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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선서
이민희/ 여민동락 살림꾼
2017년 07월 17일 (월) 10:59:00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여민동락에 오래간만에 푸른 청춘들이 찾아왔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다. 졸업을 위해서는 필수과정으로 이수해야 하는 사회복지현장실습을 위해 여민동락을 찾은 것이다. 현장실습은 모든 예비사회복지사들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통과의례다. 이른 아침, 실습생들과 간단한 상견례를 한 후 곧장 일과를 시작했다. 어르신 댁을 방문해 주간보호센터로 모셔오는 아침 송영부터 바로 현장 투입이다. 스스로 보행이 가능한 어르신, 보호장구를 사용해야 하는 어르신, 거동이 극히 어려워 보호장구를 쓰더라도 밀착 케어가 필요한 어르신, 신체능력은 양호하나 치매로 인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어르신 등 병증에 따라 어르신을 대하는 방법, 모시는 방법이 다 다르다. 아침 송영이 끝나고 모든 어르신들을 주간보호에 모셔오면 큰 절을 드리는 것으로 안부를 여쭙고 다과와 담소를 나눈다. 큰 절은 저를 드린다는 의미다. 어르신들의 품격있고 존엄한 삶을 위해 공경의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이다.

존엄을 생각하는 케어, 인권에 기반한 사회복지실천은 현장에서 늘 도전을 받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르신을 어린아이 취급하거나 어르신의 자율성,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기도 한다. 끊임없는 성찰과 혁신이 없다면 존엄을 생각하는 케어는 교과서 안의 박제된 언어에 불과할 뿐이다. 학생들의 주간보호 실습은 전체 어르신 목욕까지 하고 나자 마무리됐다. 한 실습생은 나중에 사회복지사가 되고 나서 여민동락에 다시 일하러 오고 싶단다. 낯설고 조심스럽고 만만치 않은 하루였지만 웃는 얼굴로 어르신들과 함께 한 학생들이 고마웠다. 이들이 지금 느꼈을 뭉클함과 뜨거움을 잊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복지실천 현장의 최일선에서 열정적인 사회복지사로 성장하기를 기원했다.

의사에게 히포크라테스 선서, 간호사에게 나이팅게일 선서가 있다면, 사회복지사에게는 사회복지사 선서가 있다.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헌신하며 인간의 존엄과 정의를 지키는 사회복지사의 책무는 감히 성직자의 그것에 비견할 만큼 숭고하다.

<사회복지사 선서> 하나. 나는 모든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인간 존엄성과 사회정의의 신념을 바탕으로 개인, 가족, 집단 ,조직, 지역사회, 전체사회와 함께 한다. / 하나. 나는 언제나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저들의 인권과 권익을 지키며 사회의 불의와 부정을 거부하고 개인 이익보다 공공 이익을 앞세운다. / 하나. 나는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을 준수함으로써, 도덕성과 책임성을 갖춘 사회복지사로 헌신한다. / 나는 나의 자유의지에 따라 명예를 걸고 이를 엄숙하게 선서합니다.

복지실천 현장에서 사회복지사가 자주 만나게 되는 이들은 대개 질병, 빈곤, 차별, 장애, 폭력, 중독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문제들의 원인이 개인과 가족에게만 있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사회복지실천 방법은 미시적인 방법과 거시적인 방법으로 구분된다. 클라이언트 문제의 원인을 주로 개인과 가족에게 초점을 두고 접근하는 미시적 접근은 개인의 부적응과 병리를 강조한다. 반면 거시적 접근은 불합리한 사회구조와 환경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고자 한다. 문제의 원인을 개인에서 찾는 미시적 접근 일변도는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사회변동에 따라 거시와 미시를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으로 사회복지실천의 이론과 기법도 재구성해야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송파 세 모녀 사건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는다.

오늘날 장기 불황과 사회양극화, 빈곤의 확산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신빈곤 취약집단으로 전락하고 있으며, 그만큼 사회복지 확충, 사회적 안전망 확대의 요구가 높다. 사회정의와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복지의 근본적인 속성상, 사회복지사들의 각성과 연대, 단결이야말로 복지현장을 바로 세우고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들의 노력도 필요하겠거니와, 사회복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도 매우 중요하다. 여전히 사회복지를 시혜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경향도 극복해야 하고, 단순히 사명감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사회복지사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사회복지사들이 사회복지사 선서대로 일할 수 있을 때, 한국의 사회복지도 비로소 성숙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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