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프리랜서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많이 달라졌다. 조금 더 좋아진 삶의 질 만큼이나 문화와 각종 시설도 한 단계 올라섰다. 연배가 지긋한 분들에겐 옛날의 기억과 비교평가 되면서 충족도를 높여주지만 평균 상향 수치는 별도로 작용한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 즐기는 문제로 넘어왔지만 과거 배고픈 기억이 발목을 잡는 세대는 온전히 젊은이들의 현재를 선사하기 위한 희생양이다. 하지만 세상은 이미 개인주의를 기본으로 한 즐김의 문화로 들어섰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저축과 절약보다는 소비를, 불확실한 노후를 위한 맹목적 노동보다는 삶의 여유를 찾는 젊은 세대가 세계 시장을 결정하는 구심점으로 등장했다.

지역자치단체의 지향점도 바뀌어야하지만 아직은 요원하다. 방향점과 전환의 시기를 잡지 못하고 아직도 목하 토목사업에 열중이다. 도랑치고, 골짜기 사방사업하고, 길 내고, 효용성 없는 식물 전시관과 홍보관 건축하고, 외부 손님 유치와는 관계없는 소규모 생태공원 조성하고, 거닐 사람도 없는 해안도로 데크 공사하고 누구를 위한 사업일까.

백수해안도로에 필요한 것은 데크가 아니다. 알다시피 해안도로를 따라 만들어진 데크 길은 겨울에는 관광객이 없고 성수기인 여름에는 노출된 뙤약볕 밑을 거닐 사람이 없다. 그런데 아직도 부족해 해안도로를 데크로 이어갈 전망이다. 온 국토가 데크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지역마다 경쟁적으로 데크 관광시설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백수해안도로는 부족한 것이 먹거리와 머물다 갈 시설인데도 엇나간 지향점을 바로 잡을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기껏 조성한 조개잡이 체험장은 아무런 기반시설도 없이 이뤄져 이용객들의 빈축만 샀다.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이 당국의 무성의로 이웃 고창과 비교 평가의 악재가 되었다. 기왕 허가를 내줄 것이면 화장실이라도 제대로 갖춰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시설을 갖추고 충실한 경영을 한다면 지역적 특성에 기인해 엄청난 관광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 확신한다. 지역 경제와 관광사업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일석이조다.

백수해안도로는 전국적으로 제법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그냥 보고 스쳐가는 노을 이 아름다운 곳일 뿐이다. 양질의 식당과 카페 등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차를 세우고 머물고 싶은 공원이 없다. 밤에는 칠흑처럼 어둡고 낮에는 그저 드라이브다. 이렇게 좋은 천혜의 관광자원에 공원다운 공원 한 곳이 없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효용성 없는 사업에 투자를 아끼고 대형 주차장과 편의시설, 문화시설을 겸비한 대형 공원이 꼭 필요한 곳은 백수해안도로다. 언제까지 전망대와 공원 한 곳 없이 방치할 것인지 궁금하다.

지난 해 관광객 유치가 신통치 않았다. 부풀리기 카운터가 아니면 더 초라했을 성적이다. 해결법을 축제에서 찾으면 곤란하다. 백수해안도로의 관광자원이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허가 요건을 철저히 감독하면서 식당과 카페, 편의시설 등을 늘리고 곳곳에 차를 세우고 머물다 갈 수 있는 공원을 조성하면 된다. 손님을 유도하는 건 여건이지 홍보가 아니다. 유명한 서해의 노을과 함께한 해안도로 머뭄의 휴식처는 모든 젊은이들의 로망이다. 아무리 볼거리가 좋아도 먹을 것이 없으면 찾지 않고, 먹거리가 많아도 독특한 지역의 풍광과 문화가 없으면 한번으로 식상하는 것이 관광이다. 청산도는 지역적 정서만으로 다시 찾고 싶은 장소 선정에 70%를 받았다. 먹고 살 걱정이 없어도, 살기가 힘들어도 떠나는 게 여행이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은 자동차와 캠핑카 세대다. 여건이 충족되면 언제든 다시 찾는다. 이제 효용성 없는 토목사업들은 걷어치우고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 볼 때가 되었다. 말 뿐인 노을전시관을 확장 실용화하고 조개잡이 체험은 시설을 완비해 주말이면 새까맣게 몰리던 외부인들을 지역경제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안 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애매한 의문을 해소하고 천혜의 자연 자원을 방치에서 활용으로 돌리는 전환점을 마련할 시기는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영광에는 관광객들이 그늘막을 만들어 놓고 쉴 공간이 부족하다. 해안도로를 머물다 가고 싶은 곳 전국 1를 만들어 보자. 가능이 넘치는 곳이기에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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