 만드는 매서운 바람이 교복 치마를 더 싫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가 자주 썼던 방법은 아마 여학생들이라면 추운 겨울날 한 번씩은 해 봤을 치마 교복 속에 체육복 바지를 입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체육시간을 제외하고 체육복을 입고 있거나 치마 속에 체육복을 입고 있는 것을 허용하지 않아 선생님들께 자주 질타를 받았고 때로는 벌점도 받기도 하였습니다.

치마 속에 체육복 바지를 입으면 볼성사납다는 이유로 입지 못하게 하는데 과연 볼성사납다의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 걸까요?

제가 교복을 사야했었을 때만 하더라도 선택권은 치마 하나밖에 없었지만 불과 몇 년 새에 많은 학교들이 여학생들에게 치마와 바지 중 자신의 취향대로 구매하여 입을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는 듯 합니다. 넓어진 선택의 폭에서 남학생은 제외되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지만요.

남학생은 바지를, 여학생은 치마를 입게끔 우리의 몸이 만들어 진 것도 아니며 신체구조적으로 본다면 남자가 치마를, 여자가 바지를 입어야 하는 게 더 맞는데 그렇지 않은 것은 사회의 인식이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일 뿐이지요.

치마와 바지처럼 우리 사회에는 성별로 인해 많은 것들이 마치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것처럼 구분 지어져 있고 정해져 있는 그 틀을 강요당하며 우리가 벗어나길 원치 않습니다.

남자든 여자든 어떠한 성별을 가지고 태어났냐는 신체적 구조의 차이 외에는 그 사람을 어떠한 틀로 미리 규정지을 수 없으며 성별로가 아닌 자신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특성이나 자신만의 성격, 모습 등을 가지고 온전히 그 사람을 봐 주어야 하며 자신만의 모습과 색깔을 가진 채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바로 어른과 사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들의 생김새가 다 다르듯이 가지고 태어나는 성향과 특성, 성격, 모습 등도 각기 다 다를 수 밖에 없는데 우리 사회는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이라는 두 가지 큰 틀에 색깔, 직업, 성격 등 그 안에 다양한 요소들을 성별에 따라 위의 두 가지로 분류해 그 틀안에 자라길 종용받으며 그렇게 부합되지 않을 시 여러 모양으로 상처받게 됩니다.

모 아니면 도게임은 분명하게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답을 얻을 수 있지만 우리는 로봇이 아니기에 어떠한 영역이든지 이것과 저것뿐만 아니라 그 중간사이에 무수히 많은 스펙트럼이 존재해야하며 또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합니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는 결국 여러 가지 부작용을 불러올 수 밖에 없으며 가장 큰 부작용 중 하나가 바로 폭력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것에든 정답은 없습니다. 자기와 맞는 게 무엇이고 자기가 가장 좋아하고 잘 하는게 어떤 것인지가 기준이 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의 기준은 다 다를 수 밖에 없으며 서로 다른 기준에 있어서 맞고 틀리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사회에서 정해 놓은 한 가지 기준에 모두를 맞추려 하고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틀렸다는 것으로 매도하는 것에서부터가 폭력의 시발점이지 않을까요?

누구든지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에서 살고 싶을 것입니다. 또한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살기 바랄 것입니다.

좋은 직장과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쉬지 않고 공부하며, 쉬지 않고 돈을 버는 궁극적인 목적이 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당신과 아이들이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에서 살기를 바란다면 좋은 직장과 돈 벌기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차이로 인해 차별하지 않고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금 현재 어른들의 노력(사고의 변화)이 꼭 필요하며, 조금씩 바꾸어 나간다면 반드시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영광여성의 전화가 주최한 세계여성 폭력 추방 주간 맞이 글짓기공모전의 입상작품으로 실명과 사진은 글쓴이의 요청으로 인해 게재하지 않습니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