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프리랜서

영국에서 다시 테러가 일어났다. 200577일 런던의 중심부 지하철과 버스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난 자살 테러 이후 13년 만이다. 당시 파키스탄계 영국인으로 추정된 용의자들은 3개 지하철과 1대의 버스에서 자살 테러를 일으켜 52명이 사망하고 700여 명이 부상당했다. 언론은 영국의 위기관리 능력을 높게 평가했지만 본질은 아니다. 테러는 계속 되고 위기관리 시스템이 이를 막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미국 팝 가수 공연장에서 폭탄이 터져 8살 소녀를 비롯한 민간인 22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끔찍한 테러는 계속 예고되고 있어 더욱 심각하다.

서방은 테러로, 중동은 분쟁을 넘어선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슬람권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은 그야말로 중동대전이다.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으로 시작된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격돌은 이슬람권 전체로 내전, 내란, 테러, 소요 등으로 번져나갔다. 분쟁을 넘어 전쟁이 되어버린 싸움은 말리 내전과 수단 내전이다. 이 분쟁이 커진 이유는 미국과 주변국들의 개입이다. 그러니 국제전 양상을 띠는 건 당연하다. 내란은 예멘, 소말리아,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등지에서, 필리핀 민다나오 섬에서는 이슬람 반군과 정부군의 무력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이 밖에도 터키, 이라크, 시리아, 이란 접경지대의 쿠르드족 분리 독립 분쟁 등 끝이 없다. 러시아의 체첸, 조지아, 다게스탄 등의 캅카스 지역 자치공화국들 역시 소련이 붕괴하자 내전에 휩싸이고 말았다.

2010년 아랍의 봄 이후 모로코, 튀니지,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지역은 심각한 소요 사태로 들어섰다.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오만, 요르단, 쿠웨이트 등 친 서방 왕정국들은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가장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지역은 팔레스타인이다. 인권이 심각한 침해를 받고 있으며 이스라엘에게 봉쇄된 가자와 서안지구는 인종말살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20147주 동안 가자를 완전 봉쇄하고 공습을 가해 2,200명이라는 사람을 죽였다. 이들은 높은 빌딩 등에서 포도주를 마시며 가자 지구의 민간인들이 공습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즐겼다. 문제는 이스라엘과 미국이다.

미국과 영국 등 기독교 국가는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을 돕고 승인하며 분쟁의 불씨를 심었다. 영국 청교도인들이 아메리카에 들어가 인디언 원주민들을 죽이고 땅을 차지한 뒤 살아남은 인디언들을 보호구역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몰아넣었듯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대부분 땅을 차지하고 폭 4km에 길이 8km의 담장을 쌓고 가둬버렸다. 지극히 종교적인 이유가 깔린 이스라엘의 건국은 중동대전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이다.

최근 통계를 찾지 못해 2013년 미국 국무부의 의회 제출 문건 ‘2013년 테러리즘 국가보고서를 보면, 한 해 동안 9,707건의 테러 발생에 17,891명이 사망하고 32,577명이 부상했다. 이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죽고 죽이는 것일까.

1975년에 시작된 레바논 내전은 기독교와 이슬람 종교 분쟁, 시아파 대 수니파의 종파 분쟁, 아랍 대 서방과 이스라엘의 반외세 분쟁, 세속주의 대 이슬람주의 분쟁, 권위주의 세력 대 민주화 분쟁, 다수 대 소수민족 분쟁, 중동 내 국가 분쟁 등 7대 분쟁의 시발점이 되어 이슬람권을 덮고 만다. 특히 인명 피해는 1947년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섞여 살던 이슬람교도와 다수의 힌두교도들은 종교별로 파키스탄과 인도로 이주하면서 폭력사태를 불러 1,25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하고 최소 20만 명에서 최대 100만 명이 숨지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 이제 종교가 사회적 정의라는 등식은 사라졌다. 종교는 전쟁의 중심에서 잘 폭발하는 화약의 역할만 충실히 하고 있을 뿐이다. 세계의 평화는 종교가 평화를 원하지 않으면 요원하다. 종교 전쟁은 1095년 십자군 전쟁에서 출발해 1948년 예루살렘 성지 탈환이라는 과제를 이스라엘에게 심으면서 다시 신의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다. 유대교와 이슬람교, 기독교는 모두 하느님의 아들이고 아브라함의 자손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자기들끼리 싸우며 세계의 평화를 무너뜨리고 있다. 진정 하느님의 평화를 원한다면 형제자매들을 겨눈 총부리를 거두고 본연의 정신인 사랑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오늘도 중동은 전쟁으로 서구는 테러로 멍들고 있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