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희/ 영광농업대학 농삼회장

오는 1010일경이면 그때부터 금년산 벼베기 작업이 본격적으로 실시할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와 농협이 햇벼 선급금 책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국무회의를 통해 올해 수확기 공공비축용 벼 매입량과 매입시기는 확정했지만 출하 농가에 줄 우선 지급금을 아직 결정하지 못했는데 무엇보다 산지 쌀값 형성에 미칠 영향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우선 지급금은 공공 비축용 벼의 최종 매입가격이 수확기(10~12)가 끝난 이듬해 1월경 확정됨에 따라 매입현장에서 대금의 일부를 농가에 먼저 지급하는 현금을 말한다. 2016년까지는 수확기 직전인 8월 벼값의 90~95% 수준에서 결정했지만 지난해 수확기 쌀값이 8월 가격보다 오히려 떨어지면서 농가들은 정부로부터 받은 우선 지급금 일부를 상환해야하는 참으로 기막힌 상황이 벌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우선 지급금을 8월 산지 가격의 85%수준으로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우선 지급금 반환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게 농림축산식품부의 설명이다. 다만 법률과 하위 법령개정

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올해는85%선에서 잠정 결정한다는 방침이란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렇게 계산한 가격이 너무 낮다는 점이다. 금년 8월 전국 산지 평균 쌀값을 벼로 환산한 가격은 40kg 한포당 44,267원이다. 우선 지급금을 이 가격의 85%로 계산하면 37,627원 수준이다. 2005년 공공비축제 도입이후 가장 낮았던 2016년의 45,000원보다 7,373원이 낮다 그런데 가장 높았던 2013년의 55,000원에 비교하면 17,373원의 차이가 난다.

더욱이 우선지급금을 낮추면 햇벼 가격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농촌경제 연구원이 금년 4월 미곡종합처리장 (RPC)을 비롯한 산지유통업체 관계자 2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94(47%)우선 지급금을 참고해 매입가격을 결정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선 지급금을 낮게 책정하면 수확기 쌀값 오름세를 억제 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매입현장에서 8월 벼값의 85%를 먼저 지급한 뒤 수확기 목돈이 필요한 농가사정을 감안해 11월 말쯤 중간정산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우선 지급금을 2회 에 걸쳐 지급하는 방법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우선 지급금 지급수준을 놓고 농민단체와 의견조율중이라면서도 결론은 작년보다는 낮게 책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하는 듯 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사후 정산제를 통해 산지시세의 80% 수준에서 출하 선급금을 지급했던 농협도 올해는 선급금을 대폭 낮출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출하 선급금을 결국 벼값시세로 인식되는 부작용을 의식한 나머지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농협경제지주 관계자 역시 출하 선급금이 최종가격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40kg들이 한포당 2만원 가량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지만 농가들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일 리가 없다면서 일단 올해는 각 농협과 RPC가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할 계획이라니 햇벼 수확은 코앞 인데 정부도, 농협중앙회도, 지자체도, 농가도 결정타를 날리지 못하는 이 상황을 농민들은 과연 어디에다 하소연을 할까? 정말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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