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프리랜서

지난 4월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이 북한 선제타격을 주장하고 나섰던 사실이 뒤늦게 전해지면서 말길에 올랐다. 강경파인 그로선 있을 수 있는 주장이다. 문제는 전쟁이 일어나도 한국은 끔찍한 일이지만 미국은 영향을 입지 않는다.”는 발언이다. 틀림없는 사실이다. 전쟁은 한반도에서 일어날 것이고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남의 마당을 빌려 초토화를 염두에 두지 않은 무서운 현대전을 벌릴 것이기 때문이다. 공멸의 길은 한반도의 한민족이지 결코 그들은 아니다. 무서운 발언이지만 우리 정치 리더들은 크게 마음을 쓰지 않는다. 이해가 어렵고 이상하기까지 한 일이다.

촛불집회에 맞서 태극기와 미국 국기를 들고 애국을 외치던 무리들이 하늘처럼 믿었던 미국은 없다. 미국이 한국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울 것이라는 바람은 그들만의 정신세계에서 원하는 일방적 희망이라는 것을 그들만 모른다. 처절한 민족상잔 경인년 난리를 겪으면서도, 그리고 67년이 지난 지금도 대다수는 남북전쟁으로만 인식하는 안타까운 사실은 이렇게 현재까지 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이들에게 미국은 구세주요 믿음의 보루다. 하지만 자국을 위한 위험한 놀이를 자신들의 터전이 아닌 남의 터전에서 벌리려 하고 있다는 내면은 너무 끔찍하다. 이들의 강력한 추종자인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거리로 나온 사람들의 심성은 구한말 이완용 일당을 그대로 닮았다. 이완용도 나라의 발전을 위해 한일합병을 했고 스스로 일본의 추종자가 되었을 뿐이다. 성조기를 들고 미국 찬양가를 부르는 이들도 국가의 안위를 위해서이다. 이완용은 합병을 막는 지식인들을 나라를 망친다 했고, 성조기를 든 사람들은 미국의 일방적 욕구에 불응하는 진보 계열을 종북으로 매도하고 국가 안위를 무너뜨린다고 말한다. 전혀 다르지 않다. 대상 국가만 바뀌었을 뿐이다.

그레이엄 의원의 생각은 그대로 미국을 대변한다고 봐야 한다. 지금까지 그들의 행동이 이를 증명한다. 선제타격은 한반도에 전쟁을 부르게 된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것은 아주 끔찍할 것이지만 전쟁은 거기에서 일어나지 미국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무조건적 추종자는 박근혜의 추종자와 겹친다. 이들의 정신세계는 상식에선 찾을 수 없다. 이해가 힘들게 독특하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결심공판이 열린 장소에서도 이들의 독특한 행위는 이어졌다. 참석한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한혜경 씨와 노동인권단체 반올림활동가들에게 있을 수 없는 폭언이 퍼부어졌다. 한 씨는 삼성 LCD 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 판정을 받은 피해 노동자인데 병신들이 여기 왜 와있어? 돈 뜯어내려고 왔냐. 인천 앞바다에나 들어가 버려라. 돈은 백남기한테 가서 달라 그래라는 폭언에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이들 박근혜 추종자들은 세월호 피해 가족들에도 똑 같은 행동을 했었다. 전형적인 사이비 종교인들의 행위와 닮아있다. 추종 목사가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그의 행위는 바로 정의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정의보다 추종의 정의가 앞선다. 사이비 교주의 행동이 바로 정의이다.

방송과 신문에선 매일 8월 위기설을 떠들고 있다. 미국이 관여하는 국가에서 위기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있을까. 거기에 이명박과 박근혜 집권 9년을 돌아보면 위기는 필연이다. 대화를 단절하고 개성공단을 폐쇄함은 물론 식량 원조도 미사일을 핑계 삼아 끊어버렸다. 여기에 미국을 필두로 한 대북압박은 전쟁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이른바 불통의 결과다. 그런데 그 당사자들은 책임을 현 정부로 돌리는 파렴치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터져 나오는 각종 비리와 폐악의 하늘 같은 증거들을 정치보복이라는 손바닥으로 가리려 하고 있다. 과거의 정치행위라는 것이다. 과거는 덮고 미래를 지향하자는 주장도 이들만의 정신세계다. 범죄는 100% 과거형이다. 미래에 미리 짓는 범죄는 없다. 국민을 도탄으로 몰아넣은 큰 범죄를 저지르고 수사를 정치보복과 과거정치 운운 한다면 모든 범죄는 처벌할 방법이 없다. 이른바 무한무책임정치가 된다. 특히 방산, 자원외교, 4대강, 국정원 각종 의혹들은 그냥 넘어가선 안 될 사건들이다. 그대로 덮여진다면 국가의 정의는 영원히 상실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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