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수/ 지체장애인협회영광군지회장

-420일 장애인의 날을 즈음하여-

언젠가부터 매월 14일은 무슨무슨 데이라고 하여 많은 행사들로 암묵적으로 지정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3·1, 4·3, 5·18, 6·25, 6·29 처럼 특별히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날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저것도 아닌 밸런타인데이, 빼뻬로데이 같은 날이 매년 돌아옵니다.

사실 이런 날들은 선물과 초콜릿 관련 업체들의 상술에 의해서 지정되어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안 챙기기는 그렇고, 챙기자니 업체들의 상술에 넘어가는 것 같고 참 애매한 것 같습니다. 기념일과 관련하여 혹시 420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장애인의 날입니다. 장애인이 된 것을 축하하는 날도, 우리 사회에 장애인이 있음을 기념할 날도,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감사할 날도 아닌 과연 어떤 의미의 날인지 알 수 없습니다. 사실 장애인의 날이 420일이 된 것은 어떤 역사적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 곡우라는 절기일 뿐입니다. 일 년 중 가장 비가 올 확률이 적은 날이라 하여 집이나 시설에 갇혀 지내는 장애인들을 이날 하루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에서 4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지정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장애인의 날'이라는 명칭자체가 너무 직설적 이여서 어감이 좋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고취해'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법정 기념일입니다.

장애인의 날은 1972년부터 민간에서 '재활의 날'을 지내던 것을 시작으로 1981년부터 국자지정 '장애인의 날'로 변경하여 기념행사를 개최해왔습니다. 처음 시작은 재활의 날로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재활을 통해 건강한 삶을 되찾기 위한 의미로 시작하는 의미로 민간에서 시작하였지만, 장애인의 대한 사회적 인식과 배려를 통한 더불어 사는 삶을 살기 위하여 모든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인 4월 장애인의 재활의지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의미와 많은 기념일과 중복을 피하기 위해 4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지정해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매년 장애인의 날에는 다양한 행사와 시상을 합니다. 장애인 인권선언문, 복지유공자 포상, 장애인 극복상 수상, 장애인 수기 발표와 축하공연 등의 행사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장애인을 배려해주는 분들이나 장애인으로서 열심히 생활하신 분들에게 다양한 수상이 이루어집니다.

특히 420일이 포함된 주간을 장애인의 주간으로 지정하여 장애인의 대한 배려와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에 힘쓰자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장애인의 주일이 잘 알려지지 않을 뿐더러 사회적으로 장애인의 생각하는 인식이 그리 높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제 장애인의 날의 의미가 달라져야 합니다. 날짜를 바꾸라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날이라고 장애인을 차 때기로 동원하고 도시락을 줄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우리사회에서 자유롭고 평등하게 생활하기 위한 정책을 선포하고, 비장애인들의 장애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문화제를 개최하는 등 한해의 장애인 복지와 인권정책 선포의 날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420일 장애인의 날이 다가옵니다. 언론은 앞 다투어 장애인 관련 방송을 내보낼 것이고 장애를 극복한 사람들을 찾아 상을 줄 것입니다. 여전히 장애인들은 관람석에 앉아 앞에서 내빈들이 던지는 위로 내지는 격려의 말을 들을 것이고 한 편에서는 장애인 차별철폐를 외쳐 될 것입니다. 그리고는 도시락 하나에, 선물 하나에 아수라장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런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가 가진 자는 더 가지길 원하고, 못가진 자는 밟고 일어나야 한다는 너무 심한 경쟁사회의 분위기로 흐르다보니 생기는 문제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은 보시는 분들이라고 420일은 장애인의 날이고 장애인도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시는 우리의 따뜻한 배려와 손길이 필요하신 분들이라 생각하고 더 많은 배려와 함께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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