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프리랜서

국가 대사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다. 그런데 후보자들의 행보와 언행이 볼썽사납다. 아니 수준 이하의 언행이 자꾸 터져 나오고 있다. 나라를 이끌어야할 리더들의 수준이 한눈에 보인다.

홍준표 후보는 막말로 뉴스 점유율을 늘려가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방송용으로 부적합한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고 보수를 욕보였다. 후보 면전에서 친북 좌파라 칭하는 그의 인격은 이미 후보에서 탈락이다. 보수가 패하면 낙동강에 빠져 죽어야한다는 발언은 사춘기적 언어다. 일베와 진박에서 주로 사용하던 유아적 언어를 조금 발전시킨 공은 인정하지만 저질스럽긴 마찬가지다.

박지원 대표는 안철수 유세 중 문재인이 김대중 대통령을 골로 보냈다.’는 악담을 했다. 수준이 참 비슷하다. 그의 연설은 내용이 없다. 문재인이 대통령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 전부이다. 국민을 위한 멋진 약속 대신 상대 후보를 욕보임으로서 자신들의 위치를 끌어올리려는 유아적 발상이다.

문재인 후보는 적폐 청산을 구호처럼 외치더니 후보로 확정된 후에는 슬며시 통합으로 바꿨다. 살짝 우 클릭 한 것이다. 통합은 중도 층을 생각한 단어다. 물론 본인은 지역적 통합을 내세우겠지만 외부 시선은 그렇지 못하다.

후보들은 좌우 이념에 신중하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이번 선거는 이념과 지역을 어느 정도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반가운 일이다. 그 동안 얼마나 지역주의와 좌우 이념에 국민 전체가 분열되어 있었던가. 아직까지 지역을 거론하며 민심을 분열시키는 곳은 주요 언론들과 친박 표라도 아쉬운 일부 후보들뿐이다.

오히려 표심은 연령으로 나뉘고 있다. 젊은 층은 문재인 후보, 노년층은 안철수 후보 쪽이다. 청년과의 소통을 중요시하고 그렇게 활동해 왔던 안 후보에게 노년층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의 머릿속엔 아직 이념적 갈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몇 십 년을 종북 좌파로 매도당했던 문재인에게 나라를 맡긴다는 사실이 늘 불안하다. 바로 주요 언론들의 반복학습 효과다. 하지만 빨갱이라 불렸던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2대에 걸쳐 나라를 이끌었지만 우리는 공산화는 고사하고 더욱 안정된 남북 관계를 유지하며 평화로웠다. 오히려 전쟁의 위협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기에 만연했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진보를 종북 좌파로 칭하는 사람들은 북한을 이용해 먹고 사는 용북(用北) 분자들이다. 바로 민족 분열의 원흉인 것이다. 민족을 이념 갈등으로 몰아가면서 정권을 잡으려는 의도는 명백하다. 나라를 우선한 개인의 영달과 사익이다.

후보들은 말 바꾸기는 보통이고 불과 2~3년 전에 자신이 했던 말을 뒤집기도 한다. 그리고 실효성 없는 공약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던지기도 한다. 몇 년 전 허경영이란 인물이 생각난다. 비약인 건 알지만 구체성 없는 공약이 대부분이니 어차피 한 부류로 묶어보는 것이다.

이제 후보마다 공약을 결정해 발표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빈 약속으로 남을 공약이 대부분이다. 약속에 구체성이 없기 때문이다. 약속은 화려한데 엄청난 재원을 확보할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재원 확보는 씀씀이를 줄이고 남은 돈으로 꾸려 나간다는 추상적 방안이 전부다.

문재인 후보는 기존 예산 내에서 지출 예산 편성을 조정하고 재정지출개혁과 세입확대를 통해 마련하겠다는 지극히 뭉실한 설명이고, 홍준표 후보는 일자리를 무려 110만 개를 창출하겠다며 재원은 공공부문 구조조정이다. 한 후보는 공공일자리 81만 개 창출, 한 후보는 반대로 공공부문 구조조정이다. 안철수 후보도 국가 R&D 예산 19조 원을 조정하고 추가 세출로 예산을 확보해 일자리를 마련하고 창업혁명을 이루겠다는 추상적 방안이다. 종이가 아까운 것일까 더 이상 구체적 계획이 없는 것일까. 공약서 만으로 파악이 가능한 약속은 없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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