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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의 공공성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이민희 /여민동락 살림꾼
2017년 06월 16일 (금) 13:39:56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2016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 <, 다니엘 블레이크>는 인간의 얼굴을 상실한 복지가 초래한 비극적인 현실을 잘 그려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59세 목수인 다니엘 블레이크는 심장 발작으로 40년 동한 해 온 목수일을 못하게 되고 생계가 곤란해지자 질병수당을 신청한다. 그러나 심장병만 있을 뿐 사지를 멀쩡히 움직일 수 있다는 이유로 기각당한다. 평생 컴퓨터를 사용해 본 적이 없는 다니엘은 절차가 복잡한 재심청구마저 포기하고, 사회복지공무원의 조언에 따라 구직수당을 신청하기로 한다. 구직수당도 쉽게 받을 수는 없다. 수당을 받는 기간 동안 구직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심장발작으로 일해서는 안된다는 처방을 받은 환자가 일자리를 찾아 다녀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 결국 다니엘은 다시 질병수당재심청구로 마음을 바꾸지만 재심 판결이 있던 날, 갑작스런 심장 마비로 사망하고 만다. 다니엘은 사후 낭독된 유서에서 이렇게 외친다. “I am a man, not a dog.”(나는 인간입니다. 개가 아닙니다.)

필자는 동료들과 함께 이 영화를 보고 토론, 학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복지국가의 축소와 시장주의 강화, 까다로운 수급 조건 등 신자유주의 이후 영국 복지체계 현실을 담은 내용이지만 한국의 복지 현주소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국가로부터 복지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가난과 무능을 증명해야내야만 하는 현실, 그마저도 부양의무제와 같은 독소조항으로 인해 배제당하고 제도의 바깥으로 밀려나는 현실은 광범위한 복지 사각지대를 발생시킨다. 인간의 존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탄생한 복지가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모순을 혁파하고 복지의 본령을 바로 세워야 한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앞두고 있으나 한국의 사회복지안전망은 일본, 유럽에 비해 취약하다. 2015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9.6%OECD 회원 국가 중 가장 높다. 생계를 유지하기 곤란할 정도로 빈곤한 노인들은 사회의 주변부로 계속 밀려나다가 결국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노인 정신질환과 자살 문제가 생계 문제와 깊은 연관을 갖는 이유다.

노인 돌봄 필요성 증가에 따라 2008년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제도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시행 10년이 다 된 지금까지도 현장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취약한 보장성과 높은 진입장벽에 의한 서비스 접근성 문제는 실제로 혜택이 필요한 노인들을 배제하는 역진적인 현상을 초래한다. 전체 노인의 49.6%가 빈곤상태에 있고 이 중 15%가 신체적, 인지적 기능 저하로 보호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노인장기요양보험이 포괄하는 범위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특히 정보가 취약하고 이동의 제한이 많으며 복지 인프라가 허술한 농어촌 지역 노인들은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제도에 접근하기 어렵다. 장기요양 등급을 신청하고 수급요건의 적합성을 따지기 위한 심사를 받고 의사소견서를 발부받아 제출해야하는 일련의 복잡한 과정을 혼자 힘으로 해내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치매와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독거 노인의 경우에는 아예 시도조차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이처럼 다니엘 블레이크와 같은 노인들이 많다. 게다가 노인장기요양등급을 신청했으나 기각당하는 경우, 이들에게 적합한 보건 복지서비스를 안내하고 연계해주는 체계가 부실하니 노인들의 삶은 더 힘들어진다.

노인복지 서비스 전달체계의 분절성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취약한 보장성, 접근의 어려움 등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다. 이는 애당초 2008년 제도 도입 당시 충분히 고려되고 반영되었어야 할 문제다. 당시에 복지 인프라 확충과 통합적인 서비스 전달체계 구축 없이 비용 지원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 제도를 만들다보니 보장 범위가 제한적이고 서비스의 질이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기서부터 편집과정에서 누락된 부분입니다.>

 재무회계규칙을 도입해 무분별하게 영리만을 추구해 온 민간 시설들을 퇴출하고 시장을 조정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 또한 애당초 국가가 복지를 시장에 맡겨서 해결하려고 했던 발상이 빚은 사태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적용과 실태에 관한 검토와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 답은 간단하다. 노인의 존엄한 삶을 보장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복지의 공공성을 확장하고 강화하는 방식으로 검토, 재편하면 된다. 서비스 공급에서 공공시설을 늘리고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공공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장기요양을 비롯한 노인복지서비스 전달체계를 통합적으로 재구축해야 한다. 복지의 공공성 확장만이 한국 사회 다니엘 블레이크들의 비극을 막는 길이고 초고령사회를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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