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보상·제재로 계약재배 정착

설립 첫해 약 8억원 취급 실적 5년 만에 93억원으로 늘어

농산물 연합판매사업이 무리 없이 이뤄지려면 참여주체간 역할이 명확해야 한다. 연합판매사업의 중심이자 근간인 농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기본으로 참여농협의 농가 지원과 교육이 필수다. 여기에 연합사업단의 판매역량이 더해질 때 지역농산물 판매는 날개를 달 수 있다. 연합판매사업의 기본에 충실하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는 영광군농협연합사업단(단장 이민호·이하 영광연합사업단)이 좋은 본보기다.

영광연합사업단에는 영광농협(조합장 박준화), 서영광농협(조합장 강병원), 백수농협(조합장 강대상), 굴비골농협(조합장 천영문)이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 연합사업단의 역사가 10년이 넘었지만, 영광연합사업단은 20123월에야 지역 내 농협들이 힘을 모아 출범시킨 후발주자다.

하지만 6년 차에 접어든 영광연합사업단의 실적은 눈부시다. 첫해 86200만원이던 취급 실적이 이듬해 25억원, 2016년에는 93억원까지 급증했다. 2016년 실적은 2015년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난 액수다.

영광연합사업단의 성장비결은 농민·지역농협·연합사업단 등 각각의 사업주체가 서로 굳게 신뢰하며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영농회나 농민들은 지역농협의 사업방식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연합판매사업 주관농협인 영광농협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주요 농산물을 전량 농가와 계약한다. 파종 이전에 농가와 협의해 계약물량을 결정하고 전량 수매하는 게 원칙이다. 농협이 판매를 보장하는 대신 계약재배사업에 참여하는 농민들은 농협사업을 전이용해야 한다.

 특히 계약재배사업에는 분명한 유인책과 벌칙을 적용한다. 계약재배 참여 농가에는 시중가격 급등락에 상관없이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는 반면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분명한 제재가 뒤따른다. 이는 모든 품목에 적용되는데 한번이라도 계약사업을 이행하지 않은 농가는 3년 동안 사업참여를 배제시킨다.

농민과 농협이 함께 마련한 이런 강력한 제도에 주요 농산물의 농가 계약이행률은 양파 97%, 고구마 100%, 건고추는 89%에 달할 정도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추·양파를 출하 중인 정인성씨(68·영광읍)농협 계약재배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득이라는 사실이 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입증됐다대부분 농가가 조합사업을 믿고 따른다고 말했다.

박준화 조합장은 농가와 전면 계약재배사업을 시작할 때 농협과 조합원간 신뢰 회복에 역점을 두고 교육에 심혈을 기울였다사업이 철옹성이다보니 영광지역에선 변변한 영농법인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탄탄한 생산기반 속에 출범한 영광연합사업단은 참여농협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어떻게 잘 팔아줄 것인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산지유통과 소비자 판매 경험이 풍부한 조병룡 팀장을 영광농협에서 파견받아 전국을 대상으로 판매처를 확대해나갔다. 출하처 확보에 앞서 영광연합사업단은 우선 상품화 가능 여부에 따라 출하처를 구분하는 전략을 세웠다. 양파·고구마·건고추 등 소포장 상품화가 가능한 품목은 계통 마트에 공급한다. 오디·풋고추·부추·감자 등 소포장이 불가능하고 물량이 적은 품목은 인근 공판장에 집중 출하한다. 이같은 전략으로 영광연합사업단이 2년 전부터 출하하기 시작한 <꿀청고구마>는 전국의 내로라하는 고구마 주산지와 견줄 정도로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판로확보를 위해 영광연합사업단은 전국 계통 거래처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분기별로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30회 이상 마케팅 활동을 벌이는 한편 지난해 소비지 바이어를 처음 지역에 초청해 지역농산물을 홍보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영광연합사업단은 지난해 영광군으로부터 영광군통합마케팅조직에 선정되는 성과를 이뤘다. 기존 농업회사법인인 영광군유통을 대신해 통합마케팅조직으로 선정됨으로써 지역 원예산업 발전계획 등을 농협 중심으로 수립할 수 있게 됐다.

 이민호 단장은 한정된 예산과 인력으로 산지를 조직화하고 소비지 판로를 확보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서두르지 않고 농민들에게 왜 연합사업이 필요한지 꾸준히 설득하며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사업 추진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