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진/ 난원 영광노인복지센터장

아침 출근길에 온양순복음교회 안호성 목사님이 진행하는 세월을 아끼라는 주제의 프로그램을 라디오에서 듣게 되었다. 목포시청에서 일하던 한 젊은이가 증도에 있는 친척집에 들렀는데 마당 구석에 있는 개를 보게 되었고 개 보다 개밥그릇에 관심이 생겼다. 친척에게 이거 가져가도 되냐?’ 고 묻자 가져가라는 말에 청년은 개밥그릇을 공짜로 들고 왔다. 목포에서 이 청년은 개밥그릇을 내다 팔았다. 값이 얼마였을까? 1975년 당시 강남 32평 아파트 한 채가 12백만 원 했을 때인데, 그 개밥그릇이 경매시장에서 28천만 원에 낙찰되었다. 알고 보니 당나라로 가던 무역선이 증도 앞바다에 파선하여 배에 실려 있던 도자기가 태풍에 떠밀려온 것이었다. 다시 증도로 간 청년은 개밥그릇 같은 도자기들이 해변에 산산조각 난 채로 널려 있는 것을 보았다. 증도에는 미신이 있는데 바다에서 떠밀려 온 물건은 귀신이 붙었다고 해서 집안으로 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태풍에 해변으로 떠밀려온 그릇들을 다 깨서 조각 내 버렸던 것이다. 이 사건으로 1976년부터 9년 동안 국가차원에서 대대적인 보물선 인양작업이 이루어졌고 그 인양보물들을 모아 전시하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국립해양박물관이라고 한다. 서울 강남에 아파트 23채를 살 수 있는 보물도 그 가치를 모르는 이들에게는 개밥그릇으로 밖에 안보이고, 장난삼아 깨버리는 쓸모없는 쓰레기일 뿐인 것이다. 우리들은 이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지는 않는가? 그 귀함의 가치를 모른 채 산산조각 내 버려지고 있는 소중한 나의 보물들이 바로 시간이다.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오전까지만 해도 남편과 같은 공간에 함께 있었는데 몇 시간 후에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다른 공간에 있다는 현실을 마주하기가 쉽지 않아 힘들어 하는 유가족을 보고 왔다. 찰나의 시간으로 생사가 갈린다. 건강한 사람이든 아픈 사람이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리는 매일 1,440분이라는 선물을 받고 있다. 하루라는 시간의 선물이다. 이 시간을 어느 누군가는 평생에 잊지 못할 행복한 순간으로, 또 다른 이는 가장 슬프고 거칠게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으며, 누구는 용서하고 사랑하고 잘못을 인정하면서 가장 잊을 수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하루인 것 같지만 누구에게나 하루가 전부 같을 수는 없다.

오랫동안 우리 시설을 이용해 오던 어르신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광주에 소재한 병원으로 옮기셨다. 돌아가실 때까지 우리와 함께 있을 줄 알았던 어르신이 갑작스레 퇴소하자 직원들의 서운함이 큰 모양이다. 오랫동안 함께할 것 같았지만 함께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고, 늘 내 곁에 있을 것 같지만 떠나가는 순간들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우리의 삶은 유한한 것이고 시간은 흘러가기 때문이다. 가수 서유석의 가는 세월의 가사처럼 가는 세월은 그 누구도 막을 수가 없듯이 이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정말 값어치 있게 활용해야 한다. 오래전 TV프로그램 중 개그맨 이휘재가 그래! 결심했어.’ 라고 외치며 진행하는 상황극 프로가 있었다. 그곳에서 이휘재는 두 가지 상황을 모두 다 경험하게 되는데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이 프로그램속의 이휘재처럼 이렇게 저렇게 다 경험해 보고 뭔가를 결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어떤 선택이 옳은 판단이었는지는 경험하기 전까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 우리는 얼마만큼 하루 86,400초의 가치를 진정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가? 마치 해마다 태풍만 불면 떠밀려 오는 당연한 개밥그릇 정도로 반복되는 하루를 값없이 여기며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몇 초의 시간만이라도 간절하게 원하고 있는 누군가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매일 매일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 사랑한다, 고맙다는 말을 미루지 말자.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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