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령스러운 빛의 땅 영광, 성스러운 법의 포구 법성포여 빛나라

박교순 박사

현 파키스탄 탁실라 국립 엔지니어링 테크놀리지 대학교(University of Engineering & Technology) 간다라 미술 건축 연구소 개원 담당 교수

 

세계 고대 어원의 역사를 보면 어원의 뿌리는 곧 역사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아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나라, 지명의 어원을 바로 아는 건 매우 중요한 역사를 아는 것이라 하겠다. 고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인류문명사에 획을 긋는 문명지의 어원은 그에 알맞은 뚜렷한 이름이 지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4대 인류문명의 발상지를 말한다 그 곳에서 발생된 고대종교들을 보면 거의 모든 종교의 주요 신은 바로 빛이었다. 서양문명의 근원인 수메르 문명의 주요 신인 우투(Utu)는 바로 태양신이다. 우리가 잘 아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아폴로도 태양을 뜻하며 불교의 불상조각 머리 뒤에 후광과 기독교의 예수상 조각 머리 뒤의 후광도 빛을 표현한 것이다. 고대 우리나라도 하늘에서 내려오는 환하게 빛나는 광명의 나라를 뜻하는 환국(桓國)이었음을 볼 때 빛은 인류가 어떠한 형태의 종교를 갖고 있었던, 또한 그 종교적 신앙을 무언가로 표현할 때부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빛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인류문명사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빛이라는 이름을 지명으로 가진 영광이란 곳이 있다는 게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거기에 더구나 성스러운 법이 전해진 곳이라는 법성포라는 포구가 있다는 건 정말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일제 식민지를 거치면서 그들이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체성을 말살하려는 의도에서 많은 역사책들을 불살라버렸기 때문에 이 지명에 대해서 설명 된 기록을 자세히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인류문명사의 고대종교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빛과 관계된 것이었기 때문에 굳이 역사책에 기록된 것을 찾아 규명할 필요는 없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아테네의 태양의 상징인 아폴로신의 신전을 세계, 우주의 중심이라고 여겼고 따라서 지금까지도 그 곳은 전 세계인들이 찾고 있는 역사, 문명, 신화의 중심지로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신령스러운 빛의 고장, 성스러운 법이 전해진 법성포는 세계, 우주의 중심이라고 여겨도 무방하다. 우리나라의 고유 종교의 하나인 증산도는 백제의 땅 전라도는 역사의 중심이며 천지의 중심이라고 이미 말하고 있으며 미륵불(개벽불)이 이곳에 오실 거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빛과 법의 의미를 지닌 영광 법성포는 21세기 우리나라의 세계화를 꾀하는 데 있어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곳이다. 특히 백제에 불교를 전래한 마라난타 스님이 백제 침류왕의 초청으로 현재 파키스탄의 간다라에서 와서 불법을 전래한 곳인 만큼 그 역사적 의미는 세계사적으로 매우 깊은 곳이다.

먼저 여기서 마라난타의 어원적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라난타는 어원적으로 고대 간다라와 페르시아 그리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쓰던 아람어의 마라나타(Mar_a_nath_a, 또는 Marana-athah)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고대 기독교도들은 마라(Marana)를 주님(Oh Lord), 나타(athah)오셨다’, ‘오십니다로 여겨 서로 만나면 주님 오셨습니다, 주님이 오십니다라는 의미를 지닌 마라나타라고 인사를 주고받았다. 실제로 고린도전서 16장과 요한계시록 22장에 ‘marana tha’단어가 나온다. 그리고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 언어에서 마라나타(Maranatha)는 힌두교에선 주요 신인 시바신으로도 여기고 불교에서는 부처님을 뜻하며 어떤 학자는 기독교에서 인도의 마라나타의 언어를 차용하여 예수님을 가리키는 의미로 썼다고도 말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마라나타란 의미는 세계 주요 종교인 불교, 힌두교, 기독교의 주요 신적인 존재를 가리키는 동시에, , 진리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백제에 불교를 전래한 스님 이름을 마라난타로 기록한 것은 번역하는 과정에서 마라나타를 마라난타로 약간의 발음상의 문제이지 다른 뜻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외국인들이 영어로 한국을 부르면서 코리아 또는 꼬리아라고 부르는 경우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마라난타는 법, 진리 그 자체를 의미하며, 따라서 법성포에 불교를 전래한 스님의 이름이 아닌 법, 진리 자체가 전해진 곳이라 보는 게 적절하다. 다만 진리, 깨달음을 추구하는 데에 있어 예루살렘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들고 온 성인이 아닌 간다라에서 부처님의 법을 들고 온 성인인 점이 다를 뿐인 것이다. 그러면 답은 분명해진다. 영광의 법성포는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사적으로 법, 진리가 전해진 곳으로 조명 받아야 할 곳이다. 따라서 불교 성지, 기독교의 성지라는 이분법의 사고를 가져서는 안 되고 마땅히 인류 보편적인 사고를 가지고 인류문명, 문화의 역사적인 틀에서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현대는 역사, 문화전쟁 시대라고도 부른다. 그만큼 지금은 역사의 주도권 쟁탈이 세계적으로 심한 추세이다. 당장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이 그러하지 않은가. 이러한 추세로 볼 때 영광과 법성의 지명이 가지고 있는 뜻은 무한한 깊은 뜻이 있는 만큼 21세기에 절실히 재조명, 재발견을 할 때임이 분명해진다.

