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진/ 광신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 사회복지학박사

현대는 무한경쟁의 사회이다. 경쟁자를 누르고 꺽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상대평가가 만연된 사회이다. 그런 냉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사회에서 인간의 고귀한 본성을 지키며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러려면 일단 탁월한 경쟁력을 지녀야 한다. 오직 지식만이 유일한 경쟁력이라면 미국과 유럽에서 학위를 받아온 사람들의 미취업 문제가 사회화되지도 않을 것이다. 과학문명은 첨단에 이르렀는데 그 과학을 누리고 살아야 하는 사람의 인성은 위태롭기 그지없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금 반문하게 된다. 지금 우리가 잘 살고 있는 것일까? 그 어떤 풍요와 번성에도 마음이 행복하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성이고, 오늘날의 사회는 피라미드처럼 쌓아올린 스펙보다, 됨됨이가 올곧은 전인적인 품성을 요구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우물이 깊어야 맑은 물을 길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격을 갖추지 못한 지식은 끝내 욕심을 부둥켜안은 채 추락하고야 마는 사회악이 될 뿐이다. 높은 빌딩을 올리기 위해서는 먼저 보이지 않는 지하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 놓아야 한다.

인내의 참된 비결은 참는 동안 다른 할 일을 찾는 데 있다. 이 문이 막히면 다음 문을 두드리는 도전이다. 그 문도 막히면 뒷문을 두드려 보는 것이다. 문이 열릴 때까지 두드리면서 달려가는 자세이다. 이것을 가리켜 참는다고 한다. 찬바람을 견딘 사람이 봄바람을 맞을 수 있고, 먹구름을 물리친 사람만이 태양을 볼 수 있다.

독일의 작곡가 베토벤은 귀가 들리지 않아 고생을 했다. 음악가로서 귀가 나쁘다는 것은 치명적인 일이다. 청각을 잃어 가던 그는 결국 아무것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음악이고 뭐고 신세를 한탄하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주저앉아 버렸을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으니까 그저 그 모든 고통을 참아 내느라 애를 썼을지 모른다.

그러나 베토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귀가 멀자 나는 생을 목구멍으로 살겠다라고 다짐하며 포기하지 않았다. 귀가 멀었으니 이제는 목구멍으로 생을 살겠다는 이 결심이 고통 가운데서도 그 유명한 심포니9 합창을 탄생시켰다. 바로 이런 자세가 진정한 인내이다.

선인들이 보여 주신 뛰면서 인내하는 그 인내가 우리에게 있습니까? 어쩌면 지금이 당신에게 고난의 때일 수도 있다. 어쩌면 처음에 충격이 너무 커서, 달리고 싶어도 발이 잘 떨어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충격적인 순간을 넘기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일어나 달려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견디어 내는 것이 인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믿음의 선조들과 같이 달리면서 참아야지, 앉아서 참고 있으면 안 된다.

우리가 처한 어려운 상황 앞에서, 우리 육신의 연약함 위에 강함이 드러날 때까지 인내해야 한다. 진정한 인내는 뒤로 물러서는 자세가 아니다. 모든 것을 떨쳐 버리고 바라보며 열심히 뛰어가는 모습이다. 장벽이 있으면 뛰어넘고, 가로막혔으면 손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그래도 안 되면 방망이를 가지고 와 그 벽을 헐고 뛰어가는 것이다. 이것이 인내다. 우리에게 이 인내가 필요한 때이다.

얼마 전 지인을 통해 '서툰 감정'이라는 책을 선물 받게 되었다. '세상에 나쁜 감정은 없다. 서툰 감정만 있을 뿐'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서툰 감정'이라는 책은 감정을 밖으로 잘 표현해내지 못하는 제 눈에 쏙 들어 온 책이기도 한데 사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내지 못하여 마음의 병, 화병 등의 말이 나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감정을 잘못 쏟아내어 분노와 같은 과한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실제로 많은 분들이 "예전에는 참는 게 미덕이었을지 몰라도 이제는 마냥 참는 건 미덕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럼, 내 감정 어떻게 해야 잘 표현해야 하는 걸까요? 일반적으로 우리는 울고 있는 모습을 보면 '슬퍼하고 있는 것'이라고만 생각하지만, 사실 그는 겁을 먹었거나, 화가 나서 울고 있거나 기뻐서 울고 있는지도 모른다. 화를 내는 모습도 마찬가지로 그 모습이 분노라고 단언할 수 없는 이유다. 세계 행복지수 1위 국가인 덴마크 심리학자 '일자 샌드'는 겉으로 드러난 감정과 이면의 감정의 불일치에 주목했고, 이후 서툰 감정이라는 책을 출간하게 되었는데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그런 적이 있지 않나요? 겉으로 드러난 감정과 이면의 감정의 격차가 크면 클수록 스스로 불행함을 더 많이 느낀다고 한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감정만은 조금 서툴러도 괜찮다."라고 말하는 '서툰 감정'이라는 도서는 내 감정에 서툰, 표현에 서툰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내어주는 책이었던 같다. 깊어가는 가을의 향기에 책 한권이라는 맛을 더하면 얼마나 행복한 인생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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