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택/ 영광문화원장

터미널 사거리, 신호등과 함께 정지선에서 차를 멈춥니다. 순식간에 밀려드는 차량으로 거리는 북새통이 됩니다. 끼어들래야 끼어들 수도 없을 것 같은데 비싼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우리 차 앞으로 딱 들어섭니다. 서야할 자리가 아닌데도 기어이 비집고 들어서는 꼬락서니가 얄밉기보다 꼴불견입니다.

우리도 더 앞으로 갈 줄 몰라서 서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 앞으로 들어선 차는 무엇 때문일까요. 출발과 함께 한 걸음 먼저 가보겠다는 속셈말고는 무엇이 있겠습니까. 이러고 보니 그 고급차량이 멈춰 서 있는 곳은 지금 횡단보도가 아닌가. 건너가는 인파의 손가락질과 눈길질 다 받으면서도 의연한 모습입니다. 순간 왼쪽 차창을 열더니 물었던 담배꽁초를 손가락에 힘을 줘 길바닥에 훽 튕겨버립니다. 정말 눈뜨고는 볼 수가 없습니다. 검은테 짙은 안경으로 보나 비싼 차량으로 보나 경제력은 꽤 있는 집안으로 보입니다만 어쩐지 그가 탄 승용차까지도 저주스럽게만 보입니다. 사람이 미웁지 그 차가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너댓대의 차가 뒤에서 그 차와 차를 모는 사람의 행동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신호등까지도 눈 버얼겧게 뜨고 그 차를 저주하고 있는 듯한 아침 출근시간대의 풍경입니다. 저마다 바쁜 아침시간 서로 앞다투어 가는 것보다야 질서를 지키며 가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이 슬프기만 합니다. 신호를 어겨가며 앞으로 밀어대는 꼴이며 거기다가 담배꽁초는 보란듯이 튕겨댔으니 질서파괴의 2관왕을 단번에 이루어낸 셈입니다. 어기고, 버려도 저 떳떳한 양심, 그 뒤에서 지켜만 보고 있는 우리들의 못난 시민의식 누가 누구랄 것 없지만 그래도 한마디라도 했다가 봉변당하는 것 보다야 낫겠지 하면서도 신호가 바뀌자 다들 제 갈길을 갑니다. 기분이 썩 좋지 못한 출근시간대의 아침, 우리 모두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어떨까 하며 그 모습을 우리 군민들께 전해봅니다. 이런 모습들이 비단 오늘 아침에만 일어난 일이 아니겠지만 앞으로 끼어들어 횡단보도를 가로막고 그 틈에서도 담배꽁초를 버리고 있으니 우리들 시민문화가 이 정도밖에 안될까 생각하니 마음이 착찹합니다. 횡단보도 양쪽에선 내가 지킨 정지선 우리 가족 행복선이라고 쓰인 표어의 깃발이 씩씩하게 나부끼고 있습니다.

성숙된 시민질서를 위하여 민과 관의 단체에서 시간만 나면 홍보를 하고 몸소 계도를 나서서 열심히 하고 있는 처지에서 한쪽은 어기고 버리고 하며 잘 되어 가는 시민의식에 먹칠을 하고 있으니 언제쯤 이런 사람들이 사라지려나 생각해봅니다. 횡단보다 저 만치서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새벽부터 나와서 쓸고 줍고 하는 모습이 한층 더 아름다운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분들께 일감을 주자는 의도일지는 몰라도 깨끗한 거리에 어떻게 그런 담배꽁초를 서슴없이 버리고 있는 것일까. 그것도 불똥이 꺼지지 않아 바람에 휘날리면서 튕겨지고 있는데 잘못되면 화재까지도 불러오지 않을지 염려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니 더욱 불안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옛날에 비하면 정말 깨끗한 거리 아름다운 도심이 되어 상쾌하리만큼 성숙된 우리의 의식인데 한 두사람이 어기고 버린 양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얼굴을 찡그려야하는 그런 일은 이제부터라도 조심해야 되겠습니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