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진/ 광신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능수능란한 비행기 조종사들도 간혹 위험에 빠뜨리는 신체 현상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을 버티고’(Vertigo) 현상이라고 합니다. 버티고 현상을 비행착각현상이라고 합니다. 하늘에서 비행한다는 것은 3차원적이고, 절대적 기준이 되는 방향점이 없기 때문에 비행기 조종사들은 지면에서 외부환경을 인식하는 것과 몹시 다른 느낌을 갖는다고 합니다.

한 예로 전투기를 조종하는 조종사들은 엄청난 속도로 비행하면서도 속도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구름이나 지면에 가까이 가면 속도감을 느끼지만, 공중에 외부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속도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주위 환경에 대한 조종사의 인식과 실제 상황이 다른 경우를 버티고, 비행착각현상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지상에서도 이런 착각을 가끔 하게 되는데, 정지해 있는 기차에 탑승해 있을 때, 옆 기차가 떠나면 마치 자신이 탑승한 기차가 후진하는 듯 하는 착각을 하는 예가 그렇습니다.

이러한 버티고현상은 비행기 조종사들에게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캄캄한 밤하늘을 비행할 때, 이들은 버티고현상 때문에, 바다에 떠 있는 배들의 불빛을 하늘의 별로, 하늘의 덮인 구름을 바다로 착각하여, 하늘로 오른다고 한 것이 바다를 향하여 추락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이때를 위해 비행기에는 자세계라는 하늘과 땅을 구분하는 계측기가 달려있지만, 비행사들이 버티고현상에 빠지면 자신의 느낌 때문에 자세계를 고장 난 것처럼 여기고 자신의 생각대로 비행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다고 합니다. ‘버티고현상에 대해 들어보니, 이 현상이 인생에 주는 교훈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비행기에 반드시 부착되어야 하고, 조종사들이 꼭 살펴야 하는 것이 자세계라는 하늘과 땅을 구분해 주는 계측기일 것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착각 때문에, 때로는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너무나 신뢰한 이유로 조종사들은 귀한 생명을 잃게 됩니다. 하늘을 나는 비행사들에게 엄습할 수 있는 이런 위험은 우리 인생에도 예외 없이 찾아옵니다.

살아가는 문제 때문에 이성을 잃고 인간 본성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우리의 이성은 진정 인식해야 할 것들을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인식하더라도 마치 버티고현상처럼 몹시 왜곡되고 오도된 판단을 내릴 때가 많은 것입니다. 죄성을 지닌 우리의 의지도 우리 자신을 파괴시키고 우리의 인생을 큰 위기 속에 몰아넣는 어리석은 선택을 할 때도 많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늘 우리의 유한함과 죄성을 인해 보이는 세계이든 보이지 않는 세계이든 볼 것을 보지 못하고 선택할 것을 선택하지 못하고 어리석은 판단과 선택을 할 때가 많은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에도 자세계가 필요합니다. 부패한 우리 마음을 믿고 사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리고 위험한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패하고 어리석은 자신의 판단만 따르다가 인생의 추락을 경험하는 예가 많습니다.

거울은 먼저 웃지 않습니다. 수많은 모양을 가진 것을 거울 앞에 가져오면 거울은 똑같이 비춰준다. 그러나 그 거울은 그 모양이 사라지면 원래대로 다시 깨끗하게 돌아온다. 절대 그 모양을 지어 어디에 저장해 놓고 다시 불러내어 쓰지 않는다.

그러나 마음은 모든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거울처럼 똑같이 비추지만 마음은 그 상황과 현상을 자신의 나름대로 상(이미지와 의미를 지어 만들어)을 마음에 저장하여 두고두고 불러내어 재활용한다. 이렇게 하면 이미 마음에 과거 상(가짜이고 환상)이 가득하여 현재 존재계에서 순간순간 벌어지는 실제의 세계를 받아들이질 못한다. 그러나 거울은 하나의 상도 가지지 않고 그 때 그 때 바로 비추기 때문에 아무리 수많은 상을 순간순간 비춰도 모두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깨달아야 할 사실 하나는 거울에 비췬 상이나 마음에 비친 상 모두 실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실제상은 거울안이나 마음 안에 비춰진 상이 아니라 거울 앞에 있는 것이 실체이고 마음 안으로 들어온 것도 들어오기 전의 실체가 진짜 실체라는 것이다. 우리는 마음 안에 지어진 상을 실체로 알고 늘 반응하고 살아간다. 이 때는 늘 마음을 거울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비추어봐야 한다. "마음은 거울이다." 그리고 거울은 어떤 것을 비추어도 그져 비출 뿐이지 좋니 나쁘니 옳으니 그러니 부정적이니 긍정적이니 시시비비를 분별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음은 그것을 비출 때 과연 어떤가? 그리고 거울 앞에 깨끗한 물건이 있어나 거울에 때가 많아 지저분하면 거울에 비친 물건 또한 지저분하게 보인다고 할 수도 있으나 물건이 더러운 것이 아니라 거울에 묻은 것이 더러운 것이지 물건도 거울도 본래 깨끗한 것이다. 마음 또한 거울 같음을 알아야 한다. 세상사나 현상이 나쁜 것이 아니고 마음 본성도 거울 같이 깨끗한데 거울의 떼처럼 마음의 떼가 더러워서 우리는 세상을 그 떼를 통해서 봄으로 세상을 더럽다고 판단한다. 그러니 거울의 떼를 닦아서 물건이 온전하고 깨끗하게 비추도록 하듯이 마음도 거울처럼 떼를 닦아 깨끗하게 유지하도록 해야한다. 그것을 수행이라 한다. 마음은 거울이다. 원리가 같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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