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여민동락 살림꾼

한빛원전에서 들려오는 심상치 않은 소식들 때문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김준성 영광군수까지 직접 나서 한빛원전의 가동 중단과 철저한 조사를 요구할 정도니 사안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짐작이 간다. 120여군데 격납건물 철판 부식, 콘크리트 방호벽 57군데 구멍 확인, 시공 당시 매설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망치 이물질 발견, 원자로 냉각수 누출 사고까지 한빛원전은 말 그대로 부실종합선물세트. 이 뿐인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달 31일 국내 가동 핵발전소 시험성적서 653건을 조사한 결과 320건이 위변조 된 사실을 확인, 공개했다. 이중 한빛원전에도 53개 품목 580개 부품이 납품된 것으로 조사됐으며 40개 품목 434개 부품은 교체됐다고 한다. 나머지 교체하지 못한 부품들에 대해서는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사항은 없으므로 안전하다고 한다. 그러나 한 번의 사고가 치명적인 초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핵발전소의 부정과 부실은 대충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한국형 원전 모델이라고 선전해왔던 한빛원전은 오래 전 시공단계에서부터 부실공사 의혹이 제기됐던 시설이다. ‘정의당에 따르면 한빛원전 3,4호기 준공을 앞둔 1994년 영광주민 2,278명은 3,4호기 국정조사 및 가동반대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주민들은 콘크리트 부실공사 의혹 등 무려 3천여건이 부적합 사항과 6백여차례의 설계변경, 다단계 하도급에 따른 부실공사와 부실감리 문제를 지적했다. 1999년에는 44개의 용접 자국 등 설계도면에는 없는 시공 흔적이 발견되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빛원전은 잦은 고장 사고, 부실공사, 불량부품 납품까지 문제가 생길때마다 변명과 땜질처방으로 상황을 모면해왔다. 오죽했으면 누더기 원전이라는 별명이 생겼을까. 이 지경인데 안전하니 걱정말라는 한수원의 입장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심각한 원전사고가 일어났을 때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지는 지진이 발생한 그날 그 시점에 이미 결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전력 회사, 정치인, 관료, 학자, 노동조합, 그리고 언론 등 이른바 철의 육각추라고 할 만큼 굳건한 원자력 마을’(국내에서는 원전 마피아로 통용되기도 한다)의 주민들은 사고는 없’'고 적힌 화려한 비단 깃발을 국민들 앞에 흔들며 안전 신화에 권위를 부여해왔다. 하지만 ‘3.11’이라는 현실 앞에 기는 처참히 꺾였다. 깃발은 비단이 아니라 거적 조각에 불과했다.”(기무라 히데야키, <관저의 100시간> )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인 기무라 히데야키의 <관저의 100시간>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에 관한 기록이다. 그는 사고가 터진 100시간 동안 사고 은폐와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던 정치인, 관료, 도쿄전력으로 인해 멜트다운에 이른 사상 초유의 사고가 갈수록 심각해졌다고 적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한국을 방문한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는 한국에서 후쿠시마 사고와 동일한 규모의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피해 정도와 영향은 후쿠시마 사고보다 몇 배, 혹은 몇 십 배 더 클 것으로 본다면서 후쿠시마의 교훈을 잊지 말라고 충고했다. 이 책을 쓴 히데야키 기자는 인간사회는 절대 원전 사고에 대응할 수 없다. 그저 농락당할 뿐이라는 교훈은 앞서 체르노빌 사고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사고를 통해 일본 원전 관계자들의 수준이 낮다는 사실은 드러났다. 하지만 과연 다른 나라였다면 극복할 수 있었을까?”라고 묻는다.

과연 한국은 일본과 다를까. 한국 사회 가장 강력한 적폐 중의 하나가 핵 마피아라는 사실은 공공연하다. 일련의 사태를 보면 원전 시설을 관리 감독하는 한수원 뿐만 아니라 건설을 총괄했던 건설사, 감리사, 원전의 안전을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까지 연결된 광범위하고 총체적인 부실부패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가동중인 핵 발전소를 중단하고 안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전면적인 조사, 부실공사와 은폐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핵 발전소에 대한 민주적이고 사회적 통제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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