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프리랜서

우리 고장의 대표 관광지구인 불갑산 일대에 야생화 생태공원이 조성된다고 한다. 사업비는 금년 시작되는 1단계가 16억 원이고 2019년 예정인 2단계는 자그마치 462천만 원으로 합계 622천만 원이다. 장소는 1단계가 불갑사 위 저수지 우측 탐방로와 폭포 예정지 주변이다. 저수지 우측은 생태 탐방로라는 이름으로 330m가 조성될 예정이다.

2단계는 산림박물관 옆의 부지로 야생화 체험학습장 6,839(2,000여 평)이어서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1단계 사업은 생태공원이 아니라 분명 생태파괴사업이 될 공산이 크다. 장소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군에서 관광자원을 조성한다는 취지로 하는 큰 사업에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음을 먼저 밝히고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불갑산의 생태계는 전국 야생화 애호가와 사진가들에게 유명세를 탄지 상당히 오래 되었다. 특히 최근 10여 년은 몰려드는 일부 몰상식한 애호가들로 인해 몸살을 앓았다. 최근 5년 사이에 귀중한 야생화 개체 수는 거의 절반이 줄었고 그나마 남은 식물도 시름시름 건강을 잃어가고 있다. 한 마디로 보호가 전무했다. 이들이 귀한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야생이기 때문이다. 자연(自然)을 한문으로 풀면 스스로 그러함이다. 불갑산의 생태를 걱정하는 지인들은 간절히 행정당국의 보호를 원했지만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지역의 관광자원을 확보하고 관광객을 많이 유치해 경제적 효과를 누리는 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 대가가 생태의 인공화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 사업을 결정하고 프로그램을 짠 당사자들이 이곳을 얼마나 알고 몇 번이나 관심을 갖고 둘러 봤을지 의문이다.

그래서 정해진 장소가 여기다. 야생화의 보고라는 말을 듣고 여기를 야생화가 아닌 식생화의 보고로 만들어 생태를 완전히 날려버리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라면 사업을 재고해 보길 간절히 바란다. 영광군 생태계 식물의 80% 이상을 간직하고 있는 이 장소를 하필 인공 야생화공원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정말 위험하다. 사업을 없애자는 말이 아니다. 장소의 선정이 잘못되었다. 불을 켜고 보호해야 할 장소를 스스로 파헤쳐 야생화 보호지를 식생화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웃 장성군에 남창골이라는 곳이 있다. 야생화의 천국이다. 특히 얼레지는 흰색과 붉은 색이 어우러져 환상이다. 하지만 이곳은 입산금지구역이다. 들어가다 발각되면 두당 50만 원 이상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만일 이곳에 소위 생태공원을 만들어 개방한다면 그야말로 관광 대박이 날 것이다. 그러나 경제보다 생태가 우선이기에 철저하게 관리가 되고 있다. 우리와는 정 반대의 생각이다.

특히 저수지 우측 탐방로는 은난초와 꼬마 은난초, 금난초, 약난 등을 비롯해 희귀 난 사냥꾼들이 눈독을 들일 정도로 보호가 절실한 곳이다. 그런데 길을 내고 옆에 야생화를 식재 한다면 보호해야 할 종들을 스스로 없애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고 만다. 이곳은 보호가 필요하지 개발이 필요한 곳이 아니다.

고창 선운사 생태공원이나 구례 지리산 생태공원 등 어디를 봐도 야생화의 보고를 파헤친 곳은 없다. 일반적인 장소에 야생화를 식재해 아름다운 공원과 생활공간을 창조해 냈다. 그래서 호평을 받고 있다. 전국적으로 알려진 야생화 서직지를 파괴하고 인공 공원을 조성한다는 발상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아니다. 특히 야생화와 생태를 망치는 사람들 부류는 야생화 사랑회혹은 야생화 연구회단체들이다. 수십 명이 몰려와 행하는 보리밟기 식의 체험은 몸서리가 쳐진다.

대안은 간단하다. 생태공원의 장소를 옮기면 된다. 그리고 야생화 자생지 부근은 입산을 금지해 보호해야 한다. 한라산에만 서식한다던 한라새둥지란이 작년부터 보이지 않음에 마음이 아프다. 적극 보호가 필요한 장소를 하필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생각은 누구에게서 나왔을까 궁금하다. 영광을 사랑하고 대한민국 생태계를 걱정한다면 지금이라도 장소를 재선정해야 한다. 수십 년을 이곳 야생화와 대화를 나눠온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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