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택/ 영광문화원장

5월은 계절만큼이나 아름다운 축제들이 전국 곳곳에서 연일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축제는 생소한 말이었거나 호화스런 말이어서 보통사람들과는 그렇게 가까운 말보다는 거리가 있는 어휘였는데 요사이에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시골길 골목 입구까지도 축제를 알리는 프랑카드가 나부끼고 있어 정말 아름다운 나라, 문화가 가득한 나라, 축제를 아는 국민으로 성숙했다고 봅니다.

지방자치이후 급격히 고을축제는 경쟁이라도 하듯 해마다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고향의 의미를 흠뻑 담고 개최되는 축제에는 모든 사람들이, 관심이 많아 시간만 나면 여가를 즐기려는 의식 또한 높아져서 주최 측이나 참가자들 모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통이 혼잡해지고 질서가 난무하여 벌어지는 일들 또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아무데나 차를 세워 뒷사람은 생각지도 않는 파렴치며 사정없이 경적을 울리며 소음 공해를 일으키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도로 한복판에 차를 멈추고는 멱살을 잡고 큰 소리로 싸우는 일도 있었습니다.

축제를 보러 가는 사람들이 지친 모습을 하고 축제보다 더 아름다운 역설의 축제 아닌 축제를 보고 있었습니다. 좋은 곳에 좋은 기분으로 가족과 함께 하는 나들이니 만큼 서로서로 양보하며 이해했으면 참 좋겠다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투는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편안한 생각으로 바라는 마음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일단 큰소리로 다투고 싸우는 것은 일방의 잘못이 아니라 거의 쌍방의 잘못이기 때문에 그러는 것입니다. 양보를 했는데도 대어들면 더 양보해서 상대가 겸연쩍어하는 모습이 되도록 너그럽게 베풀어 봅시다.

양보의 미덕은 우리 민족의 오랜 전통입니다.

그 전통이 식어지면 우리는 우리의 아름다움을 잃는 것입니다.

축제보다도 더 중요한 우리의 정신문화가 이렇게 해서 자꾸자꾸 땅에 떨어져서 퇴색한다면 우리는 후손에게 물려줄 것이 없습니다.

어느 고을 축제마당을 가느라 분주히 서둘러나갔건만 축제의 현장이 너무도 깊숙한 탓인지 안내된 이정표로는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관련 관청으로 전화문의를 했건만 그다지 반가운 안내는 아니었습니다.

알았다하고 길을 따라 들판에다 차를 잠깐 세우고 저쪽 밭고랑에서 일하고 계시는 아주머니께 물었더니 아주머니는 고추모종을 옮기다 말고는 차가 있는 쪽으로 달려오셨습니다. 그리고는 자세하게도 길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너무도 친절한 마음에 그동안의 지친 과정이 싹 풀어졌습니다.

설명과정은 좀 어수룩했지만 응대해주시는 모습에서 시골의 아름다움과 우리 민족의 아름다움이 저것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지나치게 발달된 문명 속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그 순간에 솟아나서 축제 가는 길이 즐겁기만 했습니다. 우리 민족의 사랑과 친절 그리고 미덕이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가던 길의 교통 혼잡, 관련 관청의 무성의한 안내와는 대조적으로 소박하고 친절한 시골아주머니의 인심이 교차되는 시점에서, 무성의하게 주차장 경비를 안내하는 주최 측, 그리고 나몰라라 하는 식으로 안내를 무시하고 제 편리대로 처리하는 관광객을 보면서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좀 더 문화국가로, 문화국민으로 가는 길에 이해와 양보의 미덕으로 동참해보자는 제안을 드려봅니다. 이번 주말에도 좋은 여행길 이해와 양보를 잊지 말아주시기를 간절히 바랄 뿐 입니다.

교통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는 일상에서 이해와 양보만큼 아름다운 마음과 자세는 없습니다. 가정에서부터 시작하여 사회에 나가더라도 이런 자세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터전을 우리 어른들이 우선 앞장섰으면 합니다. ‘먼저 가시지요.’, ‘아니, 먼저가시지요.’ 하며 미소로 손짓한번 저어주면 무슨 시비가 있을 것이며 무슨 교통 혼잡이 있을 것입니까.

더 이상 도로나 일상생활에서 작은 일로 불미스럽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해봅시다. 그렇게 되는 날 축제는 더욱 빛날 것입니다.

말 그대로 축제는 축하하는 잔치인데 그런 잔치에까지 가시면서 얼굴 붉히면서 가셔야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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