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흥수 한국방재협회장

방재의 날을 만든 주인공으로 내무부 방재국 최장수 국장 역임

525일은 방재의 날이었다. 방재의 날은 19891222일 유엔총회에서 재해 경감을 위한 10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세계 각국에 재해 경감의 날을 지정할 것을 권고했고, 우리나라는 1994년 태풍과 장마가 시작되기 전인 525일을 방재의 날로 정했다. 방재의 날은 자연재해대책법에 명시된 법정기념일이고 국제적 의미까지 가진 기념일인 것이다. 매년 이날 정부는 기념식을 갖고 방재훈련도 하고, 방재정책을 점검하는 민·관 합동 세미나도 가졌다.

영광사람 정흥수 한국방재협회장(77)이 바로 그 방재의 날을 만든 주인공이다. 그는 우리나라 재난·방재와 관련해 최고’ ‘최장이라는 수식어가 무색지 않다. 그는 1994년 국가 재난 컨트롤타워인 내무부 방재국장에 임명돼 최장기간(6년간) 재임하면서 각종 재난사태의 수습·복구를 지휘했다. 한동안 은퇴했다가 다시 한국방재협회장으로 재난관리 현장에 복귀한 것은 최근 상황이 너무 엄중해서다. 그는 최근 심각한 가뭄 문제부터 얘기했다.

정 회장은 최근 5월 기온이 섭씨 36도까지 오르고 봄·가을이 없어지는 기후변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화석연료와 지구온난화로 인한 것으로 우리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많다. 이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요즘 세월호 참사와 같은 거대한 사회적 재난 때문에 자연재해에 대해 소홀히 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화석연료나 탄소배출량 등 기후변화 요소의 30%를 배출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오바마 정부 약속을 깨고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하는 등 달라진 국제적 환경문제에 대해 우리는 너무 무관심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 회장은 1940년생인 전남 영광 출신이다. 조선대(토목과)를 나와 연세대 석사학위를 받았다. 1966년 전남도에서 9급 공무원으로 시작, 건설부를 거쳐 내무부(행정자치부) 방재국장을 지냈다. 말단 9급 공무원에서 중앙부처 1급 공무원까지 올랐다는 것은 공무원 사회에서 신화적이다.

그는 공직 은퇴 후에도 소방방재청 정부업무 자체평가위원장, 소방방재청 갈등관리심의위원장, 한국국민안전산업협회장 등을 지내며 방재·재난분야와 맥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정 회장은 은퇴해 편안하게 살고 있었지만 후배들의 강요에 의해 올해 3월 한국방재협회장에 피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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