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일순/ 수필가 사진가 프리랜서

불갑산상사화축제가 무려 10일간의 장정을 마치고 마무리 되었다. 같은 시기의 염산 갯벌축제도 막을 내렸다. 가장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사람들은 공무원이었고 관계자들도 고생이 많았던 기간이었다. 특히 상사화축제는 4일이 아쉬워 10일로 늘렸다. 그만큼 공무원의 업무 공백 기간도 늘어난 셈이다. 그리고 길어진 기간만큼 운영비도 따라서 올라가야 마땅하지만 그렇진 않은 모양이다. 체험과 전시의 모든 보조금이 절반으로 삭감되었고 해마다 해오던 찾아가는 사진 전시회는 당초 프로그램에서 제외가 되었다. 분재도 상당 액수가 삭감되었다. 사진은 전시관련자들 사전회의에 출석 요구를 받고 참석까지 했지만 군 교육사업소에서 사진전시가 있어서 제외했다는 소식을 전화를 해 보고서야 알았다. 길어진 기간만큼의 운영비는 여기서 충당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참가자들의 자존심은 그만큼 짓밟혔다.

여기에 운영진의 엇박자는 처음부터 드러났다. 집행위원회와 교육사업소, 집행위원 중에서도 각 분과별 위원들 간의 불통은 참가자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전시 천막은 행사 하루 전까지도 분명하지 않았고, 참가자 사전회의에서 정해지고 필기까지 했던 사항들은 없었던 일이었다. 그래서 전시 부스는 행사 하루 전에 4개에서 3개로 줄어 전시품 배치가 엉망이 되었다. 체험 부스가 안 보인다는 집행부의 생각은 전시장의 배경 포장을 모두 걷어 올려 야생화는 바람 피해를, 사진은 넘어져 액자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항의는 나갈려면 나가라였다. 이른바 주최 측이 아닌 이벤트사의 신종 갑질이다. 그래도 아쉬운 건 전시와 체험 참가자들이다. 사실 얼마라도 쥐어주며 솜씨를 뽐낼 자리를 깔아주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절반을 삭감 당하면서도 들어와 자리를 지키고 못 당할 갑질도 당한다. 영광의 문화사정은 언제나 풍요로워질까. 요원한 일이다.

10일로 늘어난 기간과 보조금 삭감 문제를 어디서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추진위원회관계 공무원들이 모든 것을 결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자기들이 결정한 사안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공무원들이 축제 기간을 10일로 늘리는 자뻑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10일로 기간을 늘린 것도 황당하지만 경비는 묶고 참가자들의 봉사 아닌 봉사만 늘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진행이나 부드러웠으면 그나마 위안이 되겠지만 중간에 배치가 몇 번이나 바뀌는 등 역대 행사 중 최악이다.

염산 갯벌축제도 문제다. 15천이라는 세금을 들여 치르는 축제가 손님이 없었고 특정 종교 행사 문제로 언론이 들썩였다. 존재 이유를 묻는 사람이 많다. 계속하려면 새판을 짜고 못하겠으면 그만둬야 맞을 것이다. 14일부터 17일까지 4일간 행사에 다녀간 손님은 소수에 불과했고 행사장은 텅텅 비어 있었다.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알 수가 없다.

영광의 문화제인 단오제 역시 문제는 많다. 진행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단오제의 특성을 살리는 데에 치중한다기 보다는 제관들이 제를 지내는 데에 몰두한다는 인식을 준다. 제단이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 등장한다. 솔직히 이건 아니다. 제관들의 행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제관이 관장하는 제는 산신제와 용왕제로 충분하고 각각의 프로그램은 나름의 특성을 찾아 행해져야 좋다. 무속수륙제에서 제관들이 무속의 뒤를 살펴주는 모습도 언짢다. 원래 우리 전통에 무속은 무속끼리다. 자꾸 전통에서 멀어지면 단오제는 정통성을 상실하기 쉽다.

결론은 축제는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찾아오는 손님도, 맞이하는 주인도 즐거워야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정리 혹은 재정비가 필요하다. 불갑산상사화축제는 기일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주차장 확보가 최우선이다. 어차피 상사화 손님은 20일 이상 찾는다. 축제 기일은 의미가 없다. 단오제는 전통성을 재정비해야 하고 염산 갯벌축제는 새판을 짜지 못하면 재고해 봐야할 것이다. 이제 전국에 들불처럼 번지던 축제 만능시대는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 한두 개 알찬 군의 대표축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쓴 소리를 포용하는 아량 있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영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