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프리랜서

시국이 불안하다. 그리고 각 방송사에서 흘러나오는 소식은 더욱 불안하다. 북한의 핵과 수소폭탄 시험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한다. 영원하다고 믿는 우방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무책임하고 두서없는 발언이 이어지고 미국 내에선 이를 오히려 비난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는 미국인의 입을 빌어야만 트럼프를 비판한다. 자국의 대통령 발언은 결코 한마디도 놓치지 않지만 미국 대통령의 불리한 발언엔 관대하다. 참 이상한 신문과 방송들이다. 여기에 자칭 보수라는 정당의 처사는 이들과 초록동색이다.

며칠 전 유력방송사 두 곳의 노조가 제작거부와 파업에 들어갔다. 정치 사장들의 퇴진을 요구하고 불법처우 노동자들의 복귀를 요구한 행동이다. 그런데 조사를 받으러 들어가는 방송사 사장의 태도는 너무 당당했다. 자칭 보수 자유한국당을 찾아 자신을 지키는 것이 한국의 보수를 지키는 것이라 읍소를 했다는 소식에 국민들은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를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은 기본이고 소위 애국자 착각에 빠져있는 모습이다. 보수를 살리는 것이 빨갱이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애국자라는 착각이다. 이들은 성장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슨 교육을 받고 자란 것일까.

요즘 청소년들의 폭행 사건이 SNS를 달구고 있다. 이른바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이다. 사람의 본성을 두고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이 있지만 아직 기본 프로그램과 데이터가 없는 아기에게 무슨 선이 있고 악이 있겠는가. 단지 과정에서 만들어질 뿐이다. 인간은 아직 선악의 구분이 없을 때, 생각을 시작하면서 거짓과 선행을 동시에 배운다는 것이 통설이다. 불리하면 거짓말을 하고 여유로울 땐 천사가 된다. 사람과 가까운 침팬지도 거짓말을 참 잘한다고 한다. 그래서 악과 거짓은 본성에 들어있다는 주장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정치학에서 인간은 완전할 때는 최고의 동물이지만, 법과 정의와 분리될 때는 모든 것 중에 최악이다. 인간이 덕을 갖추지 못한다면, 인간은 가장 불경하고 가장 야만적인 동물이며 가장 색욕과 탐욕으로 가득 찬 존재이다.”라고 말했다. 부산 여중생 사건을 보면 약한 상대에겐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정확하게 보여준다. 사건의 전말을 알면서도 유사무사 넘어가는 경찰의 미온적인 행태도 어쩌면 본성의 잔인함에서 기인했음이다. 피투성이 사진을 보고도 어떻게 넘어갈 수가 있을까. 심지어 피해 학생이 대로변에서 머리채를 잡히고 폭행당하며 끌려갔어도 목격 시민들은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끌려간 거리가 무려 300m나 된다. 이들의 잔인함과 정의의 외면은 바로 우리의 교육이 키웠고 만들어 냈다.

선진국 중에서 IS테러를 제외하고 일반 시민이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살상 하는 사건이 수시로 일어나는 유일한 국가가 바로 미국이다. 다수 민족이 모여 연합체를 이루고 공동의 이점을 향한 사이클로 만들어진 나라다. 여기에 철저한 청교도 근본주의 사상은 신을 믿고 기쁘게 하는 사회적 타협점 아래서 인본주의는 당초 없었다. 이겨야 살아남는 경쟁주의와 물질주의에 인성이 들어설 공간은 없다. 우리는 이들의 생각과 교육, 종교적 가치를 그대로 받아들였고 이제 본성까지 닮아가고 있다. 사람 만드는 고유의 교육은 흔적도 없어지고 오직 경쟁의 교육만 남았다. 목적은 내가 다스림의 자리로 가는 것이다. 힘이 우월하면 폭력을 휘두를 것이고, 경제력이 우월하면 갑질을, 지위가 우월하면 머슴처럼 부리다 저항하면 내쳐버릴 것이다. 그래서 부산 여중생 폭행과 가진 자들의 갑질 폭력은 근본이 닮아있다. 여기서 도덕성은 무너지고 성선설은 자리를 잃는다. 착한 사람은 양산되는 것이지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친일 조상에게선 민중 중심의 진보 후세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바로 교육의 중요성이다. 그래서 언론을 말아 먹은 사장님들 특징은 본인이 애국자라는 착각을 한다. 이를 두둔하는 가짜 보수 정당은 언론적폐 수사를 언론탄압이라 규정하고 자신들의 정치 범죄를 언급하면 정치보복이다. 불안한 시국을 연출하며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지만 막상 안보를 다루는 국회엔 불참하는 이들은 모두 같은 교육적 DNA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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