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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외침
이민희/ 여민동락공동체 살림꾼
2017년 10월 23일 (월) 10:51:41 영광신문 press@ygnews.co.kr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아이캔스피크>2007년 미 하원의회 공개 청문회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이 통과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이 결의안의 원제목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저지른 어린 여성들에 대한 성노예 제도에 대한 일본정부의 공식 인정 및 사죄, 그 책임을 다할 것을 권고하는 미 하원의 결의이다. 이 청문회에 고 김군자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가 참석해 증언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나옥분 여사의 실제 모델이 바로 고 김군자 할머니다. 일본군의 만행을 폭로하고 증거했던 김군자 할머니는 끝내 사죄를 받지 못한 채 지난 7월 눈을 감았다.

당시 미 하원은 이 결의안을 통해 일본정부가 일본군 위안부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죄할 것 일본 총리가 공식 사죄할 것 일본정부의 위안부존재를 거부하거나 미화하려는 주장을 분명하고 공개적으로 반박할 것 국제사회의 권고에 따라 현재와 미래 세대에게 이 같은 사실을 교육할 것을 권고했다. 결의안은 일본군 성노예가 집단 강간, 강제 낙태, 성적 학대, 학살이 포함된 전례 없이 잔인하고 중대한 20세기 최대의 인신 매매 사건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김숨의 소설 <한 명>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단 한 명이 되는 어느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소녀들은 취직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매일 굶주리는 식구들의 입 하나를 덜고자 덜컥 만주행 열차를 탔다. 빨래터에서 납치되거나 학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억지로 끌려온 이들도 있었다. 초경도 시작하지 않은 열 두살 어린아이부터 열예닐곱살까지, 만주에 온 소녀들은 일본군의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과 학대속에서 죽어간다. 소설 속 그녀는 열 세살의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7년을 만주 위안소에서 보냈다. 7년 동안 그녀의 몸을 거쳐간 군인이 무려 3만명이다. 죽지 않을 정도로 맞고 죽을 고비도 숱하게 넘겼다. 해방된 후 구사일생으로 조국에 돌아왔지만 더럽혀진 몸을 받아줄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아흔 세살의 백발 노인이 될 때까지 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을 입 밖에 꺼내지 않았던 그녀. 어느날 텔레비전 뉴스에서 위안부 피해자가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건강 상태가 위독하다는 뉴스를 보고 그 한 명을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선다. ‘한 명은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겨우 생명을 부지하면서도 절대로 죽을 수 없다며 사력을 다해 버티는 중이다. “내가 죽으면 말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면 죽을 수 없다한 명의 뉴스는 그녀의 기억을 호출한다. 머리로는 잊으려고 했으나 몸에 각인된 기억들. 그녀는 깨닫는다. 여전히 무섭다는 걸, 열 세살의 자신이 아직도 만주 막사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는 마침내 아흔 셋이 될 때까지 긴 시간 동안 참았던 절규를 쏟아낸다. “나도 피해자요!”

위안부 피해자가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는 배경 설정만으로도 이 소설은 강한 흡인력과 설득력을 발휘한다. 피해자가 한 명만 남은 그 긴 시간 동안 결국 심판과 처벌, 사죄와 배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위안부 제도는 강간과 성노예화가 극단적이고 강도높게 조직화되고 제도화됐다는 점, 군 최고 간부가 계획을 입안하고 국가 정부가 공모해 실시했다는 점, 장기간에 걸쳐 육체적, 정신적으로 극악한 학대를 자행했다는 점에서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참혹한 범죄행각이다.

위안부 일체를 부인했던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해 최초로 피해 사실을 폭로했던 고 김학순 할머니, 태평양 건너 미국 의회까지 날아가 전 세계 앞에서 일본군의 만행을 증언했던 고 김군자 할머니처럼 그녀들은 존재 자체가 역사의 진실이자 잔혹한 범죄의 살아있는 증거다. 그녀들의 죽음은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진실의 매장, 단죄 가능성의 소멸을 뜻한다. 현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단 36명 뿐이다. 김숨의 소설에서처럼 정말 피해자가 단 한명만 남는 시간도 곧 올 것이다. 기만적인 위안부 합의를 폐기하고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기필코 받아내야 한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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