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희/ 홍농읍지 편찬위원장

그 시절, 그 노래, 그 사연을 모름지기 살펴보면 이 노래는 6·25전쟁이 남긴 천만 이산가족의 애틋하고 절절한 마음을 담은 전쟁가요다.

30년이란 세월은 19537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되어 전쟁이 멎은 후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을 진행한 1983년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사실상 1983630일 저녁10, 모든 국민의 시선은 KBS TV화면에 꽂혀 있었다. 그토록 가슴이 시리고 진한 감동은 방송역사상 전무후무할 정도의 사건이어서 전국 방방곡곡이 울음바다가 됐다.

“KBS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현장, 첫날 배경음악은 1964년 영화 <남과북>의 주제곡(OST)“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였다. 방송시간은 당초 2시간으로 예정했으나 자그마치 24시간 철야로 이어졌다. 그것은 사연을 신청하고 줄을 선 대열의 장사진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1·4후퇴 때 말도 없이 헤어졌던 모녀가 정신없이 나이가 들어 만나다보니 서로가 부둥켜 안고 울기도 했으며 또 폭격을 피해 어디론가 헤어진 채 생사조차 알지 못했던 형제가 두 손을 마주잡기도 했다. 전쟁 중에 가족이 생이별하여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새 가정을 꾸린 옛 부부가 황망한 상봉을 하기도 했다.

그날밤 방송시간은 자정을 넘겨 71일 새벽2, 설운도의 매니져 안태섭은 작사가 박건호에게 전화를 해서형님, 이산가족이 상면하는 눈물겨운 장면을 주제로 가사를 하나 써주세요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박건호는 이 부탁을 받고 밤을 새워 쓰고 또 쓰고, 다듬고 또 다듬고 하여 그 이튿날 아침 7시경 가사가 완성되었다고 전화가 왔다.

그 제목은 잃어버린 30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그리웠던 30년 세월

의지할 곳 없는 이몸 서러워 하며

그 얼마나 울었던가요?

우리 형제 이제라도 다시 만나서

못다한 정 나누는데

어머님, 아버님 그 어디에 계십니까?

목이 매게 불러 봅니다

(설운도의 잃어버린 30’1)

당시 설운도는 작곡가, 남국인에게 아버님께라는 곡을 받아서 앨범을 준비하고 있을때였다 잃어버린 30여기에다 설운도의 애절한 통곡성을 입혀서 당일 오후 3시경에 녹음을 끝냈고 바로 그날 저녁부터 이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분위기를 휘어잡은 채 흘러나오고 있었다.

당시 스물 다섯살이던 설운도(본명:이영춘)1958년 부산 해운대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동래 원예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977년 상경해 줄곧 노래를 불어왔고 특히 명동 밤부대 유토피아에서 보조가수로 발탁되어 계속 밤무대에서만 활동했던 그가 1982<KBS신인탄생>에서 5주 연속 우승을 하면서 정식으로 가요계에 입문했다.

특히 KBS“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생방송은 그해 1114일까지 무려138,453시간 45분 동안 줄곧 진행되었다. 이때 100952건의 사연을 접수해 1180명의 이산가족이 눈물겨운 상봉을 했다 무엇보다 잃어버린30이 노래는 최단 기간에 가장 많이 불려진 곡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참으로 상상을 초월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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