그러면 어떻게 구체적으로 현실적으로 영광 법성포를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주목받는 중심지로 만들 수 있을까? 필자는 파키스탄에서 간다라를 연구하고 있는 학자로 우선은 직접적으로 간다라와 인연이 있는 법성포를 중심으로 파키스탄과 한국 간을 이어서 세계적으로 이 곳을 알리며 21세기 서해안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세계 각국은 유라시아 대륙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파키스탄과 경제복도(China Pakistan Economic Corridor) 프로젝트란 슬로건을 내걸고 대대적인 경제협력을 벌이고 있다. 이란 국경과 가까운 남쪽 바닷가에 홍콩, 두바이항구와 겨루는 보세항구를 건설하고 있으며 고대 실크로드의 길인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확장하고 있다. 이 길은 세계 장수촌으로 불리는 훈자를 넘어 중국의 신강지역으로 들어가 중국내륙은 물론 중앙아시아 전역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도로이다. 이 도로는 고대 동서양 문명과 경제교류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는 실크로드 중에서도 역사적으로 인류에게 남긴 흔적으로 가장 중요한 구간이다. 이러한 때에 현실적으로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중국만큼 막대한 자본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할 수가 없는 형편임을 감안할 때 역사, 문화, 예술, 교육적인 차원에서 세계화의 리더 역할을 할 수가 있다. 가령 중국이 고대 실크로드인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확장 공사하고 있는 데 이 길은 바로 간다라에서 성인이 한국의 법성포에 법을 전래한 길이다. 우리는 이 길을 도로공사가 아닌 인류문화역사를 복원하는 게 어떨까? 간다라는 실크로드에서 동서양을 잇는 중심축 역할을 한 지역으로 세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이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중요시되는 파키스탄의 간다라와 한국의 법성포를 연결하여 이 시대에 세계 인류 문명사의 가치를 조명해 본다면 막대한 자본과의 경쟁이 아닌 역사문화 자본으로 세계적으로 한국이 선점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이번에 불교미술의 발상지, 대승불교의 고향인 간다라를 한국에 알리기 위해 예술의 전당에서 간다라미술전을 열고 있다. 동양미술은 불교사상이, 서양미술은 기독교사상이 근간이다. 이런 면에서 한국의 전통미술과 세계문화유산은 거의 불교문화재임을 볼 때 간다라는 우리 문화유산의 원형이라 볼 수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세계인들이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경주 석굴암의 불상의 원형이 간다라 불상이다. 이번 전시에서 이 두 불상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석굴암 불상 사진과 함께 간다라 불상을 전시하였다. 전시장을 찾는 모든 분들이 감탄을 아끼지 않으며 간다라가 원형인지를 몰랐다고 한다. 하물며 영광과 법성포를 굴비로만 유명한 것으로 알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고등학교 선생님들도 그렇게 알았다고 하며 간다라 역사와 미술이 중요하지만 수능시험에 안 나와서 가르칠 수가 없다고 한 분도 있었다. 이 말이 던져주는 바는 매우 크다. 오랫동안 일본식민지 사관과 서양위주의 교육을 받은 불균형적인 역사인식의 결과일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광을, 법성포를 굴비로만 알고 있지 않는 것인가.

법성포는 마라난타 성지를 간다라와 연계시켜 세계적인 관광자원화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우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여 파키스탄과 중국 일본을 잇는 중심지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우선 신라에 활짝 꽃 피운 우리 문화유산이 백제에 불법이 전해짐으로써 신라에 영향을 끼쳐 이룩된 것이 아닌가. 그리고 백제인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불교문화를 활짝 꽃 피웠으니 법성포를 중심으로 일본과 중국 파키스탄을 잇는 문화 교량 역할을 영광이 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파키스탄에서 각종 매체들과 인터뷰를 할 때마다 중국은 경제복도 프로젝트를 파키스탄과 하지만 한국은 마라난타 법성포를 매개체로 하여 문화 고속도로 프로젝트를 할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서두에 세계 모든 고대종교의 주요 신은 빛과 관계가 있다고 하였다. 빛과 관계된 영광, 성스런 법의 의미를 지닌 법성을 좁은 의미의 지역적인 것으로 지나칠게 아님은 분명해진다. 세계적인 역사 안목을 갖고 영광과 법성이 지닌 지명의 의미를 최대한 살려 세계중심지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간다라는 다양한 문명과 문화 민족 종교 언어가 공존했던 곳으로 동, 서양의 문명이 융합되어 만들어 낸 결정체가 바로 간다라 미술이다. 따라서 21세기 종교화합, 평화로운 공존을 이야기 할 때 간다라가 그 역사적인 증명, 실체가 된다. 이렇게 현재 간다라가 위치한 파키스탄과 영광, 법성이 있는 한국이 만나 함께 평화와 종교화합을 세계적으로 주목시킬 수 있는 역사적인 장소로 만든다면 더 없는 이 시대의 소명이 아닐까 여겨진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관광자원의 극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무한한 요소이지 않은가. 여기엔 기독교와 불교가 따로 일 수 없다. 예수님이 오신다는 마라나타 어원이 이를 말해주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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