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전 사)한농연 영광군연합회장, 대추귀말자연학교장

농정 패러다임의 변화가 확실히 필요한 시기임이 분명하다. 새 시대에 맞는 농정 방향과 개념, 농정 체계의 혁신 기조 속에서 직불제 개편, 환경 및 식생활이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생각하는 푸드플랜 수립, 푸드스탬프 도입 등이 앞으로의 농정철학을 이끌 화두가 되고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3만달러를 바라보고 있지만 GDP 대비 농업 비중은 1%대로 떨어지고 있으며 미국·중국·EU 등 농업 선진국들과 맺은 FTA때문에 국내 시장은 완전 개방된 상태다. 이처럼 농업 환경은 급변했으나 1990년대 만들어진 농업정책 개념이 아직도 농정의 기본 축으로 남아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에 농정 방향이나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아래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농정의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 가야할 중차대한 시점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는 농정 방향의 첫 번째로 지속가능한 농업을 이야기하고 있다. 농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농민들의 소득이 보장되는 정책이 기본이 되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농민의 기본소득의 근간이 되는 현 직불제도를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 뒷걸음질만 치고 있는 쌀값하락에 맥을 못추는 현 직불제 정책은 하루속히 현실적이며 미래지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당장 시급한 것은 쌀과 관련 신임 농수산장관께서 생산조정제와 함께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목표가격 인상을 추진한다고 언급했는데 이 두 가지 정책을 따로 진행하기보다는 생산조절형 직불제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또 문재인 정부는 청년직불제와 공익형직불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허나 아쉬운 것은 공익적 직불제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에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농업의 공익적 가치·기능 등에 대해 연구를 하고, 충분한 설명과 설득이 있어야 한다.

한편 지난 노무현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정부가 정책 및 R&D 등에 예산을 투자하면서 농업 기반은 비교적 잘 갖춰가고 있지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공통된 한국농업의 문제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원인은 농업 분야에 투입한 예산 등이 시장에서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 및 정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중간 연결고리를 점검해야 한다. 그 한 예가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이다. 지난 3개의 정권이 지나가는 동안 전국에는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이란 명목아래 1,000개가 넘는 농촌마을 종합개발이 이루어졌고 마을의 주민이 주인되어 사업단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정책아래 성공한 사례는 5%도 안된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이는 이 정책을 통해 만들어진 마을기업이 현실이란 틀안에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제도적 한계가 해결되지 않는 한 지본주의 안에서 이 정책을 통해 만들어진 마을기업들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한편 농업에 관련된 문제는 중앙정부 주도로 농정 정책이이 시행되고 있는데 농식품부는 농정이 가야할 방향과 목표만 제시하고 실제 사업을 발굴해 수행하는 것은 시·군에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즉 시·군에서 주도적으로 농정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군에서는 민간 주도의 지방농정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 시스템이 하루속히 정착되고 지방정부가 펼치는 농정의 근간이 될 때 대한민국 농업발전에 획기적인 전환이 일어날 수 있디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농업 정책은 친환경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정부가 환경보존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를 따르는 농민들에게 추가 보상하도록 농정을 끌고 가야 한다. 그리고 직불제 명칭도 공익형 직불제가 아닌 환경보존형 농업직불제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FTA로 수혜 받는 기업의 이익 일부를 환수해 농어업 등 피해산업을 지원하는 제도인 무역이득공유제를 시행하는 대신 농어촌 상생협력·지원 사업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지난 3개월 동안 모인 기금은 1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과연 국가가 농업·농촌에 어떤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쌀과 관련해 농식품부 장관이 쌀을 시장에서 격리하고 싶어도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다면 진행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쌀이 자동으로 시장에서 격리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또 생산조정제를 도입해 쌀을 재배하는 농가가 타 작물로 전환했을 때 해당 작물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한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 일본은 사료용 벼를 재배해도 직불금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도 이 같은 부분이 적용될 수 있도록 직불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농업에 많은 예산을 쏟아 부어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으로 농업을 바라본다면 국민에게 농업·농촌은 세금만 축내고 국가에 해악을 끼치는 산업으로만 인식될 수 있다. 과거 정부들은 농업을 존중하지 않았다. 반면 문재인 정부가 갖고 있는 농업에 대한 인식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농업을 성과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농업은 한반도에서 지속돼야 할 필수산업이기 때문에 경제적 논리가 아닌 어떤 농촌을 만들고 어떤 농민들을 육성할지 방향부터 정해야 한다.

축산업의 경우 AI, 구제역 등 질병이 상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전염병이 발생하면 반경 내 포함된 가축들을 살처분하는 정책들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개별 농가들이 방역을 해결하되 정부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가축분뇨도 악취 등으로 인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부의 고민이 필요하다.

식품 분야에 대해 말한다면 미국은 식품 바우처 제도를 통해 최하위 계층에게 식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농정예산의 상당 부분을 푸드스탬프 등으로 집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제도는 최하위 계층을 돕는 것도 있지만 농산물 소비촉진에도 효과적이다. 우리나라도 푸드스탬프를 도입한다면 농정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제도를 시행한다면 상대적으로 예산이 줄어드는 분야도 있기 때문에 전체 농업 예산에서 이 예산을 어떻게 늘려나갈지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무장한 농업을 기대해 본다. 그 일에 문재인 정부가 디딤돌을 놔주길 바라는 것이 욕심이 아니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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